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28 – 06.11 《Walking the In-Betweens》 전시 전경, Courtesy Peres Projects
ART TOUR · GALLERY
Walking the In-Between
Cece Philips
씨씨 필립스
PERES PROJECTS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은 2023년 4월 28일(금), 서울 종로 삼청동 지역에 새로운 전시 공간을 개관한다. 작년 2022년, 갤러리 20주년을 맞아 개관한 이탈리아 밀라노와 서울 신라호텔에 각각 분점을 개관한 지 약 1년 만에 더욱 큰 규모로 국내 관객에게 선보일 공간은 경복궁과 북촌 등 문화재가 자리한 곳일 뿐 아니라,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들이 응집되어 있는 삼청동에 자리하며 한국 예술계 한편에 당당히 자리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씨씨 필립스, <Midsummer Music>, 2023. 캔버스에 오일, 150 x 100 cm
이번 개관전은 새 출발에 대한 설렘을 담아 영국의 젊은 신예 작가 씨씨 필립스의 개인전과 갤러리 전속 작가 7명의 그룹전, 두 가지 전시를 동시에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개인전은 9점, 그리고 그룹전은 9점의 회화를 각각 선보인다. 이번 신관에서의 첫 전시를 기념하기 위해 하비에르 페레스 대표와 씨씨 필립스가 내한해 개관 오프닝에 참석할 예정이다.
23.04.28 – 06.11 《Walking the In-Betweens》 전시 전경, Courtesy Peres Projects
페레스프로젝트가 자리 잡은 이곳은 2003년에 완공돼 올해로 20년을 맞이했다. 삼청∙사간동 일대와 긴 시간을 함께해 왔으며, 2002년에 설립된 갤러리의 역사와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외형은 오래된 기존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되, 간결한 갤러리 입구와 로고 디자인으로 주변 건축물들과 조화롭게 지내 온 지난 20년 세월이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도록 변화를 최소화했다.
갤러리는 지하 주차장 1개 층, 지상 4개 층의 총 5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관람객을 맞이할 전시 공간은 1-2층이며, 3층은 컬4층은 각각 업무 층으로 사용된다. 1-2층의 전시 공간은 오직 작품과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만을 위해 최적의 공간감과 자연광에 가까운 빛 조성 등의 연출에 집중하는 것으로 공간적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설계 당시 훗날 갤러리로도 사용될 것을 염두에 두었던 덕분에 건물 층 중 가장 높은 층고의 1층이 완성됐으며, 이는 페레스프로젝트의 전시에서 톡톡히 역할을 해 낼 예정이다.
이번 갤러리의 인테리어 시공 역시 서울신라호텔 공간과 마찬가지로 여름디자인에서 맡아 세월이 깃든 외부에서 최신의 현대미술 갤러리로 연결되는 조화로움을 극대화했다.
Cece Philips Soon, 2023 Painting – Oil on canvas 100 x 100 cm (39 x 39 in) (CP12093) Courtesy PERES PROJECTS, Berlin, Seoul, and Milan.
씨씨 필립스(b. 1996, 영국 런던)의 개인전 ≪Walking the In-Between≫은 그녀의 아시아 첫 전시이자, 갤러리와 함께한 두 번째 전시이다. 어둠이 드리워진 밤, 도시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그녀의 첫 전시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에 뒤이어 이번 전시 또한 유색인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경계의 공간, 시간, 상황의 탐구를 지속하는 작가는 런던, 피렌체, 캘리포니아를 연상시키는 정장을 입은 여성들이 사는 대도시로의 기나긴 산책으로 관객을 이끈다.
Cece Philips Reflections, 2023 Painting – Oil on canvas 102 x 77 cm (40 x 30 in) (CP12094), Courtesy PERES PROJECTS, Berlin, Seoul, and Milan.
전시를 구성하는 총 9점의 회화 작품에는 낮과 밤의 경계에서 느낄 수 있는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담겨져 있다. 주변인의 입장이 된 관객들은 열린 창문이나 반대편 길가들을 통해 덤불 혹은 소파 너머로 보이는 다양한 장면들을 관찰한다.
이렇듯 씨씨 필립스는 의도적으로 관객들을 관찰자의 입장에 위치시킨다. 일반적으로 갤러리에서 무엇을 본다는 행위는 환영과 기대를 받지만, 작가이자 연구자인 롤라케 오사비아(Rolake Osabia)가 전시에 관해 작성한 “노란 불빛을 따라가세요.”라는 제목의 글처럼, 작품 앞에 선 관객의 시선은 ‘은밀한’ 것이 된다. ≪Walking the In-Between≫을 구성하는 작품들에 찬사를 보내는 오사비아의 글은 익명의 관찰자가 경험한 산책에 대해 서술하며 필립스의 작품들을 해설하는데,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뿐 아니라 작가의 시선으로도 읽어낼 수 있다.
Cece Philips Pocket Queens, 2023 Painting – Oil on canvas 91 x 122 cm (36 x 48 in) (CP12092), Courtesy PERES PROJECTS, Berlin, Seoul, and Milan.
필립스는 이번 신작에서 도시를 걷는 산책자(flâneur)인 인물을 계속 붙든 채로 시선의 정치학을 파고든다. 여기서 산책은 여성, 특히 유색 인종 여성이 어떻게 공공 공간을 점유하고 경험했는가를 질문하는 장치가 된다. 근대성의 전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산책자(flâneur)는 주로 남성으로, 그들은 예리하지만 무심한 현대 도시 생활의 관찰자이다.
필립스는 자신의 작업으로 관찰자의 그러한 태도가 은연중에 갖는 특권을 강조한다. 어디든 속하는 데다, 위험이나 의심 없이 도시를 방황하고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사치이다. 필립스는 작가인 동시에 여성으로서 타인에 의해 자신이 관찰된 만큼 타인을 관찰하고 있으며, ≪Walking the In-Between≫은 양쪽의 입장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무엇이 보여질 것인가? 무엇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이끌어낼 것인가? 무엇이 소속될 것인가?”라는 질문들이 전시를 관통한다.
Cece Philips The Green House, 2023 Painting – Oil on canvas 154 x 122 cm (57 x 48 in) (CP12087), Courtesy PERES PROJECTS, Berlin, Seoul, and Milan.
Cece Philips I Spy a Stranger, 2023 Painting – Oil on canvas 180 x 120 cm (71 x 47 in) (CP12088), Courtesy PERES PROJECTS, Berlin, Seoul, and Milan.
전시된 작품들에서 여성은 특히 해질녘 무렵의 도로와 바, 클럽이라는, 그동안 전형적으로 여성과는 반대된다고 여겨져 왔던 공간들을 점유한다. 자줏빛 정장과 실크 모자 차림의, 귀족적이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필립스의 작품 속 인물들은 <The Green House>(2023)에서 건물 옆에 모여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처럼, 비밀 결사대에 소속되어 있거나 영원한 자매애를 나눈 것처럼 보인다. 몇몇 인물들은 시선을 마주할 의도가 전혀 없었던 상태에서, 창문을 사이에 두지 않은 채 곧바로 관람객과 마주한다.
23.04.28 – 06.11 《Walking the In-Betweens》 전시 전경, Courtesy Peres Projects
인물들은 <I Spy A Stranger>(2023)와 <Blues in the Night>(2023)에서 문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그들과 차단되어 있으며, 이는 관찰자와 관찰 당하는 사람 간의 힘을 역동적으로 변화시킨다. 필립스의 작품들은 인물들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 것을 거부하지만, 타인을 바라보는 관찰자로서의 위치를 상기시키듯 <Reflections>(2023)의 거울이나 <Midsummer Music>(2023)의 창문은 관찰하고 있던 그들 자신의 이미지를 반영한다.
23.04.28 – 06.11 《Walking the In-Betweens》 전시 전경, Courtesy Peres Projects
땅거미가 지는 시간은 우리들의 시야를 방해하고 익숙함을 낯섦으로 변화시킨다. 이는 실내에 불이 켜지고 창문이 마치 진열장처럼 건물 안의 풍경을 드러내며 행인들에게 친근함을 내비치는 순간에도 그러하다. 필립스의 작품에서 이는 어스름한 푸른 색조와 대비되는 밝은 노란 계열의 색채로 묘사된다. 오사비아의 이야기 속 관찰자가 끊임없이 쫓는 대상인 이 노란 불빛은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사교 공간들로부터 흘러나오는 선율을 전달한다. 약간 열려 있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들은 흐릿하고 접근 불가능하기에, 우리들은 그곳에 속하지 못한 채 그 밤의 문턱에 남겨진다.
작가 소개
씨씨 필립스 Cece PHILIPS
b. 1996, 런던 I 런던 거주 및 작업
씨씨 필립스의 빛이 나는 작품들은 역사적 규범에 개입하기 위해 특정한 행동이나 옷, 심지어 매너리즘까지 아울러, 그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연관성을 탐구한다. 필립스는 저장된 자료들, 소설, 그리고 기억을 조합하여 작업하는데, 자세와 구성에 대한 그의 접근 방식은 고전적인 이미지들을, 전혀 다른 주제와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 모두를 떠올릴 수 있게끔 다시 써내려 간다. 그 주제들은 작품에 심리적이고 서술적인 깊이를 부여하는 빛과 공간에의 관심과 더불어, 풍부한 색채로 묘사된다. 이러한 작품 속 세부적 요소들은 작품을 관통해 그 너머로까지 관객들을 이끌고, 그들 자신의 상상이 활성화되도록 만든다.
필립스는 현재 런던의 영국 왕립 미술대학에서 회화 석사 학위를 공부 중에 있다. 2021년 그녀는 런던 홈(Home)에서 그녀의 데뷔 개인전 《I See in Colour》를 개최했다. 그 이후, 그녀는 가나 아크라의 ADA 현대미술 갤러리(ADA Contemporary Art Gallery)와 포스트 갤러리 취리히(Post Gallery Zurich)에서도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 밖에도, 필립스는 런던의 오지리 갤러리(Ojiri Gallery)와 질리언 제이슨 갤러리(Gillian Jason Gallery), 몰 갤러리(Mall Galleries), J/M 갤러리(J/M Gallery)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최근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첫 개인전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를 개최했다. 현재 뵈브클리코(Veuve Clicquot)의 국제 순회 단체전인 《Solaire Culture》에 참여 중이며, 2023년 페레스프로젝트 서울 공간에서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