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COLLECTION
How to Become a Collector #4
Art Guide Books : '현대미술’ 어렵나요?
Collector
Beginner
ARTiPIO
KEYWORD
ARTIST
Roy Lichtenstein 로이 리히텐슈타인
Damian Hirst 데미안 허스트
Edvard Munch 에드바르트 뭉크
Frida Kahlo 프리다 칼로
DATE
AUG 31, 2023
CONTRIBUTOR
ARTiPIO Editorial
미술관을 다니며 현대미술에 대해 관심이 생겼지만, ‘현대미술’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죠?
과거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 과거의 서양 미술 양식은 제목과 이미지로 어느 정도 화풍이나 주제를 유추할 수 있지만, 인상파 이후의 현대미술은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난해하고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운데요. 작가만의 사상이나 철학을 베이스로 작업된 작품들이 많다 보니, 느끼는 대로 가슴으로 받아들이라는 평론가들의 말은 더더욱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현대미술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낯설기만 한 현대미술에 대해 보다 쉽고 친근하게 안내하는 책들을 통해 가까워져 보는 건 어떨까요?
지난 <How to become a Collector #3>에서 소개한 ‘미술시장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 3권’에 이어, 이번엔 미술 평론가, 큐레이터들의 시선에서 ‘실질적으로 현대미술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책 3권을 소개합니다.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 안휘경, 제시카 체라시 저, 출판사: 행성B잎새
현대 미술을 떠올리면 ‘난해하다’, ‘당혹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왜 우리는 현대미술에 대해서 쉽고 편하게 얘기 나누지 못할까요?
저자는 현대미술과 순수하게 친해지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대중들이 의문을 가졌던 질문에 집중하며 보기 쉽게 내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해당 저서는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아시아 미술 담당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안휘경과 뮤지엄을 거쳐 현재 런던에서 전시기획자로 활동 중인 제시카 체라시 2명이 집필한 공동 저서로, 현장의 중심에서 경험한 인사이트를 토대로 관람객들의 생생한 궁금증을 풀어주는데요. 현대미술 세계의 이야기를 다각도로 풀어내 현대미술에 대해 첫 입문자들에게는 친절한 안내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변기에 서명 하나만 해놓고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b.1887-1968) 생전 모습, 사진 출처: artsy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샘(Fountain), 높이 63cm , 1917, 참조 : Artists Rhts Society(ARS), New York / ADAGP, Paris / Succession Marcel Duchampig.
현대미술 시대로 접어들면서 충격을 선사했던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b.1887-1968)은 개념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프랑스 아티스트이죠. 그가 상점에서 구입한 남성 소변기는 리처드 머트(R.Mutt)라는 이름의 서명이 기재된 채, ‘샘(Fountain)’이라는 작품으로 거듭나죠. 이렇듯 기존의 정형화된 예술을 뒤엎고, ‘개념미술’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작품이기에 현재까지도 상징적인 작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개념 미술에 대한 아이디어는
예술의 형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 고루 스며들었다.
그래서 비전문적인 의미로 ‘개념’이라는 말이 쓰이면,
예술적 솜씨로 다룬 작품처럼
전통적 관념을 따르지 않은 예술을 대신하는 말이 되었다.”
–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 p.80 –
과거 미술사는 ‘시간’에 의해 미술 장르가 분류되었다면, 현대미술은 작품의 ‘주제’가 무엇이냐에 분류된다고 설명하는데요. 각양각색의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보게 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이로 인해 현대미술을 알아가는 ‘재미’를 알려줍니다.
평생 미술이 어렵다고 느낀 사람이라면, 현대미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 넓고 얕은 지식을 뽐내고 싶다면, 모두가 반길 만한 책인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 를 접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왜 예술에 관심을 두는가?
답하자면, 예술은 많은 일을 해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범하지 않은 무언가를 경험할 때
본래의 자신보다 한 단계 고양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면에서 예술은 가장 기본적으로 지루한 일상에 휴식이 되고 여유를 준다.”
–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 서문 中 –
앞서 소개한 책은 현대미술 그 자체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면, 2번째 책인 『디테일로 보는 현대미술』은 보다 구체적으로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합니다.
작품 속 결정적 디테일! 작품에 숨겨진 모든 의도를 낱낱이 알고 싶지 않나요?
사실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작가의 생애, 정치적·문화적 사건, 재료, 영감의 원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요. 저자는 작품의 구석구석 숨겨진 장면들을 바라보는 저자만의 자유로우면서도 섬세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19세기 후반부터 현대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미술 작품들의 중요한 디테일들인 작품의 주제와 관련된 상징물, 혁신적인 구도, 색채, 작가만의 독특한 기법, 재료 등을 확대하여 구석구석 설명해 주기 때문에 현대미술의 숨겨진 의도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티치아노(Titian Tiziano Vecelli), 허영의 알레고리( Allegory of Vanity, or Young Woman with a Mirror), 1515경, 캔버스에 유채, 97 x 81 cm, 사진 제공: Meisterdrucke.uk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b.1923-97), 음-어쩌면(M-Maybe), 캔버스에 유채와 아크릴, 152×152cm, 1965, 독일,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사진 제공: Wikioo.org
또한 고전 명화로부터 유기적으로 연관된 현대미술 작품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살펴보며 보다 흥미롭게 접근하는데요. 작가들이 작품 제작 시 서로의 작품을 차용하는 부분이나 의도에 대해 면밀히 보여줍니다.
저자는 동시대 미술가 중 가장 주목받는 작가인 데미안 허스트(Damian Hirst, b.1965)의 난해한 작품에 대해서도 재미나게 풀어냅니다.
현대미술계의 악동으로도 불리우는 데미안 허스트는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작품을 통해 4.3m의 뱀상어를 박제시켜 선보입니다.
과연 데미안 허스트는 이 섬뜩한 작품을 통해 관람자에게 어떤 이야길 하고 싶었던 걸까요?
데미안 허스트,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 The Times
“작품에 사용된 뱀상어는 삶과 죽음을 상징한다.
실제적인 죽음뿐만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 이 포식자와 이토록 가까이 있었다면
감상자는 죽었을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4미터 길이의 조용하고 유령 같은 뱀상어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경험은
대부분의 사람이 결코 해보지 못할 것이다.
이 작품은 감상자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직면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 『디테일로 보는 현대 미술』 p.292,
「데미언 허스트,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中 –
데미안 허스트(Damian Hirst, b.1965)와 1995년 터너상 수상작 ‘분리된 엄마와 아이(Mother and Child (Divided))’, 1993
그는 죽음과 함께 박제된 동물들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역설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도록 권장합니다. 이렇듯 저자는 난해하고 이해가 어려운 작품 속 숨겨진 해석을 전하는데요.
나만의 개인 도슨트가 찾아와 작품을 보는 방법부터 섬세한 부분을 짚어 주듯, 전체일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작품의 장면들을 디테일하게 들여다본 순간 새롭고 중요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작품 속 숨겨진 디테일에 집중하고 싶다면, 『디테일로 보는 현대미술』 책과 함께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미술 교양 입문서인 『방구석 미술관』 은 오래도록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책으로 BTS RM과 진이 읽은 책으로 유명하죠.
저자는 “미술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모토 아래, 멀게만 느껴지는 화가들을 인간미 넘치게 묘사하여 친근감을 가지게 만듭니다.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이라는 부제처럼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미술을 시작하기 좋은 미술 입덕 교양서입니다.
마네, 피카소.. 들어’만’ 봤던 화가들의 작품. 방구석에서 조원재 작가 해설과 함께 감상하세요! | #어쩌다어른 #사피엔스 | CJ ENM 190328 방송, 출처: Youtube 사피엔스 스튜디오
예술가의 입장에서 그들이 바라본 ‘생생한 시각’으로 작품을 소개하기에, 미술사적 의의를 넘어서 작업할 당시의 작가가 바라본 가치관을 풀어내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재미있는 팟캐스트로부터 시작된 시리즈이기에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 술술 읽을 수 있어, 제목 그대로 방구석에서 미술계 거장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죽음 앞에서 절규한 에드바르트 뭉크> 사실은 평균 수명을 높인 장수의 아이콘?
절규를 외치는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b.1863-1944)의 작품은 미술을 모르는 어느 누구에게도 인상깊게 자리 잡았죠. 이러한 작품 속에 숨겨진 비밀이 있는데요.
당시 뭉크는 평생을 고질병인 관절염과 열병에 시달리며 누구보다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의식을 크게 하지 않는다면, 매일 병마와 싸우는 뭉크는 되려 평생 죽음을 의식하며 살아온 것이죠.
에드바르트 뭉크, 마분지에 유채물감, 템페라, 파스텔, 91 x 73.5 cm, 1893,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 미술관, 사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일명 뭉크의 ‘예술 심장론’을 살펴보면, 다소 음산하고 괴기스럽기도 한데요. 저자가 들려주는 뭉크가 겪었던 삶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그의 작품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자신의 심장을 열고자 하는 열망에서 태어나지 않은 예술은 믿지 않는다.
모든 미술과 문학, 음악은 심장의 피로 만들어져야 한다. 예술은 한 인간의 심혈이다.”
– Edvard Munch –
<미술계 여성 혁명가, 프리다 칼로> 알고 보니 원조 막장드라마의 주인공?
프리다 칼로(Frida Kahlo, b.1907-1954), 테후아나 의상을 걸친 자화상(Self-Portrait as Tehuana), 또는 내마음 속에 디에고(Diego in My Mind), 1943, 압착 목판에 유채, 76 x 61 cm, 프란시스코와 로시 곤잘레스 바스케스 컬렉션, 멕시코시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는 멕시코 미술사에서 아주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이죠.
대표적인 멕시코 여성작가인 프리다 칼로(Frida Kahlo, b.1907-1954)는 장애, 교통사고로 인해 거듭되어 겪은 잔인한 운명 속에서 꿈꾸던 희망, 감정, 고통, 상처들을 작품에 담아냅니다. 미술교육을 받은 적 없던 그녀에게 미술은 유일한 창구와도 같았죠. 이런 그녀에게 다가온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b.1886-1957)는 프레스코 벽화를 그리는 멕시코 작가로서 그녀에게 스승이자, 배우자 그 이상의 존재로서 심리적인 큰 영향을 끼치는데요.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모습(Frieda and Diego rivera), 1931
이런 그들의 사랑이 핑크빛이 아닌, 막장이라면 믿기 시나요?
역사 속에 남은 그들의 파란만장한 삶에 대해서도 방구석 미술관과 함께라면, 작가의 삶과 그녀의 애환이 담긴 작품들을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은 큐사인 없이도 인생을 걸고 열연을 펼쳐 미술사에 길이 남을 막장 드라마를 남겼습니다.
이들의 막장이 얼마나 역사적이었으면 멕시코의 500페소 지폐에 프리다와 디에고의 얼굴이 새겨져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알아보지 않을 수 없겠네요.
먼저 예고편을 볼까요? 프리다는 말합니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두 번의 큰 사고를 당했는데, 첫 번째 사고는 경전철과 충돌한 것이고, 두 번째 사고는 디에고와 만난 것이다.”
– 『방구석 미술관』 본문 중 –
현대미술과 친해지고 싶지만, 거리감만 느끼던 분들이라면, 앞서 소개해 드린 3가지 책을 통하여 미술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어떨까요?
현대미술 입문자를 위한 나침반이 되어주는 책들을 통해 작품을 보는 방법과 숨겨진 스토리들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미술관에서 본인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즐기는 미술 애호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