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REVIEW
이우환과 렘브란트의 만남
Lee Ufan
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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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슬 큐레이터
이우환(Lee Ufan, b.1936)이 1974년 독일 시립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Kunsthalle Düsseldorf)의 개인전 이후, 50여 년 만에 독일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전시 중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우환의 화업 50여 년의 변화 과정을 담고 있는 50여 점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2023년 10월 27일부터 2024년 4월 28일까지 6개월의 장기간 동안 만나볼 수 있는 전시기에 더욱 의미가 깊은데요. 이우환의 화업을 총망라한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의 철학을 반영한 최근 작업 된 작품들까지 고스란히 접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우환, 함부르크 반호프 – 국립미술관, 2023년 10월 27일 – 2024년 4월 28일 © Lee Ufan / VG Bild-Kunst, Bonn 2023. 사진: Staatliche Museen zu Berlin, Nationalgalerie / Jacopo La Forgia
이우환은 일본 모노하(もの派) 운동과 한국 단색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대표 작가 중 한 명이죠.
모노하(もの派)는 1968년-1975년 사이 도쿄에서 전개된 예술가 집단으로, 당대 서양 미술계에 등장한 미니멀리즘을 수용하면서도 결점을 보완하고자 모노하 이론을 정립하는데요. 모노하의 근간을 둔 작가들은 자연 소재인 돌, 나뭇가지, 흙 또는 철, 유리 등의 산업 재료를 예술 언어로 활용해 재배치하며 선보이는 설치 작업을 통해 예술의 개념을 재정의합니다. 이우환의 대표 설치미술 작업인 <관계항>시리즈에서 이러한 모노하의 철학이 반영된 작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모노, 物 :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물질)
이우환, 함부르크 반호프 – 국립미술관, 2023년 10월 27일 – 2024년 4월 28일 © Lee Ufan / VG Bild-Kunst, Bonn 2023. 사진: Staatliche Museen zu Berlin, Nationalgalerie / Jacopo La Forgia
이후 1970년대 초반부터 한국 예술가들의 모노크롬 회화를 통해 추상성과 물질성을 탐색하는 단색 운동을 전개해 나갑니다. 이때 선보인 이우환의 대표 회화 시리즈인 <점으로부터(From Point)>, <선으로부터(From Line)>는 이에 속하는 연작으로, 조형의 기본 요소인 점과 선으로만 그려진 ‘행위’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며 점차 붓질이 최소화되고 여백이 보다 강조된 <바람과 함께(With winds)>, <조응(Correspondence)>, <대화(Dialogue)>시리즈로 발전합니다. 점차 표현이 자유로워지며 표현적 행위가 강조되는 점과 여백을 통해 공간을 평면에 담아냅니다. 간결하면서도 그만의 깊이 있는 철학적 사색을 담아내며 인간-자연과의 관계를 고민하고,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한 것이죠.
age credit: Lee Ufan, Hamburger Bahnhof – Nationalgalerie der Gegenwart, 27 October 2023 – 28 April 2024 © Lee Ufan / VG Bild-Kunst, Bonn 2023. Photo: Staatliche Museen zu Berlin, Nationalgalerie / Jacopo La Forgia
이번 전시의 KEY POINT는 독일 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 미술관의 특별한 기획입니다. 동시대 미술을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인 함부르크 반호프는 전 세계 현대미술가들이 한 번쯤 전시하길 꿈꾸는 꿈의 공간입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관인 만큼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선보이는 색다른 큐레이션이 눈길을 끄는데요.
이우환, 함부르크 반호프 – 국립미술관, 2023년 10월 27일 – 2024년 4월 28일 © Lee Ufan / VG Bild-Kunst, Bonn 2023. 사진: Staatliche Museen zu Berlin, Nationalgalerie / Jacopo La Forgia
미술관의 야외 정원에 설치된 베를린 국립미술관(Nationalgalerie)의 소장품인 ‘관계항(1977)‘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는 함부르크 반호프 미술관에서 첫 공개되는 바로크 시대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b.1606-1669)의 유명한 자화상인 ‘벨벳 베레모를 쓴 자화상(Self-Portrait with Velvet Beret)(1634)‘작품과 나란히 전시된 이우환 ‘관계항-거울 길(Relatum-Mirror Road), (2016/2023)’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우환은 <관계항>시리즈를 통해 사물 자체의 근본적인 존재성을 부여하고, 사물-사물, 사물-공간, 사물-인간의 관계를 강조하기에, 렘브란트 작품과의 콜라보 큐레이션의 기획 의도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우환과 렘브란트 작품의 새로운 배치를 통해 동양-서양, 자연-인위 등 이항대립의 경계와 틈새라는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이우환의 예술정신을 조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우환, 함부르크 반호프 – 국립미술관, 2023년 10월 27일 – 2024년 4월 28일 © Lee Ufan / VG Bild-Kunst, Bonn 2023. 사진: Staatliche Museen zu Berlin, Nationalgalerie / Jacopo La Forgia
이우환은 독일 철학자인 마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b.1889-1976)의 존재론을 참고해 모노파 작가들의 작업을 ‘그대로의 세계와의 관계’라고 적극 호평하기도 하며, 최초의 모노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우환과 독일의 철학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도 볼 수 있기에, 독일의 중심에서 개최되는 이우환의 회고전이 더욱 의미 있는데요.
함부르크 반호프의 색다른 기획에서 비롯된 동·서양 미술의 조우를 통해 서유럽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전시 장소▷ Invalidenstraße 50 – 51 10557 Berlin, Hamburger Bahnhof – Nationalgalerie der Gegenwart (독일 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 게겐바르트 국립미술관)
전시 기간 ▷ 2023.10.27 – 2024.04.28
화 – 금 : 10:00-18:00
토·일 : 11:00-18:00
월 : 휴관
필자 김새슬은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상하이 대학 미술학부에서 예술학이론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상하이파워롱뮤지엄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근무하였으며, 미술경제와 미술산업에 대해 고민하며 글을 쓴다. 현재 롯데백화점 아트컨텐츠실에서 근무하며 아트페어와 전시기획 등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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