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Jennifer in Paradise·내일의 너
Thomas Sheibitz·Park Yougha
토마스 샤이비츠·박영하
Hakgoje Gallery
VENUE
ARTIST
DATE
MAY 17 - JUN 17, 2023
학고재는 5월 17일(수)부터 6월 17일(토)까지 학고재 본관에서 토마스 샤이비츠(Thomas Sheibitz, 1968-)의 개인전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Jennifer in Paradise)》와 학고재 신관에서 박영하(朴永夏, 1954-)의 개인전 《내일의 너》를 동시에 개최한다. 토마스 샤이비츠의 이번 전시회는 한국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개인전이며, 박영하는 10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 2023 캔버스에 유채, 비닐 페인트, 피그먼트 마커 120x280cm, 이미지 제공: 학고재 갤러리
박영하 PARK Young Ha, 〈내일의 너〉, 2023,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163x131cm, 이미지 제공: 학고재 갤러리
토마스 샤이비츠는 현재 독일을 대표하는 회화가로서 스프루스 마거스(독일 베를린), 킨들 현대미술센터(독일 베를린), 본 미술관(독일 본), 2013년 발틱 현대미술센터(영국 게이츠헤드),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독일 프랑크푸르트), 상파울루 미술관(브라질 상파울루) 등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2023 스위스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 참여 작가로도 선정되어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박영하 작가는 1980년대부터 신추상표현주의 회화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 화단을 이끌어왔던 중진 작가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호주 시드니 애넌데일 갤러리와 일하면서 구미, 아시아를 오가며 자기 회화를 알려왔다. 박영하 작가는 작년 2022년 학고재 갤러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토마스 샤이비츠와 박영하 두 사람은 형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종래에 없었던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다.
토마스 샤이비츠(Thomas Scheibitz, 1968-)
〈에픽 게임즈〉 2022 캔버스에 유채, 비닐 페인트 160x280cm, 이미지 제공: 학고재 갤러리
토마스 샤이비츠는 전통적인 풍경화ㆍ정물화ㆍ인물화를 추상화로 변형한다. 독창적으로 개발한 색채와 독특한 깊이감, 작가의 자유로운 유희가 배합되어 새로운 경지의 회화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마스 샤이비츠는 르네상스 시기 회화, 동시대 만화, 대중매체, 그래픽디자인 등의 다양한 이미지를 추출하고 변형시켜 새롭게 구성된 이미지를 얻는가 하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연필 드로잉 이미지를 기하학적 도형과 상징체계로 변형시켜 회화나 조각의 소스로 사용한다.
<Tender>, 2022, 캔버스에 유채, 비닐 페인트, 피그먼트 마커, 190×180cm, 이미지 제공: 학고재 갤러리
이번 전시회 제목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Jennifer in Paradise)》는 우리가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포토샵(Photoshop)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토마스 놀(Thomas Knoll, 1969-)과 존 놀(John Knoll, 1962-) 형제는 1987년 보라보라섬으로 여행 가서 여자친구 제니퍼의 사진을 찍어 세계 최초로 합성사진을 제작했다. 기존의 합성 이미지는 콜라주(collage), 리터칭(retouching), 이중노출(double exposure), 혹은 다중 노출(multiple exposure)에 국한되었다. 포토샵의 개발과 함께 이미지의 직접적 변형과 맥락이 다른 이미지의 조합과 변형을 통해서 가능하게 되었다. 이로써 사실의 기록이라는 사진의 역할은 불안정해졌다. 합성사진의 등장과 함께 사진 이미지는 유희, 조작, 왜곡, 절취의 영역에 첫발을 딛게 된다. 토마스 샤이비츠는 많은 전통적인 회화 이미지 소스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추출, 변형하고 재구성한다. 따라서 관람객은, 작가가 그린 회화 속의 중심 이미지가 추상 회화인지 아니면 추상 조각의 재현 회화인지, 모호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박영하(朴永夏, 1954-)
<내일의 너>, 2023,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182x228cm, 이미지 제공: 학고재 갤러리
박영하 작가는 한국 문학사에 전설로 남아있는 시인 박두진(朴斗鎭, 1916-1998)의 삼남이다. 시인은 작가에게 ‘내일의 너’라는 화두로 작업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해야 솟아라…’로 유명한 시인 박두진이 아들에게 ‘내일의 너’라는 화두를 던진 속 뜻에는 영원히 새롭게 작업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박영하 작가는 수십 년간 같은 주제로 추상화를 그려왔다.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해주지는 않으셨다.”라면서도 “예술가는 일반인보다 한발 앞서야 한다는 점에서 내일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존재로서 회화의 본질을 고민하기 위해 이 화두를 그림으로 옮긴다.”라고 부친의 화두를 해석했다. 동시에‘내일의 너’라는 말 속에는 영원한 가능성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너’란 타인을 지칭하는 당신일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켜보는 바로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박영하 작가는 수많은 자연 대상에 감화된다. 그 모든 대상은 추상적으로 변모되기도 하고 화면 속에 숨겨지기도 한다. 작가는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미지의 생생함보다 이미지가 있는 듯 없는 듯한 현미무간(顯微無間)의 세계를 화면에 펼친다.
〈내일의 너〉 2023 캔버스에 혼합재료 260x182cm, 이미지 제공: 학고재 갤러리
박영하 작가는 회화로써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를 다룬다. 우리가 보는 자연대상은 저기 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이면서 또한 내 마음에 비춘 영상이기도 하다. 박영하 작가의 질박한 회화는 우리 정서를 대변하며, 회화적 회화(painterly painting)의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묻는 근원적 질문이다. 우리는 작가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미술사에 등장하는 전문지식 대신 작가가 던지는 나와 너에 대한 근본을 돌아보게 한다.
©Hakgoje Gallery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