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IT PLACE
‘Art Lover’라면
놓쳐선 안될 전시 공간 TOP 3 : 삼청
전시의 매력은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방문해서 원하는 속도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때문에 전시를 좋아하는 아트러버(Art Lover)라면, 하루에 전시 2개 이상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한 번 집을 나선 김에 여러 전시를 보고 났을 때의 남다른 뿌듯함을 아는 이들을 위해 오늘은 갤러리가 모여있는 삼청동에서 코스처럼 둘러보기 좋은 전시 공간 3곳을 살펴볼까요?
처음 시작점으로 삼청동 일대 전시 공간 중 가장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뮤지엄한미 삼청을 추천합니다. 걷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불가능한 거리는 아니죠. 또한 자동차로 이동하거나 버스로 이동해도 꼭대기에서 시작해 서서히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어 뮤지엄한미 삼청을 이번 코스의 시작점으로 선택했습니다.
뮤지엄한미 삼청은 ‘사진’을 전문적으로 수집하고 선보이는 미술관입니다. 2003년 송파구에서 가현문화재단이 개관한 국내 최초 사진전문 미술관으로 출발해 꾸준히 ‘사진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미술관이기도 한데요.
이런 한미사진미술관이 2022년 ‘뮤지엄한미 삼청’이라는 이름으로 삼청동 부지에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는 소식과 함께 조감도가 공개되며 미술인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답니다.
뮤지엄한미 삼청 전경, 이미지 제공: 뮤지엄한미 삼청
‘삼청동’하면 작은 갤러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나직한 골목길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런 동네에 꽤나 큰 규모의 미술관이 들어서기에 그 자체로 큰 화제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개관한 이후에도 전시를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많은 호평이 들려왔는데요. 필자도 미술관이 정식 개관 이후 처음 방문했을 때, 기대했던 만큼의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방문한다면 후회 없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뮤지엄한미 삼청 ‘물의 정원’ 전경, 이미지 제공: 뮤지엄한미 삼청
미술관 건물 중심에 위치한 ‘물의 정원’은 공간 자체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높은 층고의 전시장 내부 또한 전시를 감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데요. 무엇보다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고려한 수장고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뮤지엄한미 삼청 전경, 이미지 제공: 뮤지엄한미 삼청
누구나 핸드폰을 열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뮤지엄한미 삼청’에서는 사진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새로운 매체로 이어지는지 안내하는 전시가 계속해서 열리고 있답니다.
23.05.24-09.17, 뮤지엄한미 삼청, 윌리엄 클라인 《DEAR FOLKS》전시 포스터, ⓒ 뮤지엄한미 삼청
23.07.14-09.24, 뮤지엄한미 삼청, 22/23 젊은 사진가 포트폴리오 2인전 《 김승구 · 손창안 》전시 포스터, ⓒ 뮤지엄한미 삼청
최근에는 20세기 현대 사진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미국인 사진작가 윌리엄 클라인의 《DEAR FOLKS》 전시가 9월 14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근처 별관에서는 22/23 젊은 사진가 포트폴리오 2인전 《김승구 · 손창안》이 9월 24일까지 진행되니, 다가오는 가을 방문해 사진의 매력에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페이지룸8 입구 전경, 이미지 제공: 페이지룸8
삼청동이라는 동네의 정체성은 거대한 미술관보다는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만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운영하는 이들의 안목과 취향으로 완성되는 ‘갤러리’라는 공간은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미술관과는 완전히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특히 삼청동에는 색깔이 뚜렷한 갤러리들이 많은데, 그 중 페이지룸8도 빼놓을 수 없죠.
페이지룸8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페이지룸8
페이지룸8은 우선 공간이 아주 작습니다. 적어도 필자가 방문한 삼청동 갤러리 중 가장 작은 규모인데요. 그런데 오히려 이 점이 작품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하고,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공간의 아늑함 덕분에 멀게만 느껴지는 작품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는 듯 느껴지는데, 이 때문인지 페이지룸8을 방문할 때면 ‘작품을 사볼까?’ 하는 생각이 더 자주, 쉽게 들게 됩니다.
페이지룸8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페이지룸8
페이지룸8은 특히 아름다운 출판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미술분야에서는 특히 전시 카탈로그와 도록이 상당히 중요한 분야입니다. 때문에 전시에 출품한 작품을 소개하는 도록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처럼 귀중히 여기게 되는데, 페이지룸8에서 출판한 도록은 완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페이지룸8 정직성 작가 도록, 이미지 제공: 페이지룸8
컬렉터를 비롯해 전시를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페이지룸8의 출판물은 정직성 작가의 브릭북입니다. 이름처럼 마치 빨간 벽돌처럼 생겼죠.
도록의 가격은 일반 책보다는 비싸지만 디자인과 내용물 모두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면 소장 가치는 급격히 올라가는 편입니다. 정직성 브릭북은 필자도 소장하고 있답니다. 삼청동 전시 코스에 아직 페이지룸8을 넣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로 꼭 방문해보길 추천드립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5길 20
WWNN 입구 전경, 이미지 제공: WWNN
삼청동에 무언가 독특한 이름의 전시 공간이 오픈했다는 소식과 함께 SNS에 인증샷이 계속해서 올라왔는데요. 따끈따끈 2023년 7월, 새롭게 문을 연 현대미술 갤러리 WWNN입니다.
WWNN이 위치한 동네는 정확히는 삼청동의 바로 옆 팔판동입니다. 슬쩍 삼청동 코스에 끼워 넣어도 무방한 이웃동네이니 한 번 들려보는 건 어떨까요?
WWNN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WWNN
‘What We Need Now’의 약자인 WWNN은 현대미술의 지속적인 변화를 탐구하고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 및 작가들 간의 상호 네트워킹의 장이 되고자 하는 WWNN는 첫 개관전의 주제로 ‘포스트휴머니즘’의 전시를 선보입니다.
7월 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개관전 <Humanism Reimagined: Exploring A New Frontier>에서는 인간 중심적 가치관의 문제를 조명하고 인류의 낯선 미래를 조망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참여 작가로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듀킴, 노상호, 추수 등의 작가를 소개했는데요. 전시 공간 내부는 ‘화이트 큐브’인 백색의 공간으로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공간을 방문했을 때, 권위있는 미술관과는 다르게 대안적인 공간처럼 느껴지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WWNN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WWNN
필자는 같은 주제로 진행된 2부 개관전을 관람했는데요. 방소윤, 송민규, 이현우, 조재, 추수, ppuri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2부 전시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미술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이야기하는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WWNN의 전시 주제와 공간의 존재 이유가 모두 ‘미술의 역할’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지속해서 선보일 전시들이 기대됩니다.
세 공간은 삼청동을 가로지르는 코스입니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도 무방하죠.
이 중 한곳만 가도 좋고, 평소 가고 싶은 다른 공간과 묶어서 방문하는 것도 물론 좋습니다. 지도에 공간을 저장해두고, 새로운 공간에서 힐링하고 싶다면 삼청동 가는 걸음에 꼭 한 번 들려보길 추천드립니다.
필자 이지현은 학부에서는 경영학과 회화를 전공하고 이후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효율성의 논리와 정량적인 방식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예술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예술옹호론자’로 활동 중이다. 또한 현재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스타트업에서 COO(운영총괄)로 재직하며 예술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다.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