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REVIEW
애드워드 호퍼의 길 위에서,
현대인의 고독을 마주하다.
Edward Hopper
에드워드 호퍼
VENUE
ARTIST
DATE
APR 20 - AUG 20, 2023
CONTRIBUTOR
김새슬 큐레이터
좋은 작품이란 무엇일까?
나는 종종 작품 앞에서 이런 생각에 빠진다. 예술을 평가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시대마다 또 환경과 상황에 따라서 변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예술이 주는 감동’은 과연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좋은 작품이라 말하는 것일까? 이 질문은 늘 나를 고민하게 한다.
정답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간 수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를 드나들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관람객이 얼마만큼 작가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전시와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작품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오늘날을 마주할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전시에 몰입했고 작가에게 열광했다. 예술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Seoul Museum of Art |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Youtube : 서울시립미술관
2023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 전시로 불리는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가 4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SeMA) 서소문본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에 대한 기대감은 개막전 13만장의 티켓이 팔렸다는 소식으로 그 열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제는 미술 전시에 오픈런과 얼리버드 티켓의 매진 행렬 그리고 수십 만명의 사람이 몰리는 것이 더 이상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왜 이토록 애드워드 호퍼가 한국에 상륙하기를 손꼽아 기다렸는지 궁금했다. 1900년대 초 미국 작가인 호퍼가 오늘날 재조명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작품을 마주하고서 나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 전경, 사진 홍철기. ⓒ 2023, 서울시립미술관._보도자료_2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는 현대인이 마주한 일상과 정서를 독자적인 시각으로 화폭에 담아낸다. 산업화와 제 1차 세계대전, 경제대공황을 겪은 미국의 모습을 잘 나타 냈고 그 때문에 그는 20세기 리얼리즘의 대표 화가로 불린다.
에드워드 호퍼, 〈푸른 저녁〉, 1914. 캔버스에 유채, 91.8 × 182.7 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Josephine N. Hopper Bequest 70.1208. © 2023 Heirs of Josephine Hopper/Licensed by SACK, Seoul
애드워드 호퍼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시작했지만 작가가 되길 꿈꾸던 청년이었다. 그는 세 차례 파리여행에서 작가 인생에 많은 전환점을 가지게 되었는데, 특히 빛을 사용하는 방법에 눈을 떴다. 빛의 대조를 통해 본인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게 되었고 파리에서의 풍경들을 화폭에 담아 ‘푸른 저녁’(1914년)을 완성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미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생전 단 한번만 전시된 작품이지만 파리에서의 경험들을 통해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확장했다.
애드워드 호퍼의 작품에는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과 스냅 사진 같은 독특한 구도 그리고 작품 속 인물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이 느껴진다. 무관심으로 흘려버리는 평범한 것에서 대상과 공간을 세심히 관찰했고 그 속에 포착된 현실을 호퍼만의 화법으로 보여준다.
에드워드 호퍼, 〈햇빛 속의 여인〉, 1961. 린넨에 유채, 101.9 × 152.9 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50th Anniversary Gift of Mr. and Mrs. Albert Hackett in honor of Edith and Lloyd Goodrich 84.31. © 2023 Heirs of Josephine Hopper/Licensed by SACK, Seoul
100년 가까운 시간의 차이에도 우리는 호퍼의 작품앞에서 도시와 도시인의 고독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우리도 그의 작품 앞에서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현대인의 삶에 고독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지만 지난 3년간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상처는 함께 보다는 혼자가, 공동체보다는 개인이 중요한 시대가 되어 군중 속 고독과 도시 속 현대인의 외로움을 더욱 깊게 했다.
그림자의 대담한 구도, 과묵했던 그에게 그림은 세상에 대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소통의 통로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호퍼의 그림 앞에서 나는 나의 고독, 오늘 우리 사회의 고독과 외로움을 마주했다.
에드워드 호퍼, 〈철길의 석양〉, 1929. 캔버스에 유채, 74.5 × 122.2 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Josephine N. Hopper Bequest 70.1170. © 2023 Heirs of Josephine Hopper/Licensed by SACK, Seoul
이번 전시의 제목 ‘길 위에서’는 호퍼가 거듭 방문한 네 곳으로 향하는 길이자, 그곳에서 호퍼가 독자적인 예술을 성숙시켜 가는 여정과 나아가 그 길 위에서 우리가 호퍼를 만나는 순간을 상징한다.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일대, 케이프코드 등 작품 속에 작가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물리적 장소뿐만 아니라 작가가 걸어온 다채롭고 심오한 여정은 위대한 예술의 흔적을 남겼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애드워드 호퍼를 만나는 관람객 모두가 각자의 길 위에서 아름다운 여정을 떠날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 전경, 사진 홍철기. ⓒ 2023,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안내
전시 제목 :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Edward Hopper: From City to Coast》
전시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 층
전시 기간 : 2023년 4월 20일(목) – 8월 20일(일)
관람 안내 : 평일(화–금) 10:00 – 20:00 / 토 · 일 · 공휴일 휴관
필자 김새슬은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상하이 대학 미술학부에서 예술학 이론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상하이 파워 롱뮤지엄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근무하였으며, 미술경제와 미술산업에 대해 고민하며 글을 쓴다. 현재 롯데백화점 아트컨텐츠실에서 근무하며 아트페어와 전시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