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Flow
Midori Sato
미도리 사토
Gana art Bogwang
가나아트는 호화로운 ‘옷장(closet)’을 작업의 소재로 활용하여 아름다움과 소유를 향한 인간의 열망을 구현하는 미도리 사토(Midori Sato, b.1984)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일본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미도리는 장식적인 드레스와 액세서리, 높은 굽의 하이힐이 가득 찬 옷장을 단순한 선과 색채만으로 화려하게 재현한다. 그는 2008년부터 옷장을 주제로 작업을 전개해 왔으며 최근에는 꽃과 정원, 하늘과 같은 자연의 소재를 접목시킴으로써 작업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
Midori Santo, Floating Shoes Ⅰ, 2022, Acrylic and oil on canvas, 130.3x97cm
Midori Sato, Yellow Roses Gown, 2023, Acrylic and oil on canvas, 162x112cm
그의 작품은 도쿄현대미술관, 오하라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2022년 토미오 코야마 갤러리(Tomio Koyama gallery), 2019년 폴라 미술관(Pola Art Museum)등에서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5점의 신작과 함께 작가의 시그니처인 3m 크기의 대형 옷장 작품이 전시된다.
Midori Sato, Floating Shoes Ⅲ, 2022, Acrylic and oil on canvas, 53×45.5cm
어린 시절부터 옷에 유난히 큰 관심을 가졌던 미도리는 교환학생 시절 파리에서 마주한 부티크(boutique)의 쇼윈도에 빠져들었다. 잘 꾸며진 쇼윈도는 유난히도 작았던 기숙사 방의 옷장과 비교되었는데, 이에 작가는 자신의 열망을 채워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옷장을 그리기로 결심했다.
Midori Sato, Royal blue closet, 2016, Acrylic and oil on canvas, 218x291cm
그는 실제 옷장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크기의 캔버스를 활용함으로써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흩트리고, 빠르고 강한 붓질로 드레스를 묘사하여 추상에 가까운 화면을 만들어냈다. 세부묘사가 생략된 드레스는 윤곽의 형태로만 남아있거나 단순한 색면으로만 재현되었는데, 이는 단순히 옷장을 구현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내면과 화려함을 향한 여성들의 갈망을 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나아가 투박하고 거친 붓질을 통해 완성된 색면의 배경에는 그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선으로 묘사된 드레스와 함께 작가의 몸짓이 또 다른 조형적 요소로 자리하게 된다. 이와 같이 사실과 허구, 현실과 비현실, 그리고 추상과 구상의 구분을 해체하는 미도리 사토는 이를 통해 정형화된 옷장 그 자체가 아닌, 보는 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비형식적인 옷장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Midori Sato, Margaret Field Closet, 2023, Acrylic and oil on canvas, 112x162cm
최근 미도리는 꽃을 새로운 소재로 끌어들였다. 초기에는 꽃의 장식성에 초점을 두었으나 꽃에 대한 탐구를 지속할수록 꽃잎의 형태에서 드레스의 조형성을 발견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았다. 이후 작가는 꽃 자체가 주는 조형적인 아름다움, 더불어 생동력을 화면에 담아내고자 했으며 꽃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여 자연을 옷장에 접목시켰다.
그의 옷장은 원색의 화려한 꽃으로 장식되면서 더욱 다채로워졌고, 하늘과 숲 그 자체가 되기도 했다. 나아가,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숲을 배경으로 윤곽선만 남은 드레스를 묘사하였으며 구름 위에 표류하는 신발을 통해 자유를 시각화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산들 바람에 흩날리는 드레스의 움직임을 연구하고 자연 속 꽃에서 드레스의 주름과 같은 유사한 형태를 찾으며 옷장이라는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Midori Sato, Purple Violas Closet Ⅱ, 2023, Acrylic and oil on canvas, 112x162cm
그는 꽃을 탐구함으로써 끊임없이 변모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며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자유로운 변화들이 겹겹이 중첩되며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고 여겼다. 작가는 이러한 자연스러운 변화의 흐름을 작업관과 연결 지었는데, 이는 이번 전시명이 “흐름(Flow)”인 연유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옷장을 통해 아름다움을 향한 본인의 심리 상태를 은유적으로 드러냈으며 이후 꽃과 자연으로 주제를 확장함으로써 심리적인 변화를 자연의 풍경과 접목시킨 옷장으로 구현했다. 따라서 본 전시는 이와 같은 미도리 사토의 내면의 변화와 작업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미도리가 15년간 탐구해온 그만의 아름다운 옷장을 한 눈에 펼쳐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Gana ar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