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House
Meena Park
박미나
ONE AND J
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22일까지 박미나 개인전 《집(House)》을 개최한다.
2023년 8월에 새롭게 이전한 원앤제이 갤러리(강남구 청담동 소재)에서 첫 선보이는 재개관전이다. 전시명 ‘집’이라는 단어에 따라 네모난 벽과 세모난 지붕으로 구성된 집, 연기가 솟는 굴뚝과 마당이 있는 집, 아파트의 꼭대기에 위치한 고층 집, 빛나는 보석 집 등 우리는 무한한 가짓수의 집을 상상할 수 있다.
박미나, 실버 집,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74.5 x 52 cm. 사진: 아티팩츠
우리가 ‘집’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는 집에 대한 고정관념, 꿈꾸는 집에 대한 욕망 등 사회·문화적인 영향에 의해 축적된 개인의 가치관, 경험, 취향이 복합적으로 반영된다.
박미나 작가는 이 지점에 주목하여 회화를 그려낸다. 동시대에 통용되는 규칙을 비롯한 사회시스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오고 있는 박미나는 회화를 구성하는 요소인 색과 이미지를 통해 그 물음을 탐구한다.
박미나 개인전 《집》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ONE AND J Gallery
작가는 동시대에 소비되고 있는 색상, 도상, 기호 등을 방대한 범위에 걸쳐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분류하여 현 사회의 특징을 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은 시각적 결과물은 회화로 포착된다.
박미나의 회화는 체계적인 작업 과정처럼 명료한 색상과 깔끔한 윤곽선을 지닌 도상이 두드러진다. 이에 우리의 시선은 매끈한 화면 위로 균일하게 흘러가며 곳곳을 살펴보게 된다. 원앤제이 갤러리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 《집》 에서는 박미나의 고유한 방법론에 따라 도출된 다양한 집 외관을 선보인다. 특히 1999년부터 2023년까지 여러 시기에 걸친 연작 ‘집’의 회화와 드로잉을 통해 각 작품에 반영된 당시 사회의 순간을 폭넓게 마주할 수 있다.
박미나 개인전 《집》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ONE AND J Gallery
박미나는 20여년간 ‘스크림(Scream)’, ‘색-가구’, ‘FPM’, ‘BW(Black & White)’ 등 여러 연작을 독립적으로 전개해왔는데, 이번 개인전 《집》에서 서로 다른 연작들을 짝지어 연결하는 것을 첫 시도한다. 작가는 집 모양의 도상으로 구성된 연작 ‘집’에 다른 연작(‘하늘’, ‘Set Colors’, ‘딩뱃(Dingbat)’, ‘색칠공부 드로잉’)을 레퍼런스로써 끌어와 연결한다.
이를 통해 박미나의 작업 전반에서 흩어진 연작들 사이에 ‘집’이라는 새로운 교집합이 형성된다. 나홀로 집이 주변 환경과 섞이면서 마을, 도시, 국가로 점차 범위와 의미를 넓혀가듯, 전시 《집》은 각 작품들 간 관계망을 거듭 생성하며 박미나의 작업 세계를 확장하는 데 물꼬를 튼다.
박미나 개인전 《집》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ONE AND J Gallery
박미나 개인전 《집》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ONE AND J Gallery
박미나 개인전 《집》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ONE AND J Gallery
딩뱃 x 집
박미나는 딩뱃 회화를 통해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유희한다. 문자를 다양한 기호로 표현하는 이미지 폰트인 딩뱃은 사회시스템에 의해 고착화된 인식 체계 중 하나다. 〈%ㅓ〉(2008), 〈ㅊㅁㅊㅁㅁ〉(2008),〈ㅌㅌㅌ렾즈ㅛㅋ〉(2008)과 같이 암호처럼 아리송한 작품명을 키보드에 딩뱃 폰트 설정 후 입력하면, 각 글자에 대한 딩뱃이 화면에 나열된다. 작가는 글자에 매칭된 딩벳을 통해 자신만의 서사를 상상함과 동시에 딩뱃의 크기, 배열 등을 다양하게 조정하고 색을 더한 회화로 그려낸다. 정해진 의미를 지닌 언어와 달리, 이미지와 색으로 구성된 딩뱃 회화는 관람객의 능동적인 상상력에 의해 여러 서사가 펼쳐질 수 있는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다. 전시 《집》에서 선보이는 딩벳 회화는 집 도상을 중심으로 다른 딩뱃과 색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며, 또다른 이야기를 파생한다.
박미나, 〈구름 31 집〉,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152.4 x 122 cm. 사진: 아티팩츠
하늘 x 집
〈구름 31 집〉(2023)에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바라본 하늘을 그린 연작 ‘하늘’ 아래 집이 자리한다. 작가가 구글 검색 엔진에 ‘집’을 검색하여 첫번째로 검색된 집 외관 이미지를 도상으로 삼고, 그 위로 가상의 한달간 하늘 색을 담은 31개의 구름이 두둥실 떠다닌다.
박미나, 〈벌집〉,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152.4 x 122 cm. 사진: 아티팩츠
Set Colors x 집
84색의 팔레트를 연상시키는 〈벌집〉(2023)은 2023년도에 국내 시중에서 판매 중인 국내 물감 생산 브랜드 3사의 아크릴 물감 세트(새한아트 24색 세트, 쉴드 36색 세트, 로사크래프트 24색 세트)를 각 육각형마다 하나씩 색칠한 회화이다. 박미나는 물감 색상의 다양성과 범위가 그 시대의 문화와 취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물감 회사가 각 시기별로 생산하는 물감 세트를 활용한 연작 ‘Set Colors’를 통해 동시대를 색으로 표현한다. 한편, 〈벌집〉에는 벌이 아닌 사람이 살고 있을법한 집 한 채를 숨은 그림처럼 찾을 수 있다.
박미나 개인전 《집》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ONE AND J Gallery
색칠공부 드로잉 x 집
박미나가 학부 시절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연작 ‘색칠공부 드로잉’은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도형, 숫자, 알파벳 등 기본적인 사회적 규칙과 시스템을 알려주는 색칠공부에서 출발한다. 특히 색칠공부 드로잉은 타 연작과 달리 작업 전반에서 작가의 주관적 반응이 적극 개입되고, 그에 따른 자유로운 변주가 허용된다. 흔히 색칠공부에는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선을 그리시오’ 처럼 도안을 칠하는 방식에 대한 지시문이 주어지는데, 작가는 이미 정답이 정해진 지시문으로부터 벗어나 새롭게 색칠하고자 직관을 발동한다. 박미나는 색연필, 펜, 물감을 비롯해 마스킹테이프, 스티커, 도장 등 여러 재료를 활용해 색칠공부 지시문에 깃든 사회적 규칙을 이리저리 비튼다. 회화 〈미로 집〉(2002)은 드로잉 〈토끼 굴〉(1999)과 짝을 이루며,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다른 드로잉 11점도 집 도안을 바탕으로 한다. 각 드로잉의 지시문을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이해하면서, 박미나의 드로잉을 놀이하듯 감상해보길 바란다.
ⓒ ONE AMD J Gallery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