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REVIEW
창문을 통해 만나는 개념미술
The Window
Spring Program
에스더쉬퍼 서울
VENUE
ARTIST
DATE
MAR - JUL, 2023
CONTRIBUTOR
ARTiPIO Editorial
에스더쉬퍼 서울은 더 윈도우(The Window)라는 제목 아래 실 플로이어(Ceal Floyer), 이사 멜스하이머(Isa Melsheimer), 그리고 카린 샌더(Karin Sander) 등 작가 3인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세 명의 작가는 유리창이나 쇼윈도를 닮은 서울 전시 공간의 독특한 특성을 활용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성한다. 전시에는 두 개의 시선이 존재한다. 관객은 작가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지만, 반대로 관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에스더쉬퍼는 베를린 작가들을 서울에서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한국 작가 8인의 단체전을 올여름 베를린과 서울 공간에서 동시에 개최해 한국과 유럽 미술의 교류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귀족들은 희귀한 물건을 수집하는 것을 즐겼는데, 투명한 유리창이 있는 캐비닛에 수집한 물건을 진열해 두었고, “호기심의 캐비닛(cabinets of curiosities)” 이라고 불렀다. 이는 호화로운 파티를 할 때 손님들에게 자신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중요한 소재였고, 여행을 통해 얻은 희귀한 오브제는 장대한 모험에 대해 자랑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매력적인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그들의 지성, 학식, 부, 취향, 성격을 정의하고 그러한 모습이 사람들을 압도하길 바라기도 했다.
Domenico Remps, Cabinet of Curiosities (c. 1690)
현대소비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반영한 곳은 쇼윈도 일 것이다. 이미 20세기의 유명 예술가인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 앤디 워홀(Andy Warhol),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 등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재로 미술과 패션을 혼합한 상업매장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디자인했다.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 Swedish-American Sculptor, b.1929), 그리고 최근에 엘름그린 & 드라그셋(Michael Elmgreen, b.1961 & Ingar Dragset, b.1969)도 실제 상업 브랜드의 매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쇼윈도를 촬영했던 최초의 사진 예술가들, 유리창 너머의 풍경을 동경했던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 이브 클라인(Yves Klein)이나 제프 쿤스(Jeff Koons)가 선사한 글래스큐브 안의 기념비적인 작품 등 미술사 속에 등장하는 캐비닛인 비트린(vitrine) 공간은 시대의 다양한 인간의 환상과 욕망을 투영하는 매개체가 되어왔다.
Elmgreen & Dragset (2005) U.S. Route 90, Davis County, Texas
Focus | Yves Klein, OPERA GALLERY GENEVA (30 September – 23 October 2021)
Jeff Koons, New Hoover Convertibles, Green, Blue; New Hoover Convertibles, Green, Blue; Doubledecker1981–1987,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에스더쉬퍼 서울 1층에 자리한 유리 통 창과 그 너머로 보이는 쇼윈도 전시 공간은 이러한 비트린(vitrine)공간을 연상하듯, 관람객을 개념 미술의 세계로 안내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관람객은 사적인 공간을 들여다보는 관찰자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세상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탐험가가 될 수도 있다.
독일의 대표 화랑으로 자리매김한 에스더쉬퍼 갤러리는 쾰른에서 첫 개관을 시작으로 현재는 베를린에 거점을 두고 있다. 동서독의 통일로 개방적인 시각문화를 수용한 미술정책과 토론을 중시하는 미술교육으로 인해 발달한 독일의 개념미술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독보적 위상을 구축했다. 그렇기에 독일 기반의 에스더쉬퍼가 소개하는 개념미술은 보다 흥미롭게 전해진다.
개념미술 작품은 난해하고 때로는 작가의 수고로움이 전혀 보이지 않아 관람객의 반감을 사기도 하지만, 우리는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마르셀뒤샹의 전시 “The Essential DUCHAMP”로 인해 개념미술에 어느정도 가까워졌는지도 모른다.
Marcel Duchamp, Fountain, 1917, replica 1964 © Succession Marcel Duchamp/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23
상점에서 구입한 남성 소변기에 서명을 한 후 타이틀을 붙여 전시에 출품했던 뒤샹의 “샘”은 개념미술의 시작이자, 아이디어 자체가 작품이 되는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렸다.
Esther Schipper, PHOTO BY KRISTIAN SCHULLER
갤러리 오너인 에스더쉬퍼(Esther Schipper)는 비평가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미술 사학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녀는 2018년 영국의 아트리뷰 <ART REVIEW>가 선정한 ‘2018년 파워100인’에 오른 인물이며, 이 갤러리 소속 작가 중 4명이 동시에 리스트에 오를 만큼 영향력 있는 갤러리 브랜드로 주목받았다.
2019년, 개관 30주년을 맞은 에스더쉬퍼는 그 명성에 걸맞게, 글래드스톤 한국관 개관전으로 소개된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b.1964), 국제갤러리가 전시하여 국내 인기몰이를 한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b.1964), 갤러리 바톤이 선보였던 리암 길릭(Liam Gillick, b.1964), 그 밖에도 안젤라 블로흐(Angela Bulloch),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마틴 보이스(Martin Boyce), 티노 세갈(Tino Sehgal) 등 설립 이후 30년 이상 긴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많은 작가들이 에스더쉬퍼와 함께하고 있다.
Liam Gillick, The Work Life Effect, Gwangju Museum of Art, Gwangju, 2021. Photo © Gwangju Museum of Art, Korea
Ugo Rondinone, nuns + monks, Esther Schipper, Berlin, 2020. Photo © Andrea Rossetti
Une seconde d’éternité,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Paris, 2022;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Courtesy Pinault Collection. Photo © Andrea Rossetti
지난 3월부터 에스더쉬퍼 서울관에서 시리즈로 이어오고 있는 독일 작가 3인의 개인전으로 구성된 <The Window> 프로젝트는 갤러리 1층의 통 창이 자리한 공간에서 시작하고, 이곳은 작가의 작품으로 들어가는 창문이자, 투명한 창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3월 7일 부터 4월 14일까지 진행되는 실 플로이어(Ceal Floyer, Germany, b.1968)의 첫 번째 전시에서는 “Warning Birds”의 작품에서 무수히 많은 새들의 어두운 실루엣이 유리창을 가득 덮었다. 대로변 소음방지벽에 부착하는 새 충돌 방지용 스티커와 유사한 검은색 새 모양 스티커를 갤러리의 유리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러한 배열로 인해 창문은 안팎을 내다볼 수 있는 기능을, 스티커는 눈에 띄지 않으면서 새를 쫓는 기능을 상실한다. 이렇듯 유리창 너머로 구성된 작가만의 세계는 기존의 의미를 상실한 채 각기 다른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Ceal Floyer Warning Birds, 2002 Self-adhesive stickers on window Dimensions variable Exhibition view: The Window.
Ceal Floyer, Esther Schipper, Seoul, 2023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 Paris/Seoul © The artist / VG Bild-Kunst, Bonn 2023 Photo © Hyun Jun Lee
이어 4월 25일부터 5월 26일까지 두번째로 진행하는 이사 멜스하이머(Isa Melsheimer, Germany, b.1968)의 전시에서는 혼돈과 질서, 아름다움과 위협 등 서로 모순된 개념을 결합하는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수백개의 녹색 유리 조각으로 만든 작품은 깨진 파편의 취약성과 파편의 조합이 만들어낸 산과 같은 거대함의 모순을 함께 가지고 있다. 또한 ‘유리’라는 물질이 깨지기 전에는 무엇인가를 담거나 보호하지만, 깨지고 나서 위협적인 대상이 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복잡한 수학적 구조를 섬세한 실 자수와 진주로 우아하게 표현한 그녀만의 대규모 섬유 작업이 유리 작품과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
Exhibition view: The Window. Isa Melsheimer, Esther Schipper, Seoul, 2023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 Paris/Seoul Photo © Hyun Jun Lee
이사 멜스하이어는 과슈(고무수채화법)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매우 사적이고 추상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창문을 통해 보는 긴 예술의 역사적 전통을 이어오는 <The Window> 프로젝트는 마치 작가의 개념미술 작품을 액자에 넣은 것과 같고, 유리상자나 쇼윈도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개념미술을 이해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혹은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을 만큼 난해할 때도 있지만, 에스더쉬퍼의 <The Window> 3인 전시는 그러한 관람객을 윈도우 앞으로 초대하고, 갤러리의 상층 공간에 전시된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로 천천히 그리고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Karin Sander 37°32‘13.199“N 126°59‘17.352“E, 2023 © The artist / VG Bild-Kunst, Bonn 2023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 Paris/Seoul Photo © Hyun Jun Lee; Photo montage © Studio Karin Sander
6월 7일부터 7월 8일까지는 <The Window> 프로젝트의 세번째 전시인 카린 샌더(Karin Sander, Germany, b.1957)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The Window> 3인전으로 꾸려진 Spring Program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우현정 큐레이터의 특별 강연이 함께 한다.
- 실 플로이어: 2023년 3월 11일 (토) 오후 2시
- 이사 멜스하이머: 2023년 4월 29일 (토) 오후 2시
- 카린 샌더: 2023년 6월 10일 (토) 오후 2시
에쉬더 쉬퍼 서울은 각각의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본 강연을 통해 관람객은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사할 예정이다.
눈을 매혹 시키는 시각적인 자극을 잠시 잊고, 3인 3색의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 와 ‘아이디어’를 직접 만나 보길 바란다.
전시 안내
전시 제목 : 《Spring Program : The Window》 3인 기획 전시
전시 장소 : 에스더쉬퍼 서울 Esther Schipper Seoul
전시 기간 :
Spring Program : Ceal Floyer 2023년 3월 7일(화) – 4월 14일(금)
Spring Program : Isa Melsheimer 2023년 4월 25일(화) – 5월 26일(금)
Spring Program : Karin Sander 2023년 6월 7일(수) – 7월 1일(토)
관람 안내 : (화–토) 12:00 – 18:00 / 일 · 월 · 공휴일 휴관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