ART TOUR · IT PLACE
‘Art Lover’라면
놓쳐선 안될 전시 공간 TOP 3 : 연희동
널 위한 문화예술
COO 이지현
KEYWORD
DATE
DEC 05, 2023
CONTRIBUTOR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가 가득한 요즘! 독특한 라이프스타일로 가득한 동네인 연희동을 가보셨나요?
매년 ‘연희 걷다’, ‘연희아트페어’가 개최될 만큼 마을 문화가 활발한 매력적인 동네이죠. 이런 연희동에는 카페조차도 문화공간으로 보일 만큼 주민 문화를 기반으로 개성 강한 가게들이 골목마다 존재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전시공간에 국한하지 않고,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하고자 하는데요. 지금부터 연희동에 왔다면 꼭 한 번 가볼 만한 공간을 함께 살펴볼까요?
지난 10월 14일, 한국 미술사에 의미 있는 걸음을 남긴 故 박서보 화백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작가와 개별적인 인연이 없더라도 미술인과 미술 애호가라면 작품을 매개로 저마다의 인연을 맺어왔기에, 마음을 모아 애도의 시간을 갖는 시기였죠.
작가는 세상을 떠나도 작품이 세상에 남아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박서보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과 자료들을 통해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연희동에 위치한 박서보재단입니다.
박서보재단 관람 모습, 이미지 출처 : 이지현
박서보재단은 2019년 ‘기지재단’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최근 공식 명칭을 박서보재단으로 바꿨습니다. 작가의 작품은 왕성한 활동 덕에 이미 여러 미술관에 소장되있기도 하고, 2024년에는 제주도에 박서보 미술관이 건립될 예정이지만, 현재 작가에 대한 자료를 가장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은 바로 이 곳 박서보재단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서보재단의 특별함은 바로 시대마다 주요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박서보 화백은 특히 캔버스란 생각을 담는 것이 아닌, 비우는 것으로 인식한 뒤 수행의 도구로써 그림을 그리며 ‘묘법(猫法)’을 탄생시켰는데요. 이때의 초기작부터 자연의 색에서 영감을 삼아 제작한 최근 단색화 작품까지 마치 작품을 통해 자서전을 보듯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공간의 특징입니다.
박서보재단 내부 전경, 이미지 출처 : 이지현
더불어 다양한 아카이빙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데, 해당 공간이 가장 특별하게 다가오는 점은 실제로 작가의 작업실이 있었고, 작가가 직접 머물며 수기로 남긴 자료들이 가득한 공간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작가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작업실에 쌓아둔 캔버스에 배접(褙接) 해라. 나가면 작업할 게 너무 많다.”였던 만큼, 마지막까지 꺼질 줄 몰랐던 그의 열정의 순간이 담긴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그의 열정을 느껴볼 수 있는 이 특별한 공간은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박서보재단을 방문하려면, 매주 (월) 공식 홈페이지에 도슨트 프로그램 신청서가 열리고, 예약제를 통해 방문해 볼 수 있습니다.
박서보 작가의 뜻에 따라 재단 측은 젊은 창작자를 지원하고 장학사업을 하는 등 이제부터 본격적인 재단 운영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공간에 방문하면 양질의 도슨트도 제공되니 연희동에 간다면 꼭 한 번 방문해 보길 추천하는 공간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2-3
연희예술극장 외관 전경, 이미지 제공 : 연희예술극장
미술과 공연은 같은 예술이지만 다른 점이 많습니다. 우선 공연은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는 반면 전시는 언제든 방문할 수 있죠. 공연은 정해진 서사를 관람하는 형태이지만, 전시는 관람객 스스로가 자유롭게 동선을 정하기도 하고 원하는 작품만 관람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공연장과 미술관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예술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희예술극장은 극장의 이름을 하고 있지만, 이런 틀을 깨고 공연과 미술을 둘 다 품는 독특한 공간입니다.
연희예술극장 행사 및 공연 전경, 이미지 제공 : 연희예술극장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연희예술극장은 프랑스의 살롱 문화를 모티브로 한 카페 떼아뜨르(카페+극장) 형태의 가변형 공간으로, 공연의 수동성과 경직됨을 깨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이 극장은 실제로 관객들에게 기존 공연장과는 정반대로 주의사항을 안내합니다. “휴대폰을 켜주세요, 이동해도 됩니다, 사진 찍어도 됩니다.”처럼 공연장의 엄숙주의를 깨고 관람객들에게 더 많은 참여와 이를 통한 몰입을 꾀하는 셈이죠.
극단 이방인의 단원들로 구성된 연희예술극장의 운영진은 연극과 연출을 전공한 만큼 예술인이 다채로운 상상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 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연희예술극장 행사 이미지, 이미지 제공 : 연희예술극장
그리고 그런 고민은 블랙박스 극장의 형태인 연희예술극장을 통해 이곳을 대관하는 팀 혹은 기획을 하는 예술가들이 보다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블랙박스 극장의 특징은 객석의 자유로운 배치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무대를 만들 수 있는 덕분에 이 공간은 미술의 무대가 되기도 하죠. 그렇기에 용도의 제한을 두지 않고, 아트페어를 열기도 하고 패션쇼가 열리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연희예술극장은 서대문 지역 예술가와도 협업하기도 하고, 대관을 진행하기도 하며 유연하게 진행하고 있답니다.
필자는 이 곳에서 열리는 연극 <아파트모먼트(23.12.15.-17.)>를 예매했는데요. 특히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에서 주최한 2023 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 사업 선정작인 이 공연의 수익은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해 기부되는 만큼 의미 있는 체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처럼 볼거리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미술과 공연을 동시에 품은 복합문화공간 연희예술극장을 꼭 한 번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 갤러리 인 :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 / 갤러리 인 HQ : 서대문구 홍연길 97
연희동에는 특색 있는 갤러리가 가득한 만큼 남다른 아트페어가 있습니다. ‘연희아트페어’는 여러 갤러리의 전시를 한날한시에 방문해볼 수 있는 행사로, 일반적인 아트페어처럼 따로 컨벤션 같은 공간에서 일시적으로 모이는 것이 아닌, 각자의 갤러리 공간에서 진행된다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갤러리인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 갤러리인
책장과 같은 틀에 마치 책을 꽂듯 작품을 배치한 매우 독특한 방식은 감상자로 하여금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데요. 그간 꾸준히 좋은 전시를 해오며, 팬층을 두텁게 만들어 온 갤러리인은 그 덕분인지 두 번째 공간인 갤러리 인 HQ을 오픈했습니다.
두 번째 공간은 걸어서 10분 내외의 거리에 위치했는데, 기존 공간은 작품의 독특한 배치를 통해 마치 편집숍에 온 듯한 기분을 준다면, 새로 오픈한 공간인 갤러리 인 HQ은 화이트 큐브로 작품을 있는 그대로 담을 수 있는 그릇 같은 공간입니다.
갤러리 인, HQ 유리 개인전《느슨히 껴안고 단단히 풀기》전시 전경, 이미지 출처 : 갤러리 인 인스타그램
갤러리 인 HQ, 염기남 개인전,《지나간 빛들의 에필로그》전시 전경, 이미지 출처 : 갤러리 인 인스타그램
갤러리 인 HQ에서 진행한 유리 작가의《느슨히 껴안고 단단히 풀기(23.09.01. – 09.24.)》전시는 올해 미술씬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전시로, 특히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했던 전시였답니다.
컬렉터와 아트러버(Art Lover) 사이에 조금씩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관람객들이 찾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갤러리 인은 내년도 함께할 전시의 알찬 계획이 준비됐다고 합니다.
연희동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각각의 매력이 담긴 갤러리 인 1호점과 2호점을 마치 코스처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필자 이지현은 학부에서는 경영학과 회화를 전공하고 이후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효율성의 논리와 정량적인 방식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예술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예술옹호론자’로 활동 중이다. 또한 현재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스타트업에서 COO(운영총괄)로 재직하며 예술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다.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