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REVIEW
‘의경(意境)’의 세계
강요배 개인전 "첫눈에"
Hakgojae Gallery
VENUE
TITLE
강요배 ‘의경(意境)’의 세계
DATE
SEP 30, 2022
CONTRIBUTOR
ARTiPIO Editorials
강요배는 2022년 8월~9월, 26번째 개인전 <첫눈에>를 통해 자연의 덧없는 아름다움을 끝이 없는 표현으로 웅장하게 담아냈다. 녹색 잎으로 뒤덮인 산들은 절대 한시 전과 같지 않고, 곧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만 같다. 절대 반복되지 않는 대월식과 태풍 전에 떠오르는 특별한 아침 햇살, 모든 것이 가볍지만 영향력 있는 작가의 붓놀림으로 표현된 작품들은 시선을 이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식물과 동물에 대한 명백한 초점을 가지고 그만의 ‘새로운’ 작품을 발표했다. 흔할 수 있는 주제와 상관없이 그의 창의성, 영감, 그리고 수년 간의 에너지의 원천은 변하지 않고 견고하다. 한반도 남쪽에 있는 ‘제주도’는 아마도 강요배의 예술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버팀목일 것이다. 섬의 아름답고 유명한 초목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자신이 태어난 제주를 유일한 고향으로 여기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학고재 갤러리 강요배 개인전 “첫눈에” 설치전경 ⓒ학고재 갤러리
작가가 4년만에 학고재 갤러리에서 발표하는 30점의 작품에는 뿌리에 대한 깊은 사랑이 담겨있다.
갤러리에는 18점의 그림이 오프라인으로 전시 되었고, OROOM(오룸)이라는 갤러리 자체 온라인 뷰잉룸에서 12점의 작품이 선보였다.
강요배의 작품을 바라보면 관람객은 곧 서양 예술 스타일과 유사함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가 사용한 컬러 팔레트, 역동적이면서도 지나치게 지배적이지 않은 붓놀림은 클로드 모네나 피사로 같은 인상파 화가들을 닮았다. ‘가을 풀숲’, ‘바다에서’, ‘외로운 새’를 보면 자연의 웅장한 아우라를 볼 수 있고,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학고재 갤러리 강요배 개인전 “첫눈에” 설치전경
“그림의 최종 결과는 2차원의 평면이지만, 그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2차원의 경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공간의 경험이란 입체적인 것이지요.
그림은 그 입체적인 경험을 아주 얇은 곳에 추상화하고 압축하는, 그것도 교묘하게 압축하는 행위입니다.
몸, 피부, 냄새까지 어떻게든 느껴 봐야 얄팍한 재현이나마 가능합니다. 우리는 표현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에요. 살아가는 과정의 부산물이 표현이지.
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바람 속에서 사는 게 더 중요합니다.”
– 강요배 –
갤러리에 따르면 작가가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목격하는 제주의 풍경은 매일의 정서와 날씨의 변화에 의해 매번 새롭다. 풍경을 마주하는 ‘첫눈에’ 떠오르는 마음 또한 순간마다 달라진다. 그중 작가의 마음에 여과되어 남은 장면이 회화의 화면 위에 펼쳐진다.
출품작은 저마다 변화하는 제주의 자연과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다각도로 선보인다. 회화의 규모는 장면을 바라보는 물리적, 정서적 거리와도 관계 맺는다. 대형 화면에 드넓게 펼쳐진 풍경을 대하는 작가의 몸짓은 마치 기억 속의 풍경을 화면 위에서 다시금 겪어내는 듯 기운차다.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을 마주할 때에는, 보다 세심하고 정감 어린 붓질로 대상을 어루만지듯 묘사한다.
학고재 갤러리 강요배 개인전 “첫눈에” 설치전경 ⓒ학고재 갤러리
“비천(飛天)〉(2022)” 은 푸른 하늘 위 자유롭게 흩날리는 구름의 모습을 담은 회화다. 김정복은 “최고의 기교는 서툰 것처럼 보인다”는 노자의 말을 인용하며, “고구려 벽화의 천장에서 볼 수 있는 상서로운 기운의 문양처럼 기류(氣流)의 스침이 날렵하다”고 말했다.
강요배는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나 197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후 1982년에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1년 민중미술 동인 ‘현실과 발언’에 합류하여 시대적 현실을 드러내는 풍경을 화면에 담으며 작품세계를 발전시켰다. 1988년부터 3년간 〈제주민중항쟁사〉 연작을 그리고 50점의 연작을 모아 《강요배 역사 그림 – 제주민중항쟁사》(학고재, 1992)를 개최하여 역사 주제화의 새 지평을 연 전시로 평가 받았다.
비천(飛天)〉,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227x182cm 사진: 양동규
강요배는 2015년도에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하며 한국현대미술사의 주요한 작가로서 다시 한번 자리매김했고, 당해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제27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전: 소리》라는 제목으로 대형 개인전을 열었다. 2016년,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시간 속을 부는 바람》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개최하여 유년기 시절의 그림부터 2015년도까지 제작한 작품을 아울러 50여 년 화업을 돌아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강요배는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옥관문화훈장을 수여받았다.2020년 제21회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2021년도에 대구미술관에서 수상기념전 《카네이션 – 마음이 몸이 될 때》를 개최했다.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2022.04.28–2022.08.28)에 강요배의 작품 〈홍매〉(2005)가 출품 되어 주목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주요 국공립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 되어 있다.
학고재 갤러리 강요배 개인전 “첫눈에” 설치전경 ⓒ학고재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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