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ALK · INTERVIEW
ART PEOPLE #LARURENT GRASSO
Interview
로랑 그라소가 만드는 기술의 신화
VENUE
ARTIST
DATE
MAY 4, 2023
CONTRIBUTOR
ARTiPIO Editioral
페로탕과의 두번째 개인전 ANIMA를 위해 한국에 방문한 프랑스 작가 로랑 그랑소를 페로탕 도산파크에서 만났다.
리움미술관 일민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전시에 참여하며 이미 한국에 대해 익숙한 작가는 기술과 역사,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유럽풍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한국적인 이면에 대해서도 솔직히 이야기 해주었다.
Laurent Grasso. Studies into the Past
Oil on wood, 122 x 81 x 7 cm. Photo: Claire Dorn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Q. 한국에서 개인전을 하시게 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A. 사실 한국은 처음이 아닙니다. 2005년 이후로 다섯 여섯 차례 이미 방문을 했기 때문에 저와 저의 작업이 아마 한국과 인연이 깊은 것 같다 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특별히 흥미를 가진 부분이 한국에서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한발을 담그고 미래로 다른 한발을 딛고 있는 모습이 여전히 과거에 침잠해 있는 유럽과는 다른 모습이 있습니다. 이 말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제가 작업을 위해 방문한 여러 아시아의 국가들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모습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기술이 고도화 되어 가고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에는 샤머니즘과 같은 강력한 믿음의 체계가 존재하는 모습이 있는데요, 그와 동시에 미래적인 기술이나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작가로서는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다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작가들이 기술적인 면이나 설치적으로 매우 도전정신이 강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어떤 작업을 하고자 할 때 절대로 안된다 라는 말을 하지 않는 팀을 만나는 것은 매우 기쁜 일입니다.
Laurent Grasso, Memories of the Future, 2010 (Exterior of Museum 2 at Leeum Museum of Art, Seoul)
© Laurent Grasso . Collection of Leeum Samsung Museum of Art, Seoul
Q. 작품에서 역사적인 공간을 그리는데, 구름을 배치해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고 있어요. 작가 본인은 자신이 미래지향적 이라고 느끼시나요, 혹은 그림속의 공간들을 방문하는 것과 같이 과거를 돌아보는 것을 좋아하나요?
A.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시간이라는 것도 일종의 물질적인 면에서 옮겨 다닐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 라는 구분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예를 들어 제 작업 속 과거의 공간 안에 구름은 미래에서 온 것입니다. 서로 다른 시간성이 덧대어져서 혼동을 일으키는 것, 이를테면 시간이 A에서 Z로 선형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원형처럼 서로 다른 시기가 같은 장소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입니다. (영상작업과 라이다스캐너를 이용한 작업들은 좀더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고, 변이된 꽃 작업들 역시 미래에 대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리움에 설치 되었던 Memories of the Future 라는 작업에서는 “미래의 기억들”이라는 것은 모순적인 표현이고 불가능한 것인데요, 이것이 제가 시간이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Laurent Grasso. Future Herbarium, 2022
Oil and palladium leaf on wood, 85.5 x 85.5 x 6.5 cm
Photo: Andy H. Jung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Q. 조각의 재료를 청동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A. ‘동’이라는 소재는 과거에 속하는 소재이자 미래에 속하는 소재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굉장히 튼튼하기 때문에 정원과 같은 야외에 둘 수 있고, 동시에 굉장히 앤틱한 면이 있기때문에 일종의 균형이 존재하는 소재입니다.
저는 상당히 미묘하고 세밀한 작업들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오래가고 강해서 야외에 둘 수 있는 작업을 합니다. 전시에 포함 되어 있는 “미네르바의 가면”이라는 작품은 오닉스(Onyx)라는 소재로 만들었는데요, 이것 역시 야외에 둘 수 있는 소재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반드시 전시장 안에만 두려고 만든 것이라기 보다는 다른 상황에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지금은 전시장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Laurent Grasso. Anima, 2023
Bronze, 130 x 44 x 30 cm
Photo: Tanguy Beurdeley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Laurent Grasso. Panoptes, 2022
Black bronze, 90 x 105 x 15 cm
Photo: Tanguy Beurdeley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Laurent Grasso. The Helmet of Minerva, 2019
Onyx, LED, transformer, 60 x 46.4 x 9.3 cm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Q. 조금 다른 질문이지만 최근에 프랑스에서 작품에 대한 세금이 많이 오른다는 소식이 있었어요.
A. 앞으로 프랑스에서 미술 작품을 구입 했을 때 내야할 세금을 이전 대비 4배 정도 올린다고 하네요. 정말 좋은 생각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미술시장을 억압하는 정책이죠.
Laurent Grasso
Anima, 2022 film HR, 18’14’’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Q. 지금 한국은 어느때 보다도 전시 행사가 활발합니다. 이번에 한국에 방문해 다녀오신 한국 전시는 어디인가요?
A. 오늘 오전에 마침 삼청동의 PKM과 국제갤러리를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매우 매우 매우 인상적이었던 곳은 다름아닌 국립중앙박물관이었습니다. 마치 미래에서 온 듯한 전시 디자인과 설치라고 느꼈습니다.
Q. 아트부산이 곧 개최되는데, 부산에 가보실 계획이 있으신지, 그 외 한국의 다른 전시에 가볼 계획이 있으실까요?
A. 저는 이미 두차례 부산에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비엔날레도 다녀왔어요. 이번에 저는 대전의 씬시티라는 새로운 예술재단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한국에는 프리즈도 개최가 되었고 정말 방문할 곳이 많아요. 오늘 저녁에는 롯데뮤지엄의 제이알 전시도 가볼거에요. 작가라면 누구나 이런 활발한 미술씬에 참여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20년 전부터도 그랬지만 한국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활기찬 아트씬이 있습니다.
Laurent Grasso
Anima, 2022 film HR, 18’14’’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작가소개
1972년생인 로랑 그라소는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파리의 국립 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 그리고 뉴욕의 쿠퍼 유니온(Cooper Union)을 졸업했다. 2015년 문화예술공로훈장 기사장을 수훈했고, 2008년 마르셀 뒤샹 상을 수상했다. 또한 로마에 위치한 프렌치 아카데미(메디치 빌라)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04-2005).
몰입형 설치와 환경을 만들어내는 그의 전시는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 그랑 팔레(Grand Palais),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죄드폼 국립미술관(Musée du Jeu de Paume) 등 파리의 우수한 미술관에서 진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도쿄의 모리 미술관(Mori Art Museum),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베이징의 레드브릭 미술관(Red Brick Art Museum), 런던의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 워싱턴의 허시혼 미술관 · 조각 정원(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그리고 마이매이의 바스 미술관(Bass Museum of Art) 등 해외 유수기관에서도 진행되었다. 아울러 작가는 시드니, 모스크바, 리옹, 광주, 부산 등 다수의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한편 리움미술관 파사드에 네온 작품 (2010)를 설치했으며, 2021년 전남도립미술관에서 그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로랑 그라소의 작품을 주제로 다수의 주요 모노그래프(monograph)가 출판되었으며, 곧 Rizzoli에서도 출판될 예정이다.
Installation view of Laurent Grasso. Anima, 2023,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Photo : ARTiP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