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REVIEW
Resonance Paintings – Two Notes
공명화 – 두개의 음표
Oliver Beer
올리버 비어
Thaddaeus Ropac Seoul
Oliver Beer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Photo: Eva Herzog
Oliver Beer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Photo: Eva Herzog
“음악은 작가의 창작과 세계관의 근간이 되므로, 음악의 관점에서 일상과 예술을 관조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경란 –
2007년부터 시작된 공명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는 음악과 시각 예술의 만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년 전, 음악의 진동을 이용하여 아일랜드 드럼 위에 밀가루가 변형되는 모습을 시각화 해 만들어 낸 첫 작품 이후, 최근 팬데믹 동안 음악을 이용한 시각화 개념을 안료를 이용해 연구했고, 말 그대로 스피커가 붓이 되어 그림을 그리는 공명화가 탄생했다. 안료는 매우 미세하여 소리와 함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가 그림에 사용한 음색은 방 한가운데 천장에 매달려 있는 6개의 청화백자 화병에서 퍼져 나온다.
© Oliver Beer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Photo: Eva Herzog
“음악과 조화(harmony)는 공기 중의 기하학적 진동으로 만들어진다.
캔버스 표면 위에 안료를 느슨히 올려 놓고 그 아래에서 음악을 연주하면, 공기의 이동으로 안료가 움직이게 되며 소리의 모양이 구현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음악으로부터 출발한 이미지가 20 세기와 21세기 전반에 걸쳐 구축된 추상 회화의 모습과 점차 닮아간다는 것이다.
‘소리(sound)’의 시각적 구현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할지, 경이롭다.”
– Oliver Beer –
우리가 청화도자에 가까이 다가가면, 그 안에 있는 마이크가 활성화되고 내부에서 반사된 주파를 들을 수 있다 – 공기는 음표로서 공명하는데, 이것은 도자기의 형태에 의해 결정된다. 작가에게 각 음은 “단일한 형태와 단일한 구조”를 가지며, 두 번째 음이 재생될 때 또한 고유한 구조와 형태를 가진다. 결과적으로, 두 개의 음표가 연주될 때, 그들의 형태는 서로 상호작용하여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낸다. 올리버 비어는 매달린 두 화병에서 울리는 두 음이 함께 들리도록 하여, 새로운 하모니를 포착고 더 나아가 그림으로 시각화 한다.
© Oliver Beer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Photo: Eva Herzog
작가가 소리를 시각화 한 것의 가장 좋은 예는 캔버스 작품 중 하나인 “인스턴트 크러쉬”인데, 중심에서 흐릿하고 역동적인 푸른 구체로 합쳐지는 비늘들을 볼 수 있다. 두 음이 캔버스 안에서 함께 연주되어 시각적으로 조화로운 구성을 만들어낸다.
“도자기들은 부서지기 직전까지도 계속해서 음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며, 부서지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노래 했을 것이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 그 이상으로. 연약하고도 덧없이 사라지는 ‘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 Oliver Beer –
Oliver Beer, Recomposition (Dürer)
© Oliver Beer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Photo: Eva Herzog
작가는 페인팅 외에 갤러리의 런던 공간에서 전시되었던 “물체의 생존”이라 부르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작가의 개인 소지품인 낡은 시계, 악보, 조각난 청화백자가 검은 레진에 뭍혀, 3차원의 입체 물체들이 2차원으로 박제되었고 이것은 전혀 새로운 구성과 이야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올리버 비어의 페인팅과 설치작품들은 갤러리 공간에서 매혹적이고 명상적인 경험을 만들어낸다. 소리를 그림으로 만들어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 하는 올리버 비어의 아이디어는 독특하고 웅장하며 서울의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성공적으로 그의 예술에 빛을 발할 공간을 제공한다.
작가소개
올리버 비어(Oliver Beer, b. 1985)는 현재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작업 및 전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비어는 영국 현대 음악 아카데미(Academy of Contemporary Music)에서 음악 작곡 학사 취득 이후 옥스퍼드 대학교 러스킨 예술대학(Ruskin School of Art, University of Oxford)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하였으며, 파리 소르본 대학(Sorbonne Université)에서 영화 이론을 수학하였다. 작가는 조각, 설치 작품, 영상, 몰입형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각종 사물에 내재된 음악적 특성이나 신체와 공간과의 소리적 관계성을 탐구한다. 음악적 배경을 근간으로 하는 비어의 작업 세계는 가족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맺은 관계로부터 기인하며, 더 나아가 다학제적 작업의 청사진으로 작용한다. 개인 소유물에 깊숙이 부여된 개인적 또는 문화적 의미나 음악이 불러오는 기억/추억들을 활용하고 또 전달함으로써 친밀하고도 보편적인 감정과 인식을 끌어내기를 유도한다. 비어가 작가적 실험의 일환으로 꾸준히 이어나가는 음성 퍼포먼스 <공명 프로젝트(Resonance Project)>(2007–)는 사람의 음성과 구축된 건물 내부의 자연스러운 하모니를 활성화함으로써 관람객과 실내 공간 사이의 편안하고도 본능적인 관계를 생성하는 작업이다. 또한, 기억이나 소리와 연관된 일상 사물들을 절단하고 다시 조립하여 그 형태 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재정립하는 <재구 (Recomposition)> 연작을 통해 작가는 물질과 우리가 그 위에 남긴 흔적을 해부하고 분리한다.
비어는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워터밀 센터(Watermill Centre),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 그리고 에르메스 재단(Fondation d’entreprise Hermés)의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으며, 그의 작업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산하기관 멧 브로이어(The MET Breuer, New York)와 모마 PS1(MoMA PS1, New York),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Paris),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 Paris),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Paris), 베르사유 궁전(Palace of Versailles, Paris), 리옹 현대미술관(Musée d’Art Contemporain, Lyon), 아이콘 갤러리(Ikon Gallery, Birmingham), 빌스(WIELS, Brussels), 이스탄불 비엔날레(2015), 시드니 비엔날레(2018) 등 전세계 유수의 기관 및 전시에서 선보여진 바 있다.
© Thaddaeous Ropac Seou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