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Moonlight Painting
Ry David Bradley
라이 데이비드 브래들리
Gana art
가나아트는 런던과 파리를 기반으로 회화와 디지털 아트의 경계를 오가는 독창적인 작업을 지속해 온 작가 라이 데이비드 브래들리(RY David Bradley, 1979-)의 개인전, 《Moonlight Painting》을 개최한다.
그는 2009년 웹사이트 Painted, Etc를 개설하여 이미지, 모델링, NFT 등을 제작하고, 직접 설계한 메타버스 갤러리에 작품을 전시하는 등 디지털 아방가르드 미술의 중심인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23.07.07 – 08.20, Ry David Bradley 개인전, Moonlight Painting, 가나아트 나인원,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브래들리는 특히 뉴미디어 아티스트 존 래프먼(Jon Rafman)과의 협업으로 진행된 덴마크 헤르닝 현대미술관(Herning Museum of Contemporary Art)의 디지털 프로젝션 설치를 통해 섬세한 구조와 패턴이 특징적인 디지털 태피스트리 작업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이를 통해 인류사에서 전통적으로 존재해 온 수공예적 미술과 디지털 미디어와의 지속적인 상호 작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브래들리의 작품은 헤르닝 현대미술관,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Victoria, 호주), 리옹 하우스뮤지엄(Lyon Housemusem, 프랑스)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었다.
이에 가나아트는 디지털 기술로부터 파생된 이미지가 인류사회 및 동시대 미술에 미치는 영향을 끊임없이 질문하는 라이 데이비드 브래들리의 이번 개인전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작 회화작업을 조명하고자 한다.
Ry David Bradley, MOON BOOT CITY, 2023, Acrylic and Flashe on Linen Inkjet, 148cm x 148cm
호주 출신의 작가 라이 데이비드 브래들리는 2001년 영국 테이트 현대미술관에서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빌 비올라(Bill Viola)의 작품에 매혹되어 대학에서 뉴미디어 아트를 전공했다. 이후 그는 대규모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알려진 사이먼 데니(Simon Denny)나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아말리아 울만(Amalia Ulman)과 같은 젊은 작가들과 “포스트 인터넷(post internet) ”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배경으로 활동하며, 복잡한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을 마치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듯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여냈다.
브래들리는 특히 ‘클래식 디지털’이라 부르는 장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아우르는 작업으로 유럽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제작한 디지털 태피스트리(digital tapestry) 작업은 디지털 스크린 기반의 현대사회에서 ‘스크린’(screen)의 역사와 역할을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Ry David Bradley, MOON FRUIT NINJA, 2023, Acrylic and Flashe on Linen Inkjet, 148cmx x148cm
현실의 이미지를 기록하고 복제하는 용도로 쓰인 스크린은 동굴벽화, 모자이크, 화려한 태피스트리, 병풍, 근래에 들어서는 카메라 옵스큐라나 VR화면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형태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그 중에서 고대 이집트와 중세 유럽에서 유행한 태피스트리에 주목한 작가는 컴퓨터 화면을 구성하는 픽셀 단위로 이미지를 해체하고 이를 캔버스에 태피스트리로 옮긴 뒤, 표면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덧칠하면서 전경과 배경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화면을 구현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1970년대 일본 기술로 만들어진 아크릴 색실을 작품의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데 이는 디지털 인쇄 기술이 출현하기 이전,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는 데에 사용되었던 방식이다.
이처럼 언뜻 흑백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채로운 RGB 유색 실로 짜인 태피스트리는 보정된 화면 속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면서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술을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브래들리의 작업방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23.07.07 – 08.20, Ry David Bradley 개인전, Moonlight Painting, 가나아트 나인원,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몇 년 전부터 비디오아트를 구성하는 재료의 수명과 접근성 등에서 문제를 겪은 브래들리는 기술이나 구식 부품의 교체가 불필요한 회화 작업에 몰두하면서도 다양한 신기술을 신작에 접목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과 실제 사이에 뚜렷한 경계를 긋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림이 현대기술의 발전을 반영해야 한다는 작가의 믿음과 맞닿아 있다. 달빛과 밤하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본 개인전의 출품작들은 가상 현실과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오늘날의 디지털 분야 가운데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Ry David Bradley, MOON FLOWER DESK, 2023, Acrylic and Flashe on Linen Inkjet, 148cm x 148cm
브래들리는 이번 신작을 준비하면서 인공지능의 무한한 발전가능성과 한계를 직접 경험했다. 이성적인 사고와 과학으로 무장한 듯하지만, 인공지능은 텍스트를 이미지로 추출함에 있어 종종 꿈의 한 장면처럼 연출된 초현실적인 결과물을 보여주곤 한다. 인공지능 개발사 OpenAI의 이미지 생성기인 DALL-E가 20세기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의 이름을 따온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번 전시에서 브래들리는 DALL-E의 이러한 특징을 역으로 활용하여 특정한 시대나 장소를 추론할 수 없는 몽환적인 장면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Ry David Bradley, MOON ROCKET BATTERY, 2023, Acrylic and Flashe on Linen Inkjet, 148cm x 148cm
브래들리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인공지능에 달의 표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학습시켰으며, 이를 기반으로 추출한 결과물에서 텍스처를 변경하고 구도를 다듬으며 이미지를 편집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완성한 최종 이미지를 결이 고운 리넨에 프린트한 뒤 아크릴과 플래쉬(Flashe) 물감으로 그 위에 새로운 형상들을 그려 넣었다. 경계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흐릿한 달의 배경과 대조적으로 브래들리가 직접 손으로 그린 무채색의 선들은 다소 거칠고 장난스럽다.
작가는 이 작업과정에서 그가 자주 사용하는 아이패드 스트로크와 3D 디지털 그라데이션 효과를 재현하면서 디지털 사회의 빠른 속도감과 거리감을 표현했다. 또한 그는 본 전시에서 새롭게 소개되는 회화 작품들을 통해 회색의 역할과 가능성에 주목했다. 회색은 포토샵 배경의 기본 색상이자, 이 시대의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인 애플(Apple)의 대표적인 색이다.
23.07.07 – 08.20, Ry David Bradley 개인전, Moonlight Painting, 가나아트 나인원,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브래들리는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회색으로 작업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재료와 기법을 거쳐서 탄생한 두 종류의 회색이 겹쳐지면서 만들어내는 광학 예술적 착시 효과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을 증명하듯 검은색과 회색의 제한된 색채를 사용한 화면은 이질적인 선과 표현의 조합을 통해 미묘한 떨림을 선사하며, 관객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새로운 차원의 감상을 유도한다.
이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무중력 상태의 우주와 달에서도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거라는 작가의 상상력으로부터 비롯된 회화 신작은 오늘날의 이미지 제작의 개념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진다. 브래들리는 이번 《Moonlight Painting》 개인전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및 3D 모델링 기술을 활용하면서, 현대사회는 이제 ‘포스트 인터넷’이 아닌 ‘포스트 AI’로 전환되는 시작점에 와있음을 암시한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발전한 지금, 라이 데이비드 브래들리는 전통적 장르인 회화와 디지털 세계를 넘나들며 시각예술의 확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Gana ar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