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TREND
명품과 예술이 만나다 -
Park Seo-bo · Yayoi Kusama
박서보 · 쿠사마 야요이
ARTiPIO
KEYWORD
DATE
JUL 26, 2023
CONTRIBUTOR
ARTiPIO Editorial
루이 비통(Louis Vuitton)은 200년 가까이 장신 정신을 바탕으로 실용성과 우아함의 조화를 이루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요. 특히 루이 비통의 고유한 철학은 바로 ‘여행 예술(Art of Travel)’인 만큼, 브랜드에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특히 최근 한국에서 다양한 결실을 맺고 있는데요. 2023년 4월, 루이 비통은 세계인이 주목하는 도시로 ‘서울’을 지정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 중입니다. 한강 잠수교에서 하우스 최초의 2023 프리폴(Fre-fall) 여성 컬렉션 패션쇼를 진행하기도 했죠.
Louis Vuitton Pre-Fall 2023 Fashion Show | LOUIS VUITTON 출처: Louis Vuitton Youtube
이외에도,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의 전시 공간인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ESPACE Louis Vuitton Seoul)’에서는 루이 비통의 소장작 컬렉션 전시인《미술관 벽 너머》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3월까지 진행된 알렉스 카츠 전시에 이어, 6월부터 9월까지 미국 상징적인 아티스트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전시<ON STAGE – PART II> 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각종 예술을 지원하는 루이 비통은 전 세계 유명 아티스트들과 제품에서도 다양한 콜라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현대미술계의 거장,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HOT 아티스트들과 새로운 명품이자 작품을 탄생시켰는데요.
1854년부터 16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온 명품 대표 브랜드 루이 비통이 선택한 작가는 과연 누구일까요?
1. 박서보(Park Seo-bo, b.1931-2023)
박서보 화백의 모습 © 박서보재단
2022년 11월, 루이 비통 메종 서울에서 ‘아티카퓌신 프레젠테이션’을 개최했는데요. 한국인 작가 중, 처음으로 루이 비통 제품 협업을 진행한 영광을 바로 ‘박서보’ 화백이 누린 것이죠. 세계적인 현대 미술 작가 6명의 시선이 담긴 ‘아티카퓌신 컬렉션’은 무엇일까요?
루이 비통의 카퓌신(Capucines)은 1854년 루이 비통의 첫 공방이 자리했던 뇌브 데 카퓌신(Neuve-des-Capucines) 거리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2019년부터 ‘아티카퓌신 (ArtyCapucines) 컬렉션’에서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가 빛나는 카퓌신 백에 현대미술 작가들의 비전을 담아내어 매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작가별 한정판 200개의 제품만을 생산하기에 보다 더 귀한 제품이죠.
2022년에는 한국 현대 미술의 살아있는 거장인 박서보 화백, 다니엘 뷔랑(Daniel Buren),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피터 마리노(Peter Marino), 케네디 얀코(Kennedy Yanko), 아멜리 베르트랑(Amélie Bertrand) 등 6명의 아티스트가 다양한 매력의 아티카퓌신을 선보였습니다.
박서보의 아티카퓌신은 그의 대표 연작 <묘법(描法•Écriture)> 시리즈 중, 2016년 작을 기반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박서보만의 트레이드 마크인 ‘골(이랑)’의 종횡 형태를 이룬 질감을 루이 비통 가죽에 고스란히 표현해냈는데요.
Courtesy of the artist and Louis Vuitton, Paris Photo credits: © Louis Vuitton
화백의 작품에 아름답게 표현된 촉감과 질감을 재창조하기 위해 카프스킨에 먼저 붓질 효과(coup de pinceau)를 낸 후, 작품의 고화질 스캔본을 바탕으로 고도의 3D 고무 사출 작업을 가죽에 정교하게 적용했습니다. 가방마다 작품이 완벽히 구현될 수 있도록 밝은 레드 및 버건디 색감의 가죽에 수작업이 더해지며 고색미가 배어나는 아티카퓌신이 완성됩니다. 더불어 천연 린넨 캔버스를 안감으로 덧댄 아티카퓌신 내부에는 박서보 화백의 원작 뒷면을 그대로 재현해, 중앙에 위치한 포켓에 프린팅된 화백의 서명 또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해당 백은 출시와 동시에 매진될 정도로 그 열기가 매우 뜨거웠고, 가치 또한 보다 높아졌죠. 이처럼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이 169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선택한 한국 작가인 박서보 화백의 만남은 뜻깊은 글로벌 협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 번은 ‘반다이산’에서 골짜기를 바라보는데, 그 골짜기가 태양에 직렬 되었을 때는 빨간 형광을 발라놓은 것 같았습니다. 색깔이 너무 강렬해서 불길이 저를 태워 죽이려 쫓아오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지요. 그때, ‘이 작은 존재인 나는 미처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정말 자연이 위대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 박서보 –
2. 쿠사마 야요이 (Yayoi Kusama, b. 1929)
쿠사마 야요이의 모습 © Yayoi Kusama
쿠사마 야요이는 현존하는 여성 예술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자, 생존 여성 작가 중 작품값이 가장 비싼 작가죠. 명실상부한 글로벌 아티스트로서 가장 주목받는 현대미술 거장 중 한 명입니다.
최근 루이 비통에서는 11년 만에 일본 현대미술계의 거장인 쿠사마 야요이와 다시 함께 콜라보 컬렉션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첫 번째 협업 프로젝트인 2012년에는 여성 컬렉션 위주의 협업이었다면, 2023년 1월, 보다 확장되고 진화된 그녀만의 패턴이 온 매장을 가득 매웁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페인티드 도트, 메탈 도트, 인피니트 도트, 사이키 델릭 플라워 총 4가지의 주요 모티브를 선보입니다. 이러한 화려한 모티브들을 토대로 가방부터 의류, 악세서리, 향수까지 다방면의 루이 비통 명품 아이템에 어우러진 쿠사마 야요이의 시그니처 캐릭터 및 컬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Louis Vuitton, New York (5th avenue) 매장 외관 전경. ©2023 Art Baker
루이 비통에서는 쿠사마 야요이와의 두 번째 협업을 위한 대대적인 이벤트를 전 세계에서 화려하게 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뉴욕 맨해튼 명품 거리인 5번가(5th avenue)에 위치한 루이 비통 매장은 쿠사마 만의 오색찬란한 도트로 뒤덮여 거리를 오가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죠. 뉴욕뿐 아니라, 서울, 도쿄, 런던, 파리 등 전 세계 루이 비통 쇼윈도 매장도 화려한 도트로 물들었습니다.
신주쿠역 광장에서 쿠사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알리는 3D 애니메이션 영상을 상영했는가 하면 도쿄역 광장에는 쿠사마의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했는데요. 루이 비통 관계자는 “이번 협업은 쿠사마 야요이에 대한 존중과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완성된 컬렉션으로서, 일상을 채우는 루이 비통의 예술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녀만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다방면의 아이템으로 선보인 점이 눈에 띕니다.
Louis Vuitton New York (5th avenue) 매장 내부 전경. ©2023 Art Baker
전 세계 루이 비통 매장 안은 그녀의 창의성이 루이 비통의 장인 정신과 만나며, 화려한 주제로 재해석된 상징적인 제품들이 눈에 띕니다. 대담한 예술과 장인 정신을 담아낸 컬렉션은 메종의 디자인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호박, 얼굴, 조형적 꽃, 그리고 인피니티 도트와 같은 새로운 모티브를 소개합니다.
일본 작은 시골 소녀가 국제적으로 유명한 예술가가 되기까지, 쿠사마는 그녀만의 예술의 힘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화려하게 변화시켰습니다. 오늘날 살아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예술가로 급부상 한 것이죠.
“나는 아무도 하지 않고, 밟아본 적 없는 쿠사마의 세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 쿠사마 야요이 –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국내 루이 비통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325% 성장한 매출 수치를 달성하며, 쿠사마 야요이와의 콜라보레이션 ‘신상’ 효과를 확실히 얻었는데요. 루이 비통에서만의 인기뿐 아니라, 미술시장에서 또한 그녀의 인기를 실감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2022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당해 동안 약 280억 원어치의 작품이 거래되며 미술계, 패션계까지 섭렵한 모습을 여실히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루이 비통의 쿠사마 야요이 컬렉션 (LV X YK 온더고 MM, 502만원)과 함께한 모델 지젠 번천 © Louis Vuitton
루이 비통의 쿠사마 야요이 컬렉션 남성용 가방(LV X YK 키플 50, 604만원)과 함께 한 모델 안드레 아렌드 반 드 누르드 © Louis Vuitton
이외에도 지금까지 루이 비통은 2003년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 b.1962), 2008년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 b.1949), 2017년 제프 쿤스(Jeff Koons, b.1955) 등 각종 HOT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루이 비통은 이렇듯 적극적인 콜라보를 통해 다가가기 어려운 명품이 아닌 젊고 활기찬 브랜드로 각인시키며, 동시에 작가까지도 다시 한번 월드스타로 확실히 급부상시켰는데요.
이처럼 100여 년간 이어져 온 루이 비통의 헤리티지와 현대미술과의 소통을 통해 더 이상 어려운 현대미술이 아닌, 우리 삶 속 유기적인 관계로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로 자리매김했음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루이 비통이 선택할 또 다른 HOT 아티스트는 누구일까요?
패션과 문화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펼쳐질 현대미술과 명품과의 만남이 기대됩니다.
출처 및 참고 : Louis Vui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