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It was unusually quiet on Lafayette Street and ...
Landon Metz
랜든 메츠
가나아트 보광
가나아트는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랜든 메츠(Landon Metz, b. 1985)의 개인전 《It was unusually quiet on Lafayette Street and for a brief moment the cadence of my footsteps aligned with that of a stranger》을 개최한다. 고향인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 주의 장엄한 자연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리듬감을 자아내는 유기적이고 반복적인 형태들로 구성된 추상회화로 뉴욕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2022년 션 켈리 갤러리(Sean Kelly, 뉴욕), 2021년 와딩턴 커스토트(Waddington Custot, 영국), 2019년 패트릭 드 브룩 갤러리(Patrick de Brock Gallery, 벨기에), 2018년 본 바르타(Von Bartha, 스위스), 2014년 ADN 컬렉션(ADN Collection, 이탈리아)에서 개인전을 가지는 등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그 입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2023년 6월 9일부터 7월 16일까지 열리는 본 전시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그의 개인전으로, 2023년 제작된 다수의 회화 신작을 소개한다.
23.06.09 – 07.16, 랜든 메츠(Landon Metz) 개인전 《It was unusually quiet on Lafayette Street and for a brief moment the cadence of my footsteps aligned with that of a stranger》, 가나아트 보광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일상 속에서 예술과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은 역사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지속적으로 추구되어온 이상향이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아름다움이 인간 생활을 향상시킨다는 믿음이 있었다. 19세기 ‘예술을 위한 예술’을 지향한 모더니즘의 등장으로 예술의 구분은 엄격해지고, 각 장르별 고유의 특 성은 강화되었다. 그러한 중에도 생활과 미술을 융합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었으며, 일상에서 그 둘은 정도만 달리하여 결합과 분리를 반복하였다.
Landon Metz, I Could See The Waves But I Could Not Hear Them, 2023, Dye and canvas, 81.3 x 101.6 cm
랜든 메츠는 감각적이고 단순한 색과 유기적인 형태의 조합을 통해 추상회화라는 범주 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왔으며, 이는 전통적인 회화의 기법을 거부하는 작가의 작업방식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는 프라이밍(priming) 되지 않은 캔버스에 희석된 염료를 붓고, 표면이 채 마르기 전에 폼 브러시로 물감을 꼼꼼하게 바르며 간결한 곡선으로 형태를 그려낸다.
이후 물감이 마르는 시간 동안 염료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캔버스가 진하게 염색되는 반면 중심부는 점점 밝아지면서, 그의 작품은 절제된 색채의 그라데이션을 통해서 깊이감을 자아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은은한 그라데이션과 더불어, 사막의 모래언덕이나 붉은 암석 형상 등 고향의 자연 풍경을 연상시키는 반복적인 형태는 그의 작품에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다. 이에 더해 메츠는 물감이 칠해지지 않은 여백의 구성에도 초점을 맞췄으며, 이러한 시각적 특징들로 인해 그의 작품은 뉴 멕시코 오지를 왕래하며 영감을 받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6)의 후기 회화나 유려한 색선과 화면의 여백이 조화를 이루는 모리스 루이스(Morris Louis, 1912-1962)의 작품과 비견되곤 한다.
Landon Metz, They Were Lit From Above But Not Below, 2023, Dye and canvas, 81.3 x 101.6 cm
또한 랜든 메츠는 작품과 갤러리 주변 공간 및 구조의 관계성에 대해 연구하면서 장소특정성을 고려한 전시 디자인과 구성을 통해 실험적인 전시를 펼쳤다.
가령 2014년 레트로스펙티브 갤러리(Retrospective Gallery, 뉴욕)에서 진행된 개인전에서 메츠는 갤러리 외벽, 계단 위쪽의 벽, 전시장 한쪽 구석처럼 파격적인 위치에 작품을 설치했으며, 2015년 제임스 후엔테스 갤러리(James Fuentes Gallery, 뉴욕)의 개인전에서는 불규칙적인 곡선 형태의 대형 캔버스를 직접 제작하여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작가는 이러한 색다른 시도를 거듭하는 것에 대해 “그들(작품)이 머무는 공간의 건축을 바꾸기보단 공간과 같이 작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간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며 새로운 전시 디스플레이를 강조하는 메츠는 본 전시에서 바퀴 달린 철제 A-프레임 카트(A-Frame cart)와 작품의 국외운송에 사용되는 목재 상자 내부에 작품을 설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는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위해 새롭게 제작한 작품들은 모두 작품의 물리적인 이동과 환경적인 ‘전환’(transition)이란 주제를 함축한다고 말했다.
Landon Metz, We Took Breakfast At The Promenade And A bird Landed On My Arm, 2023, Dye and canvas, 101.6 x 81.3 cm
Landon Metz, The Ground Was Covered In Berries And The Soles Of My Shoes Changed Colors, 2023, Dye and canvas, 101.6 x 81.3 cm
본 전시의 제목인 <It was unusually quiet on Lafayette Street and for a brief moment the cadence of my footsteps aligned with that of a stranger>와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모든 회화 작품들의 제목은 작가가 바쁜 도시 생활 중 일상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에서 영감을 받아 즉흥적으로 지은 단시(短詩)로 구성되었다. 캔버스에 떨어진 서로 다른 염료가 만나서 뒤섞이고, 날씨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투명한 물감의 색이 미묘하게 바뀌는 것처럼, 그의 화면은 변화의 순간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기존의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장소에서의 조우를 상상하며 작품을 제작했다. 즉 이번 전시에 사용된 바퀴, 손수레, 목상자는 모두 랜든 메츠의 작품이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가시화하는 수단이자, 새로운 도시에서의 물리적, 개념적인 접촉점을 상징하는 셈이다.
맑은 색채의 그라데이션과 우아한 곡선의 유기적인 형태가 불러일으키는 잔잔한 울림과 리듬감을 표현해온 랜든 메츠는 이번 개인전에서 관람객이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과 작가의 자유로운 여정을 감상하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극도로 단순화되고 평면적인 형태로 영감의 원천인 애리조나 주의 자연 풍경을 표현한 작가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 가슴으로 낯선 나라, 초면의 도시에 발을 내딛으며 관람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가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랜든 메츠의 예술세계를 조망하고, 역동적이면서 부드러운 아우라로 화면을 채운 그의 신작을 감상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