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스트가 공개하는
#아트페어 에티켓
LUV CONTEMPORARY ART
CEO 임규향
누군가와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과 함께 처음 나눈 몇 마디에서 그 사람과의 관계가 형성되듯, 아트페어장에서도 짧은 시간에 수많은 거래와 예술적 순간이 탄생합니다.
사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방문했을 때 지켜야 할 에티켓의 중요성은 강조되는 반면, 아트페어에서의 매너는 지금껏 간과되어 온 것이죠. 아트페어에 방문한 사람들은 저마다 내면에 자신만의 취향으로 미술품 앞에서 순간의 직관에 따르게 되기에, 그만큼 사회적인 매너가 필요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미술시장은 사람을 중심으로 모든 일이 일어나는 곳으로 상호 존중이 더욱 중요한 자리입니다. 애호가, 컬렉터, 작가, 미술 종사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이곳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중요한 에티켓과 배려에 대해 지금부터 알아볼까요?
✔ 화랑 관계자의 호칭? 큐레이터보다는 ‘갤러리스트’로
보통 아트페어 부스에는 갤러리 디렉터부터 어시스턴트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일하고 있는데 포지션을 막론하고 그들을 통틀어 갤러리스트라 정의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큐레이터가 아닌 갤러리스트라 칭해준다면 당신은 좀 더 고수처럼 보일지도 모르죠.
한국에서는 큐레이터라는 직함이 갤러리에서도 통용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큐레이터는 학예 연구를 하는 미술관·박물관 인력을 칭하는 단어이고 미술시장의 갤러리 인력은 ‘갤러리스트’가 더 정확합니다.
갤러리현대 부스(M18), 이승택, 지구놀이,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2023, 사진 출처: 한국경제
✔ 불편한 옷차림과 큰 가방은 자제!
왠지 아트페어에 간다면 화려하게 차려입고 가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트페어에서 의외로 예산보다 중요한 것이 편한 옷차림과 신발 그리고 체력이기 때문입니다. 페어장 전체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거의 3시간은 걸어야 하기 때문에 하이힐이나 선글라스를 포함한 불편한 옷차림은 페어장 반도 돌아보기도 전에 우리의 눈과 다리를 지치게 할 것입니다.
또한 안전을 위해 큰 배낭이나 쇼퍼백을 메는 것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아트페어장은 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큰 가방을 메게 되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작품에 손상을 입히는 등의 의도치 않은 사고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고 가능성 때문에 페어장에서는 늘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 소심한 질문 NO! 자신있게 질문하기!
아트페어장에서 종종 ‘이것은 파는 건가요?’ 하는 질문을 듣곤 합니다. 하지만 동경했던 거장의 작품 가격을 물어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아트페어장 이죠. 마음에 드는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갤러리스트에게 작품 가격을 묻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그들은 페어장에서 바쁜 것이 사실이지만, 누군가가 자신이 선보이는 작가에 대해 질문한다면 적극적으로 알려주려고 할 것입니다. 작품을 사는 게 처음이더라도 오히려 자신 있게 말을 거는 것이 갤러리스트의 관심을 오래 잡아두게 할 것입니다.
Frieze Seoul 2023 아트페어 전경, 사진 제공: 임규향
혹시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그들의 추천을 받고 의견을 물어보세요. 내가 수집하고 싶어 하는 취향의 작가들을 대표하는 갤러리스트와 알고 지내는 것은 작가 한 명을 아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이곳에서는 당신이 누구든 간에 잠재적 컬렉터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정보를 얻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생동감 넘치는 미술현장에서 아트 피플들과의 소통은 당신을 더 예술에 빠져들게 만들 것입니다.
TIP 갤러리스트에게 물어봐도 좋은 질문?
Q. 이 작품은 언제 만들어졌나요?
Q. 이 작가와 동시대 작가는 누구인가요?
Q. 작품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Q. 작품에 대한 경매 기록이 있나요?
Q. 작가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Q. 비슷한 다른 사이즈의 작품이 있나요?
BAMA2023참여한 러브컨템포러리아트 부스 전경, 사진 제공: 러브컨템포러리아트
✔ 시간에 대한 존중 필수!
아트페어의 궁극적인 목적과 승패는 ‘작품 판매’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종종 가끔 갤러리 부스에서 자신의 컬렉션을 자랑하거나, 사적인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사람을 종종 만나고는 합니다. 하지만 아트페어장에서의 주요 관심사는 해당 부스의 ‘작품’과 ‘작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듯 작품 구매나 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 사적인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시간적으로 실례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아트페어장에서의 갤러리스트는 4일이라는 기간 동안 5배에서 10배의 업무 강도를 가지고 시간을 집약적으로 써야 합니다. 겉으로는 아주 여유롭고 우아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매우 긴장된 상태로 많은 일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들의 소중한 시간에 대해 존중해 주세요.
✔ 상세한 작품 표현 기법은 노코멘트!
멋진 작품을 마주했을 때 감탄하는 순간들의 연속이죠. 작품의 제작방법에 관련하여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너무 깊게 파고들면 그 방법을 참고하여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음을 주의하세요.
작품 세계보다 기술과 방법에 대한 대화를 지나치게 길게 끌고 가는 것은 작가에게도, 갤러리스트에게도 실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재료와 표현기법은 그 작가의 숱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 기술적 결과물이며 작품에 따라 그것이 작품의 모든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작가가 제작 과정을 오픈하기를 원하거나, 과정 자체가 예술이 될 때는 제외하고서 관람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이미 작품 리스트나 캡션 속에 매체(Medium) 설명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2023 갤러리현대 부스 전시 전경, Gallery Hyundai (Booth F03) at Art Basel Miami Beach, 사진 제공: 갤러리 현대
작품에 대한 조언 or 말 조심
부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이건 나도 그리겠다.’ 하는 소리는 아마도 미술씬 종사자라면 한 번쯤은 듣는 말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작품을 진정으로 감상하는 사람과 오랜 시간에 걸쳐 작품 세계를 창조해낸 작가 모두에게 실례가 됩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군가가 내가 툭 던진 말을 의도치 않게 듣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 바로 페어장이기에, 언제나 말을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여부를 떠나 작가를 앞에 두고 작품에 대해 조언하는 것 또한 무례한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그 작가가 아닌 이상, 작품의 깊은 의도를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 작품 구매의사는 확실히, 갤러리와 신뢰 지키기
아트페어에서 작품 구매까지 계획하고 있다면 타이밍과 운도 고려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작품 판매는 첫날 이루어지고 아트페어 시작 전에 선판매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장하기를 원하는 작품은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하는 작품을 소유하기 위해서 가끔은 신속한 결정이 필요합니다. 소개되는 수많은 작품 중에 특히나 인기를 끄는 작품은 공개되자마자 그 갤러리와 작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발 빠른 컬렉터의 차지가 되니까요.
결정은 신중하게 해야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대기 예약을 해놓는 것은 피해야 하고 구매의사는 확실하게, 구두 계약이더라도 갤러리스트와의 사소한 약속을 지키고 다른 고객에 피해를 주는 일을 없도록 해야 합니다. 갤러리스트는 작가와 컬렉터의 중간 역할을 하기에 ‘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결국 갤러리에게 신뢰를 얻는 고객이 바로 VIP가 됨을 잊지 말아 주세요.
Installation view of Gallery Hyundai’s booth M18 in Meridians sector at Art Basel Miami Beach 2023. Photo: Gallery Hyundai
✔ 인기 있는 작품에 모든 가치를 두어서는 안된다?
고객으로서 무엇을 구입해야 하는지 알려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모든 구매 결정은 컬렉터 자신의 취향, 철학, 판단 능력에 따른 것입니다. 그림을 단순히 투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거나, 순전히 인기에 기반하여 작품에 높은 가치를 두는 태도는 추후 컬렉팅을 후회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은 예술을 우리 곁에 더 오래도록 남아있게 하죠. 이유 없이 본능에 이끌리는 작품이 있는 것처럼요. 물론,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예술가의 작품이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선택해도 좋습니다.
✔ 큰 꽃다발이나 화분선물보다는 ‘마음’
아트페어에 초대받았는데 빈손으로 오기가 미안하다면 차라리 부피가 작고 간단한 선물이나 마음만 표현해도 충분합니다. 그림은 결코 인사치레로 거래되어선 안되고, 구경을 빈손으로 와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한정되고 일시적인 공간인 아트페어 부스는 작품을 걸기에도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화분이나 큰 꽃다발은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겠죠. 물론 몇 송이의 꽃은 페어장을 생기 있게 만들어주고 작품과 어우러지기도 하지만 큰 꽃다발이나 화환만큼은 피하세요.
TIP 📢 특정 도시로 출장 온 갤러리스트에게 환영받는 선물 중 하나는 바로 그 지역의 특산품일지도 모릅니다. 페어 일정은 늘 바쁘기 때문에 출장을 가더라도 그 지역을 관광하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이죠.
BAMA2023참여한 러브컨템포러리아트 부스 전경, 사진 제공: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수백에서 수십억까지 이르는 작품들이 전시된 아트페어장이 언제나 편하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갤러리의 성향에 따라 작품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따금씩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각 갤러리는 나름대로의 운영방식이 있을 뿐, 그 안에서 고객으로서의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품 구매나 서치를 위해서 방문했는지, 감상만을 위한 방문인지, 또는 어떤 것을 목표로 방문했는지 스스로 목적을 명확히 한다면, 페어장에서 보다 편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모두가 고대하는 미술 축제인 아트페어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많은 인파로 인해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 곳인 만큼 에티켓을 지키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원하는 작품을 얻게 되는 행복한 시간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 2024년 전세계 아트페어 일정
1월 ART SG 2024 (싱가포르) 1월 19일 – 21일
ONE Art Taipei (대만) 1월 26일 – 28일
3월 ARCO Madrid (스페인) 3월 6일 – 10일
Art Fair Tokyo (일본) 3월 8일 – 10일
TEFAF MAASTRICHT (네덜란드) 3월 9일 – 14일
Art Basel Hong Kong (홍콩) 3월 27일 – 30일
4월 화랑미술제 (서울) 4월 4일 – 7일
BAMA (부산) 4월 11일 – 14일
5월 ART BUSAN (부산) 5월 9일 – 12일
TEFAF New York (미국) 5월 10일 – 14일
Taipei Dangdai(대만) 5월 10일 – 12일
6월 Art Basel (스위스) 6월 13일 – 16일
7월 Tokyo Gendai (일본) 7월 5일 – 7일
9월 Kiaf Seoul (서울) 9월 4일 – 8일
Frieze Seoul (서울) 9월 4일 – 7일
10월 Art Jakarta (인도네시아) 10월 4일 – 6 일
Frieze London (영국) 10월 9일 – 13일
Paris Plus Art Basel (프랑스) 10월 18일 – 20일
11월 Art Cologne (독일) 11월 7일 – 10일
Art Collaboration Kyoto (일본) 11월 1일 – 3일
12월 Art Basel Miami Beach (미국) 12월 6일 – 8일
필자 임규향은 회화과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20대에 미술시장에 뛰어들어 삼청동에서 러브컨템포러리아트 갤러리를 운영하고있는 10년차 갤러리스트이다. 다수의 국내외 동시대 작가를 소개하고 있으며 미술시장에서는 이례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최초로 유튜브 온라인 미술시장을 개척했으며, 저서로는 미술시장에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Sold Out》이 있다.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