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STAY MUTE
SUNGHO JO
조성호
Peres Project
소리 없는 환경이 기본인 전시 공간에서 ‘Stay Mute(음소거로 머물기)’라는 제목은 새삼스럽다. 사물이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인간이 말을 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며, 회화와 조각 같은 예술품은 본래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무음의 사물은 회화작가나 조각가에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조승호는 사물을 마치 ‘음소거 Mute’ 버튼을 눌러 조용해진 상태처럼 감각한다. 그것들은 원래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들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침묵하고 있다.
23.09.02 – 10.29, 조성호 《stay Mute》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 Peres Project
23.09.02 – 10.29, 조성호 《stay Mute》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 Peres Project
작가는 아날로그 장비를 활용한 비디오 사운드 퍼포먼스 그룹 ‘테잎에잎tapeape’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또 영화음악 감독, 사운드 엔지니어, 동시녹음 감독으로 일해왔으며, 심지어 군대에서도 음향병으로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에서 소리를 둘러싼 감각은 중요하다. 그것이 전시장 사물의 아무 소리 없는 무음의 상태라도 말이다.
23.09.02 – 10.29, 조성호 《stay Mute》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 Peres Project
일찍이 미국의 현대 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는 〈4분 33초〉(1952)에서 피아노에 앉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 ‘무음 연주’를 선보였다. 악보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음표 대신 ‘침묵’을 뜻하는 음악 용어 ‘TACET’이 적혀 있었다. 연주자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건반을 누르지 않은 채로 4분 33초 동안 가만히 있는다.
침묵을 연주하는 이 작업은 역설적으로 세상에 완벽하게 소리가 없는 순간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4분 33초 동안 귀를 기울여 보면, 연주자와 관객을 둘러싼 곳에 존재하는 무수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 사람들의 웅성거림, 걷는 소리, 몸 안에서 심장과 폐가 움직이는 소리, 심지어 피가 순환하는 소리까지.
23.09.02 – 10.29, 조성호 《stay Mute》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 Peres Project
23.09.02 – 10.29, 조성호 《stay Mute》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 Peres Project
물질과 파동이 분리할 수 없는 연속적 상태라는 현대 과학의 이해에 따르면, 눈에 보이는 고정된 사물 또한 소리의 파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사물’이라고 여기는 것은 사실상 보이지 않게 진동하고 있는 일종의 흐름이며, 우리가 보는 사물의 이미지는 망막에 순간적으로 도달한(빛의) 물결이다.
23.09.02 – 10.29, 조성호 《stay Mute》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 Peres Project
《Stay Mute》에 등장하는 사물은 음소거 상태에 적극적으로 머무른다. 사물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을 때, 역설적으로 그들은 어떤 소리를 들리게 만들까? 작가는 전시장 하얀 벽 속 보이지 않게 살을 채우고 있는 석고 보드, 돌로 자신을 위장한 스피커, 무언가를 홍보하는 사물이지만 도무지 홍보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옥외 광고판과 전단지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음소거 된 사물을 보여 준다. 이제 관객은 우리를 향해 외치지 않는, 무음의 소리를 주의 깊게 듣기 위해 사물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이다.
ⓒ Peres Projec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