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Painting
David Quinn
데이비드 퀸
Gana Art
가나아트는 창작의 과정과 사색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다층적인 화면을 완성하는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데이비드 퀸(David Quinn, 1971-)의 개인전, 《Painting》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2019년 가나아트 사운즈에서 있었던 퀸의 국내 첫 번째 전시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전시명과 동명의 연작 회화인 <Painting>을 공개하는 자리다.
더블린 공과 대학교(Dublin Institute of Technology, TU Dublin)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퀸은 2022년 Rossicontemporary(브뤼셀), 2021년 Purdy Hicks(런던), 2018년 Yanagisawa Gallery(도쿄), 2017년 Solstice Arts Centre(나반, 아일랜드), 2016년 Saatchi Gallery(런던) 등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본 전시에서 2022년 일본 교토의 Metropolitan Fukujusou Residency에서 제작한 신작 및 새롭게 시도하는 큰 사이즈의 작업들을 다양하게 선보임으로써, 마치 명상을 하듯 고요히 이어지는 퀸의 예술적 여정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23.01.12 – 02.12, David Quinn 개인전 《Painting》, 가나아트 나인원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대학 졸업 전시에서 다이어리 크기의 노트 연작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회화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데이비드 퀸은 지난 개인전을 통해 작은 크기의 나무 합판에 종이를 붙인 작업으로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선보였다. 동일한 크기의 작은 작품들로 이뤄진 2019년 개인전과 달리 본 전시의 출품작들은 다양한 사이즈의 캔버스에 수차례 물감을 덧칠하고, 그 위로 선과 점으로 이뤄진 추상적 패턴을 더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제작되었다.
작가는 여러 점의 캔버스를 벽에 걸고 동시에 작업하면서, 이따금씩 오래 전 완성한 화면 앞으로 돌아와 즉흥적으로 여러 겹의 물감 레이어를 덧씌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퀸이 처음 그린 다채로운 패턴과 이미지가 흐릿한 잔상처럼 남아있는 이번 신작은 단순한 조형요소들을 통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작가의 생각과 정서를 캔버스에 시각적으로 담아냈다.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조용한 시(silent poetry)’를 쓰고 있다는 작가의 말이 은유하듯, 이번 출품작들은 각각 단독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한 편의 시를 구성하는 낱말들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울림과 의미를 지닌 조합으로 재탄생한다. 두꺼운 지층처럼 물감을 겹겹이 쌓고, 물감층을 자연스럽게 긁어내거나 번지게 하는 퀸의 작업과정은 일본 미학의 근간을 이루는 와비・사비(わび・さび)와 선불교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David Quinn, Painting, 2022, oil on canvas, 72 x 91cm 28.3 x 35.8 in. ⓒ David Quinn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디자인을 공부하던 대학 시절부터 일본의 서예와 동양 철학에 관심이 남달랐던 작가는 작년 일본 교토 레지던시에서 작업하는 동안 매일 아침 작업실에 나가기 전 명상의 시간을 보냈으며, 이를 계기로 철학적인 의미의 젠(Zen)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복잡한 상징이나 레퍼런스가 모두 배제된 절제된 화면을 구현하면서 마치 명상의 상태에 빠져들 듯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매 순간마다 삶의 새로움을 인식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퀸은 무아의 경지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깊이와 더불어, 동양화의 여백의 미를 연상시키는 시각적 구성을 현대적인 추상화로 구현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23.01.12 – 02.12, David Quinn 개인전 《Painting》, 가나아트 나인원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데이비드 퀸이 작품을 완성하면서 지나온 시간과 그 과정에서 반영된 작가의 생각을 짐작케 하듯 그의 작품의 모서리는 부드럽게 마모되고 색이 바랬다. 퀸은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선을 내리긋고 점을 찍는 신체의 움직임과 그의 삶에 녹아 있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정서를 작업에 투영한다. 꾸밈이나 과장됨 없이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는 삶의 태도를 추상화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경험했던 명상의 순간을 함께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Gana Ar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