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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공존하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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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내 서점가에서는 온통 챗 GPT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챗 GPT로 시작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igence_AI) 열풍은 AI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이끌었는데요. 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죠.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 주 박람회 미술전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 작품이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150년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AI 그림이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AI로 그린 그림을 예술로 볼 수 있는지, 창작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등 다양한 논쟁이 이어졌지만, 주최 측은 심사 결과를 뒤집지는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생각해 왔던 ‘창작’의 영역까지 AI가 침범(?)하면서 모두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된 계기가 되었답니다.
제이슨 앨런(Jason M. Allen),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 2022, 이미지 출처 : NY Times
이에 앞서, 2019년 영국에서는 ‘에이다(Ai-Da)’라는 최초의 AI 로봇 예술가가 탄생했는데요. 에이다는 프로그래머, 로봇공학자, 미술 공학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였던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에이다의 얼굴은 실리콘으로 만든 피부, 3D 프린트로 제작된 이와 잇몸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실제 사람을 연상시킵니다. 눈에 장착된 카메라와 AI 알고리즘, 로봇 팔을 활용하여 예술가로서 페인팅, 드로잉, 조각 등 다양한 작업을 직접 진행하고 있답니다.
세계 최초 AI 로봇예술가 ‘에이다(Ai-Da)’, 이미지 출처 : https://www.ai-darobot.com/
세계 최초 AI 로봇예술가 ‘에이다(Ai-Da)’가 그린 작품, 이미지 출처 : https://www.ai-darobot.com/
과연 AI 로봇이 만들어내는 예술은 ‘예술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테드(TED) 강연에서 에이다는 ‘나는 창의적이다. 왜냐하면 나의 작품은 새롭고 놀라우며, 가치를 지니고 있고 토론과 관심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로봇 화가 ‘에이다’, 영국 청문회 출석해 진술 ‘눈길’, Youtube: 연합뉴스(Yonhapnews)
아래의 그림은 세계 최초 AI 화가로 알려진 프랑스 예술 집단 ‘오비어스(Obvious)’가 만든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라는 작품입니다. 이는 14세기에서 20세기까지의 초상화 15,000점을 대상으로 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요.
오비어스(Obvious)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 이미지 출처 : CHRISTIE’s
오비어스(Obvious)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 이미지 출처 : CHRISTIE’s
해당 작품은 인간이 아닌, AI 작품이 처음으로 세계 주요 경매시장에서 공식적으로 낙찰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2018년 10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432,500달러(약 6억 원)에 낙찰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죠. 재미있는 사실은 작품 오른쪽 하단에 작가의 서명 대신, 수학 공식이 적혀 있는데요.
AI가 창작한 예술 작품의 주인은 AI를 개발한 사람일까요? 아니면 AI 일까요?
레픽 아나돌(Refik Anadol), ‘Unsupervised’, 2022, 출처 : MoMA
2022년 11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습니다.
위 작품은 튀르키에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이 만든 ’Unsupervised’ 작품으로, MOMA 미술관이 수집한 근·현대 미술 작품 13만 8천여 점을 AI에 학습시켜 시각화한 영상입니다. 그날의 날씨, 빛, 관객들의 움직임 등을 반영하여 이미지가 생성되며 매일 바뀌지요.
MOMA가 이 작품을 전시하자, 뉴욕타임스(NYT)는 “MOMA 창립자는 사진이 예술 작품일 수 있는지 논쟁하던 시기에 남보다 앞서 사진을 작품으로 전시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람객이 급감한 미술관들이 기술을 받아들이며 동시대와 호흡하려 한다고 전했습니다.
프랑스의 화가이자 발명가 루이 다게르(Louis-Jacques-Mandé Daguerre)와 그가 발명한 다게레오타입 카메라의 모습.
Isaac Augustus Wetherby: Self Portrait with a Daguerreotype Camera (c. 1855), 이미지 출처: https://www.theartstory.org/artist/daguerre-louis/
‘사진은 예술이다.’라는 명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 ‘사진이 예술인가?’라는 논쟁이 있었던 20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1839년 8월 프랑스 화가 루이 다게르(Louis Datuerre)는 ‘은판사진술’ 혹은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의 사진을 만드는 방법을 발병하며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최초의 사진술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사진은 예술인가’ 라는 논쟁이 시작되었고,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는 “사진은 예술의 영역을 침범함으로써, 예술의 가장 치명적인 적이 됐다.”라고 비난하기도 하였지요. 1862년 파리고등법원에서 ‘사진은 분명한 예술적 표현 수단이며, 사진의 저작권도 창작품으로 인정된다.’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서 논쟁은 일단락되었습니다.
나폴레옹 사로니의 <오스카 와일드>초상화, 1882, 이미지 출처 : Met Museum
더 나아가 사진 역시 저작권에 대한 논쟁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19세기 미국 법원에서 사진가 나폴레옹 사로니(Napoleon Sarony)가 찍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초상 사진의 저작물성을 인정함으로써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지요.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기 위해 피사체의 구도, 포즈, 조명 등을 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법원은 이러한 작업에 저작권 보호에 필요한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입니다.
© clipartkorea
이처럼 과거 화두에 올랐던 사진의 예술성 인정 여부, 저작물 인정 여부에 대한 논란처럼, 현재 AI가 그린 작품에 대한 인정 여부를 보면, 마치 또 다른 현대판 논쟁을 보는 것 같지 않나요?
AI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서 우리 일상생활에 자리 잡는 것이 당연해진 이상, 이제는 AI 작품이 예술이냐, 아니냐의 논쟁에서 더 나아가 AI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받아들이는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긍정적 자세가 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필자 강희정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 연구교수, 동서대 조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디스프레드랩(d:Spredlab)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디자인씽킹, 도시재생 디자인 등 다양한 주제로 디자인 강의 및 연구를 진행하며, 제품-서비스 디자인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NFT 아트테크>저서를 출간함으로써 전문 영역을 확장하여 NFT 아트, 메타버스, AI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교육 콘텐츠를 연구·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