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The Reliefs
KWON JIN GYU
권진규
PKM Gallery
PKM 갤러리는 11월 14일부터 12월 9일까지 «권진규: 조각가의 릴리프»를 개최한다. 2023년은 故 권진규(1922-1973)의 작고 50주년이자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상설전 «권진규의 영원한 집» 개막을 통해 그의 주요 작품들이 대중과 만난 해이다.
뜻깊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전시로, 갤러리는 권진규의 테라코타 부조 작업을 조명하는 특별전을 마련했다.
23.11.14 – 23.12.09, 권진규 «권진규: 조각가의 릴리프»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PKM Gallery
故 권진규는 ‘한국의 리얼리즘’을 정립하고자 한 우리나라 근·현대 조각의 선구자이다. 길지 않은 생애 동안 그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의 구분을 넘어선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다양한 입체 작업으로 발전시켰다. 그가 대상의 표면 너머 진실된 구조를 열렬히 관찰하고 탐구한 끝에 완성한 작업들에서는 영원불멸한 정신성과 숭고미가 느껴진다.
찰흙을 굽는 ‘테라코타’는 이러한 작업에 있어 중요한 방식이었는데, 고대로부터 이어진 조형 기법인 동시에 수천년이 지나도 잘 썩지 않고 브론즈, 철 등 금속 작업에 비해 작가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23.11.14 – 23.12.09, 권진규 «권진규: 조각가의 릴리프»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PKM Gallery
«권진규: 조각가의 릴리프»에서는 1960년대 중반 집중적으로 제작된 테라코타 부조 작업 중 8점이 소개된다. 권진규는 테라코타 조각을 1964년 동선동 아뜰리에의 가마를 크게 개축하면서 본격화했고, 그리스, 마야, 고구려 등 동서를 막론한 고대 조각의 다수가 부조로 제작된 이유에서, 부조에 특별히 주목했다. 그는 테라코타 부조 작업에서 자연과 기물을 대상으로 삼되 이를 구조적으로 단순화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새와 꽃을 모티프로 한 테라코타 부조 연작으로, 상징적으로 형상화된 날개와 꽃술은 자연의 생명력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권진규는 또한 부조 작업에서 서로 다른 높낮이와 질감으로 표면의 촉각적인 측면을 강화했는데, 이러한 자유자재의 표현은 그의 테라코타에 대한 완숙의 경지를 나타낸다.
23.11.14 – 23.12.09, 권진규 «권진규: 조각가의 릴리프»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PKM Gallery
한편, ‹공포(栱包)›(1965)는 권진규와 한국 전통의 교류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공포’는 고건축에서 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맞추어 댄 나무쪽으로, 실제로 권진규는 전국의 문화유적을 답사하며 다양한 건축 부재를 사진과 드로잉으로 남겼다.
23.11.14 – 23.12.09, 권진규 «권진규: 조각가의 릴리프»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PKM Gallery
‹공포(栱包)›는 그와 같은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반(半)추상 부조 작업으로, 석고판에 테라코타 조각들을 끼워 넣고 그 위에 흑색과 적색을 칠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또 다른 전시작, ‹가면› (ca. 1966)에서는 민속품을 현대적인 미감으로 재해석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돋보인다. 즉, 권진규는 과거에서 출발하되 그에 머물지 않고 미래로 지속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찾고자 공력을 기울인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시대와 사회를 초월하는 권진규의 심미안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PKM GALLERY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