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Lucid Mystery / Dark Clarity
Seeun Kim · Yoori
김세은 · 유리
Hakgoje gallery
학고재는 6월 28일(수)부터 7월 29일(토)까지 학고재 신관에서 김세은(b. 1989)과 유리(b. 1994)의 2인전 《Lucid Mystery / Dark Clarity (루시드 미스터리 / 다크 클래리티)》를 개최한다. 전도유망한 여성 회화가 2인의 작품 49점으로 구성된다.
인간이 갖고 있는 문화적 행위의 심연에 흐르고 있는, 가령 무의식이나 불가해한 감정, 미스터리한 정서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촉발하는 두렵고도 으스스한 현실에 즈음해서, 우리는 어째서 그러한 정서를 갖고 있는지, 그것들이 도대체 무엇인지 끝없이 알고자 하지만 끝내 좌절하게 된다. 우리의 젊은 두 예술가 김세은과 유리의 이야기이다.
김세은 작가와 유리 작가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불가해한 현상을 회화로 표현하고 있다. 단순히 현실에서 일어나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회화로 표현했다고 해서, 그들 세계가 공통된 것은 아니다. 의지의 차원이 남들과 다르다.
김세은, 먼 거리 획득 Long shot, 2021, 캔버스에 수용성 유화 Water mixable oil on canvas, 145x220x3cm
김세은 작가는 아주 특별하다. 근경과 원경을 하나로 합치고, 과거와 현재 풍경의 시간차를 하나로 합치거나 비우고 편집하는 과정을 통해서, 영원한 것 없이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새로운 시각언어로 발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회화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형식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김세은, 타원 조각 Rounded ground, 2020-2023, 캔버스에 수용성 유화 Water mixable oil on canvas,120x80x2 cm
김세은, 출구 Outgo, 2019-2023, 캔버스에 수용성 유화 Water mixable oil on canvas, 54.5×39 cm
김세은은 영원히 생성되고 소멸되다 다시 그 과정을 영원히 거듭하는 자연과 인간의 섭리를 회화적 요소로 재구축한다. 쌓고 허물며, 흘리고 다시 쌓고 뭉개는 과정으로 우리의 도시, 문화를 추상적으로 재구성한다. 김세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회화가이다.
유리, 이름 없는 순간에 모양을 #2 The Shape of Unnamed Moments #2, 2023,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89.4×145 cm
유리 작가는 “나의 미술은 문자로 구성되는 언어로써 채울 수 없는 언어를 다룬다.”라고 말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생각의 운송수단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언어는 삶과 밀접히 연관되다 못해 삶 그 자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가 언제, 어째서 생겼는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보다 유리 작가의 회화세계에 보다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태고에 실재와 그림을 구분할 수 없었다. 인간 스스로 주체로서 인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상(자연)과 나는 구분되지 않았다. 사람은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았다. 따라서 마술과 같은 의식 속에서 살았다. 이를 파라다이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리 , 아주 느슨한 시 A Loose Poem, 2023,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81.8×227 cm
그러나 인간은 마술적 의식을 비판하기 위해서 문자를 개발했다. 문자는 사건의 전후 맥락, 시간적 의식, 원인과 결과로 사태와 사물을 생각하게 이끌어 주었다. 이때부터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탈존하여 자의식을 갖게 된다. 자의식은 역사적 의식, 혹은 이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의식이라는 시간 의식과 이성이라는 합리적 계산으로 세계가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불가해한 힘이 우리를 지배한다. 우리는 그 불가해한 힘을 느낄 뿐,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우리는 태양과 지구를 볼 수 있을 뿐이다. 그사이에 무한한 에너지가 가득 차 있는데도 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언어로 사유하지만, 언어 밖에 있는 현상과 느낌, 그리고 사상(事象)은 외면한 채 살아간다. 김세은과 유리는 이러한 ‘unheimlich(uncanny)’한 세계의 지점을 회화로 표현한다.
©학고재 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