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PREVIEW
Begin Where You Are
Anicka Yi
아니카 이
Gladstone Seoul
글래드스톤 서울은 필립 파레노 작품과 함께 한 개관전시에 이어 개념미술 작가 아니카 이의 작품으로 또 다시 공간을 변모시켰다.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 볼 수 있는 국내 첫 단독 전시인 만큼 Begin Where You Are 전시는 그녀의 전시 제목이자 작품의 결정적인 부분을 형성하는 단초가 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그녀의 최신 작품들을 만나보자.
서울에서 태어난 아니카 이는 미국에서 자랐고, 그 후 런던으로 이주하여 광고와 패션 산업에서 프리랜서로 일했다. 그러나 이것이 옳은 길인지 확신이 서지 않던 그녀는 다시 한번 뉴욕으로 이사했다. 다운타운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와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은 후 30대에 미술대학 졸업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예술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는 지금 그시간을 돌아보면 자신의 첫 걸음을 매우 순진하다고 회상한다.
“저는 단지 질감에 끌리고 있었어요.”
“무엇이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 기존의 것들을 고수하고 있지 않습니다.”
– Anicka Yi –
미술사적인 요소들에 억눌리지 않고 예술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관습적이 방법에서 벗어나, 아니카 이는 오늘날까지 그녀 자신과 그녀의 미적 이해를 표현하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녀의 개념적 접근에서 향기, 과학, 요리 분야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재료들을 연구한다. 이것은 그녀에게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한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각과 인식을 촉발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러한 그녀의 특징은 전시에서 계속된다. 처음부터 그녀는 우리의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예술적 본질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Ice Water In The Veins, 2022 Lab stand, test tubs, Erlenmeyer flasks, aquatic pump, micro algae Dimensions variable
전시장 벽에는 두 개의 세트 같은 작품이 있다. 왼쪽은 분홍색의 “방 안의 두 개의 신경계”이고 오른쪽은 보라색의 “독립 vs 외로움”이다. 벽 중앙에 그림처럼 나란히 놓여진 그들은 아니카 이의 “치킨 스킨”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에서 작가는 브라질 아마존에서의 여행과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비베이로스 데 카스트로의 책”이라는 두 가지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두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액자형식을 띈 작품 표면의 텍스처 인데, 합성의 털이 자라고 있는 타조 피부를 닮아있다. 그 안에 작가는 비슷한 계열의 색을 가진 조화들을 설치했다. 이 가짜 꽃을 담고있는 입체 프레임들은 ‘잎과 꽃이 싹트고, 꽃이 피고, 뿌리를 내리는 중심 구멍’의 윤곽을 드러낸다.
이 “치킨 스킨” 시리즈로 아니카 이이는 “자연과 합성 사이의 구별을 불안정하게 하는 것”에 대한 그녀의 관심에 따라 “식물 왕국과 동물 왕국 사이의 불균형을 재현” 했다.
Soft Power Narcissist, 2022 High density foam, 3-D printed resin, urethane paint, frame 49 1/2 x 97 1/2 x 6 1/2 inches (125.7 x 247.7 x 16.5 cm) Installation view, Anicka Yi: Begin Where You Are, Gladstone Gallery Seoul, 2022. © Anicka Yi,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 Photo: Chunho Ahn
1층 뒤편에 걸린 작품으로 우리는 예술, 기술, 과학의 독특한 융합을 통한 작가의 놀라운 발상을 체험하게 된다.
“소프트 파워 나르시스트”작품은 어두운 와인 혹은 빛나는 오렌지 톤의, 광택이 나는 갈색-빨간 색상으로 전환되는 파형의 표면 외관을 가진 대형 수평 패널 작품이다. 패널 상단에 3D 인쇄를 사용하여 복잡한 아메바 모양, 폴립, 산호 구조 및 말미잘 모형을 다수 제작했다. 현미경 슬라이드처럼, 이 설치는 그녀가 캘리포니아에 거주할 때 말미잘에 대한 관찰의 경험과 “NASA에서 개발된 확대된 강유체 내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동심원형의 뾰족한 기하학”에서 비롯되었다. 갤러리의 천창으로 부터의 내리쬐는 자연광과 함께, 이 작품은 성장과 움직임의 순간에 영원히 얼어붙은 생명과 같은 불가사의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만들어진것과 실재의 사이를 넘나드는, 굴절하는 우주”를 담고 있다.
Left:Two Nervous Systems In A Room, 2022 Silicone, monofilament, silk flowers, mdf 36 x 24 x 4 inches (91.4 x 61 x 10.2 cm) Right: Self Reliance vs Loneliness, 2022 Silicone, monofilament, silk flowers, mdf 36 x 24 x 4 inches (91.4 x 61 x 10.2 cm) Installation view, Anicka Yi: Begin Where You Are, Gladstone Gallery Seoul, 2022. © Anicka Yi,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 Photo: Chunho Ahn
지하 공간에서 이어지는 전시에는, ‘튀긴 꽃’의 세 가지 변형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녀의 작품인 “후기 고전 XIX, XV, XV, XV”을 통해 아니카 이는 국화와 라벤더 같은 다양한 꽃들을 튀김 반죽에 튀겨냈다. 튀기는 과정 후에 이 꽃들을 투명한 에폭시 수지로 덮고 투명한 플렉시글라스 위에 고정시켰다. 이 작품들은 그림처럼 벽에 걸려있지만 그 뿐만이 아니다.
각각의 작품 뒤에는 크롬 도금이 된 아령 2개씩 놓여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작가는 가볍고 무거움을 대비시키고, 동시에 꽃처럼 섬세하고 빠르게 죽어가는 것을 통해 보존의 중요성과 무게를 암시한다. 보존과 생명에 대한 이러한 언급 외에도 그녀는 설치물 위의 스포트라이트를 사용하여 다시 한번 기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야 할 픽셀 같은 그림자를 설치물 뒤에 만들어 낸다.
Shigenobu Twilight – Volume 1, Radical Hopelessness- Volume 2, Beyond Skin – Volume 3 Installation view, Anicka Yi: Begin Where You Are, Gladstone Gallery Seoul, 2022. © Anicka Yi,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전시회의 일환으로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 제조사 바나베 피용과 협력하여 세 가지 다른 향을 만들어냈고, 이 시리즈를 “바이오그래피 향수”라고 이름 붙였다. 시게노부 트와일라잇은 일본 레드아미 창시자이자 지도자인 후사코 시게노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이집트의 두 번째 여성 파라오 하셉수트를 염두에 두고 작가가 만들어낸 것이 두 번째 향기인데, “급진적 절망”이라고 불린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향수는 가상의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모든 여성의 역사”를 하나의 복합적인 향기로 담고 있다. 각각 독특한 향기가 나는 세 가지 향수는 각각 투명하고 작은 병에 담겨있고, 3D로 인쇄된 그물 구조로 덮여 있다. 향기가 증발하지 않기 위해, 각각의 앰플은 인조 잔디가 깔린 투명한 상자에 담겨있다 .
이 작품은 향수로 사용될 수도 있고, 가끔 방 안에 향기가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보관 상자의 뚜껑을 열어 두어도 된다. 이 향들이 어떤 식으로 쓰이든지, 아니카 이는 이러한 바이오그래피 향수를 통해 “글로 쓰는 전기(바이오그래피)를 넘어 삶을 새롭게 쓰는 힘”을 보여주고자 한다.
Anicka Yi: Begin Where You Are, Gladstone Gallery Seoul, 2022. © Anicka Yi,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 Photo: Chunho Ahn
Begin Where You Are를 통해 아니카 이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새로운 글래드스톤 공간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드는 데 진정으로 성공했다. 예술적 경계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는 그녀의 모든 작품에서 그녀의 영혼과 예술에 대한 열정과 과학 분야를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녀의 전시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각적인 감각에서 후각적인 감각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의 모든 감각을 촉발시킨다.
아니카 이는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뉴욕에서 활동중이다. 작가는 런던 테이트 모던 현대 커미션 (2021),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2017), 카셀 도큐멘타(2016), 바젤 쿤스트할레(2015), MIT 리스트 시각예술센터(2015), 뉴욕 더키친(2015), 클리블랜드 미술관(2014) 등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기관과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베니스 비엔날레(2019),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2017), 오카야마 예술교류(2016), 광주 비엔날레(2016), 타이베이 비엔날레(2014), 리옹 비엔날레(2013) 등 유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작가의 수상 이력으로는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재단 어워드(2011)와 구겐하임 휴고보스상(2016) 등이 있다. 현재 밀라노 피렐리 행거 비코카 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피아메타 그리치올리(Fiammetta Griccioli)와 비첸테 토돌리(Vicente Todol.)가 기획한 아니카 이의 개인전 《Metaspore》은 8월 4일 까지 진행된다.
© Gladstone Seou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