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Shim Moon-Seup
Shim Moon-Seup
심문섭
PERROTIN PARIS
페로탕 파리(Perrotin Paris) 는 정형화된 장르와 매체의 한계를 벗어나,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표현해 온 작가 심문섭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는 작가가 페로탕과 함께하는 두 번째 전시로, 작년 12월 페로탕 홍콩에서 열린 ≪시간의 풍경(A Scenery of Time)≫에 이어 바다와 자연을 담은 그의 회화 연작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시이다.
Portrait of Shim Moon-Seup, Photo: Nah Seung Yull, Courtesy of the artist
1943년 경상남도 통영 출생의 심문섭은 1965년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뒤 전통적인 조각에서 벗어난 실험적 조각 작품들을 선보였다. 조각에 대한 사색을 통해 ‘반(反)조각’ 작품을 선보이며 예술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이끈 그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연이어 수상(1969, 1970, 1971)하고, 1971년부터 1975년까지 파리 비엔날레, 197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1976년 시드니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작가가 되었다.
한편, 1969년 제3조형회를 공동 창립하고, 1970년에는 전위 미술을 표방한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에 참여하는 등 선후배 작가, 미술계 인사와 활발히 교류하기도 했다.
Shim Moon-Seup, The Presentation, 2013, Acrylic on canvas, 162 x 114 cm, Photo: Claire Dorn,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심문섭은 나무, 흙, 물, 빛, 돌, 풀, 네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실험했다. 재료의 물성을 드러내고 작가의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여 탄생한 그의 조각 작품들은 완결이 아닌,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열린 세계를 지향해 왔다. 이러한 태도는 지난 16년여 전 파리에서 시작된 회화 연작 <The Presentation>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Shim Moon-Seup, The Presentation, 2022, Acrylic on canvas, 195 x 114 cm, Photo: Claire Dorn,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작가의 고향인 경상남도 통영의 앞바다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그의 회화 시리즈는 캔버스 위에 반복적인 제스처를 통해 남겨지는 붓질과 다양한 스펙트럼의 색조가 인상적이다. 서로 다른 색깔의 물감은 작가의 행위로 섞이고 교차하면서 캔버스 너머의 영역으로 무한히 확장한다. 이는 작가가 조각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확장성과 무한성의 맥락에서 그의 회화가 같이 호흡하며, 조각의 연장선상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Shim Moon-Seup, The Presentation, 2013, Acrylic on canvas, 160 x 360 cm, Photo: Claire Dorn,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자연과 순환에 대한 경외심 또한 그의 작품 세계의 핵심적 요소이다. 이번 전시의 서문을 쓴 파리 세르누치 미술관(Musée Cernuschi)의 학예실장 마엘 벨렉(Mael Bellec)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자연은 너무나 강력하다. 자연을 가지고 작업을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부드럽게 다가가야 한다”라며,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연과 그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밝히기도 했다.
유년시절부터 바다의 무한함과 그 안에서의 질서, 그것의 거대한 에너지를 직접 체험한 작가는 자연의 원리와 순환의 메시지를 회화 작품 속에 은유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Shim Moon-Seup, The Presentation, 2018, Acrylic on canvas, 195 x 114 cm, Photo: Claire Dorn,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이번 개인전에서는 회화와 조각 작품을 포함,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회화와 함께 공개될 1995년 작 <메타포(Metaphor)>는 철과 전구, 물이라는 인공적, 자연적 재료를 조합한 작품으로, 물질 간의 관계와 모순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원초적 생명의 근원인 ‘물’과 에너지를 의미하는 ‘불(전구)’의 만남으로 생명과 에너지의 순환을 떠올리게 된다.
또한, 회화 작품에 둘러싸여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처럼 연출된 나무 작품 <목신(Wood Deity)>을 통해, 자연적 소재인 나무와 그것의 짙은 생명력, 그리고 그 안에 잠재된 정신성을 엿볼 수 있다.
ⓒ PERROTI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