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IT PLACE
‘Art Lover’라면
놓쳐선 안될 전시 공간 TOP 3 : 성수
널 위한 문화예술
COO 이지현
KEYWORD
DATE
NOV 9, 2023
CONTRIBUTOR
서울 안에서도 도시 브랜딩의 정석이라 불리는 ‘성수’는 골목골목 개성 넘치는 건물들로 가득합니다. 특히 폐창고를 개조한 카페와 상점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에는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새로운 이벤트가 주말마다 펼쳐지는 성수에 자리를 잡은 갤러리와 미술관, 그리고 새로운 아트페어까지 다채로운 전시공간을 소개해봅니다.
요즘 전시를 좋아하는 아트러버(Art Lover)들에게는 전시가 갤러리에서 하는 것인지, 미술관에서 하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죠. 되려 좋은 작가를 만날 수 있는지, 전시를 통해 새로운 생각의 창구로 연결되는지가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갤러리와 미술관의 역할은 확연히 다르죠. 미술관은 공적인 영역에서 시민들의 예술 향유를 책임지고, 미술이라는 학문을 수집을 통해 연구하는 기관이라면, 갤러리는 한마디로 말해 에이전시(Agency)입니다. 예술가를 발탁하고 작가가 미술 생태계 안에서 창작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수행하며 작품의 유통을 담당하는 곳이죠. 때문에 갤러리의 전시는 보다 소속 및 전속 작가의 신작을 어떻게 하면 잘 조망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갤러리 전시만의 매력이 생겨나는데요.
CDA갤러리 김지선, 민킴 작가의 2인전 <회화성: 기저와 차원> 전경, 이미지 제공: CDA갤러리
성수동에 위치한 CDA갤러리는 국내 에이전시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소속 작가를 비롯한 국내 이머징 아티스트를 독창적인 기획 방식으로 조망하고 있는 곳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필자가 방문한 전시는 최근 열린 김지선, 민킴 작가의 2인전 《회화성: 기저와 차원》이었는데요.
해당 전시는 동시대 미술씬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독립 기획자이자, 현대 미술 연구자로 활동 중인 장진택 큐레이터가 기획을 맡았습니다. 보통 갤러리가 외부 큐레이터와 손을 잡는 형식은 오히려 해외에서 익숙한 협업 방식인데, 판매가 주요 목적 중 하나인 갤러리 전시에서 기획의 전문성을 높여줌으로써 작가의 예술성도 동시에 조명하는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이 때문인지 평소보다 과감한 디스플레이와 흥미로운 영상 콘텐츠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CDA갤러리 백두리 작가 개인전 전경, 이미지 제공: CDA갤러리
CDA 갤러리의 백두리, 이슬로 등의 소속 작가를 비롯하여 CDA 갤러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작가들은 성수동뿐 아니라 최근 아트페어를 비롯한 흥미로운 미술계 현장에서 자주 마주할 수 있었는데요. 이는 CDA갤러리의 물리적인 공간 중심이 아닌, 함께하는 작가와 기획력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영등포에서 열린 신개념 비쥬얼 아트 페스티벌인 ‘웁서울(OOPSEOUL)2023’(이하 OOP)에서도 CDA갤러리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2022년부터 시작된 OOP는 비주얼 아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전시’와 ‘쇼룸’의 형태로 아티스트와 브랜드가 각자의 영감을 나누고 공유하기에, 기존의 아트페어를 넘어서 시각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CDA갤러리는 전형적인 갤러리의 틀에서 벗어나 ‘그림삽니다!’라는 강렬한 이름의 부스를 운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존 갤러리가 고객을 설득하는 관계가 아닌, 고객이 직접 창작자를 설득하고 최대 200만 원의 금액으로 작품을 1점 구매할 수 있는 아트페어 현장으로 탈바꿈한 것이죠.
이와 같은 독창적인 기획력으로 성수동을 비롯한 미술씬 현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CDA갤러리는 ‘창작(Creative), 발견(Discovery), 감상(Appreciation)’의 앞글자를 따온 그 이름에 걸맞게 세가지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곳입니다.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33 지하 1층
성수동에는 크고 작은 갤러리와 전시공간이 있지만, 미술관은 비교적 적은 동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미술관으로 끝나는 이름의 공간들은 한 번 더 눈길이 가는데요. 뚝섬미술관이 그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2호선 뚝섬역 3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만날 수 있는 위치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죠.
뚝섬미술관《로그아웃》전시 포스터, 이미지 제공: 뚝섬미술관
하지만 흔히 전통적인 미술관에서 다루는 명화와 거장의 전시와는 거리가 있답니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전시는 주로 현대인들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렇다보니 얼핏 보면 소위 가벼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한 전시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본 뚝섬미술관의 《로그아웃》 전시는 이러한 통념을 깨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 인스타그램(Instagram) + -할 수 있는(-able)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뜻의 신조어로, 시각적으로 독특하고 유저가 좋아할 만한 트랜디한 이미지를 의미.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_국어사전)
뚝섬미술관 《로그아웃》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뚝섬미술관
처음 전시장에 들어가면 0과 1로 가득 채운 무한한 공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숫자의 의미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새 알아차릴 수 있는데요. 바로 디지털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죠. 전시의 제목인 로그아웃과 반대로 전시는 로그인으로 시작됩니다.
신기함과 피로감이 공존하는 디지털 세계에 대한 열망과 고민에 쉽게 공감하며 전시장을 천천히 동선에 맞게 보다보면 시각, 청각, 후각 등 여러 감각을 동시에 사용하게 하는 독특한 작업으로 채워진 공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뚝섬미술관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뚝섬미술관
뚝섬역 한복판에 위치한 건물에 있는 미술관이기에 공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음을 예상하고 갔음에도 전시는 꽤 오랜 시간 이어집니다. 어쩌면 협소할 수도 있는 공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해 관람객이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최소 한시간 이상으로 설정한 것은 오히려 기존 미술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관람객으로서 기분 좋은 경험이기도 했답니다.
뚝섬미술관 《인사이드 미 (2023.04.28 – 2025.03.01)》 전시 포스터, 이미지 제공: 뚝섬미술관
그저 SNS에 올릴만한 사진을 찍기 위해 전시장을 찾는다는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죠. 필자가 방문한 시간대에 마주한 무수히 많은 관람객은 잠시 카메라를 켜서 현장을 담은 후, 꽤 오랫동안 전시가 주는 여러 감정들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전시장을 나가는 순간까지 여러 디지털 환경으로부터 로그아웃을 당하는 경험은 뚝섬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같은 전시를 시즌마다 바꾸며 리뉴얼하는 형식으로 전시를 꾸려가는 덕에 주기적으로 찾아가기도 합니다.
힐링이라는 단어는 너무 진부해졌고, 도시 한복판에서 되려 마주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마주하고 싶다면 《로그아웃》의 후속 전시인 《인사이드미(2023.04.28 – 2025.03.01)》 를 방문해 보는건 어떨까요?
▲서울 성수동 LAYER 27&41 — ANDY’S 636
요즘 Hip함의 끝판왕인 성수동은 팝업 전시의 성지이기도 하죠.
웹사이트에 갑자기 생성되는 팝업창에 자신도 모르게 눈길을 주게 되듯, 마치 게릴라처럼 갑자기 도심 한복판에 등장하는 이러한 팝업 전시가 가지는 특유의 힘을 무시하기란 어렵습니다.
분명 전날 밤까지는 아무것도 없던 곳에 대형 현수막과 함께 엄청난 콘텐츠로 채워진 팝업 전시들이 넘쳐나는 성수동에 새로운 형식의 아트페어가 열렸습니다.
디파인 서울 포스터 및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디파인 서울
바로 매년 국내 아트페어에서 상징적인 기록을 달성해 온 ㈜아트부산이 준비한 ‘디자인’과 ‘아트’를 통합한 프리미엄 페어인 ‘디파인 서울(DEFINE SEOUL)’입니다.
디자인(Design)과 순수예술(Fine Art)을 합친 ‘디파인(Define)’은 그 자체로 ‘정의하다’라는 의미를 지녀 디자인과 예술을 대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디파인 서울은 컬렉터블 디자인 시장에서의 영 컬렉터들의 급격한 관심과 성장세에 발맞춰 현대미술의 동시대적 방향성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로 인해 새로운 미술의 장르를 정의하려는 새로운 시도의 일환으로서 한국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아트 페어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디파인 서울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디파인 서울
시작 전부터 미술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디파인 서울이 개막과 함께, 방문객의 숫자와 열렬한 후기들로 그 열기를 증명해냈는데요. 일반 아트페어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질문은 현장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방문하는 고객층이 확연히 넓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회화를 위주로 한 순수예술의 영역에 존재했던 기존의 아트페어 고객들은 대부분 미술품 컬렉터였다면, 디파인 서울에 방문하는 이들은 패션계, 디자인계 종사자를 포함하여 자신의 취향을 가꾸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로 방문객층이 확대된 듯 보였습니다. 덕분에 수많은 미술 아트페어 현장에서 매번 만나는 컬렉터가 아닌, 그야말로 뉴페들을 만날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이었죠.
디파인 서울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디파인 서울
디파인 서울만의 독특한 구성은 바로 성수동 일대 총 3개의 공간에서 펼쳤다는 점입니다. 이는 일부 관람객에게 이동의 번거로움을 주기도 했지만, 반면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프리미엄 가구와 순수예술의 서로 다른 조합을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이런 작품을 집으로 가져왔을 때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는데, 이는 미술품 컬렉터가 궁극적으로 삶의 감도를 높이는 이들이라면 집을 구성하는 여러 오브제까지 관심사를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막 첫 회가 끝났으니, 2024년 2회차에서 선보일 디파인 서울의 이야기를 즐겁게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필자 이지현은 학부에서는 경영학과 회화를 전공하고 이후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효율성의 논리와 정량적인 방식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예술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예술옹호론자’로 활동 중이다. 또한 현재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스타트업에서 COO(운영총괄)로 재직하며 예술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다.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