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마그마(Magma)
HWANG Sueyon
황수연
Arario Gallery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024년 2월 29일(목)부터 4월 20일(토)까지 황수연(b. 1981) 개인전 《마그마》를 연다. 황수연은 재료의 물질성과 자신의 신체가 만나며 발생하는 관계 및 변화들을 사유하고 조각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주변의 다양한 물질들을 몸으로 쓰다듬고, 만지고, 마찰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낯선 물리적 현상들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는 황수연이 최근 제작한 입체 조각 3점과 평면 조각 10점으로 구성된다.
소셜 미디어 숏폼 컨텐츠를 신체적 수행으로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공산품 제조의 복잡한 공정이나 자연 속 동물의 느릿한 일상 등 무료할 법한 소재를 대중의 흥미에 부합하도록 1분 미만 길이로 정제한 숏폼 영상을 소재 삼았다. 작가는 영상 속 이미지를 물리적 조각으로 재현하는 노동을 자처한다.
Arario Gallery, HWANG SUEYON : «MAGMA» 24.02.29.-04.20. Installation view of at Arario Gallery Seoul. Courtesy of Arario Gallery.
실제 작업 과정 속에서, 이미지는 작가의 신체적 역량 및 현실의 물리적 조건에 따라 재해석된다. 재료의 물질성과 조각의 행위성에 관한 관심에 바탕을 둔 기존 작품세계 주제의 연장선상에서 표현 및 기법의 다채로운 변주를 시도한 면모가 돋보인다.
암석이 녹은 상태인 마그마(Magma)는 예상컨대 육중하면서도 흐느적거리는, 단단하면서도 유동적인 존재다. 암석으로서의 원 속성과 폭발적인 열기 속에서 녹아 내리는 상태로서의 그 어떤 유동적 가능성을 동시에 품은 까닭이다. 황수연의 전시 《마그마》는 이런 마그마의 존재론적 속성과 무관하지 않다. 입체 조각 3점과 평면 조각 10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황수연 작가는 기존 작업들에서 보여준 행보와 유사한 듯, 조금은 벗어난 지점에서의 변주를 선보인다.
HWANG SUEYON BAD RACKET “…” 나쁜 라켓 “…”, 2024 Stainless steel, wire 157 x 200 x 90cm / 2 pcs.
전시에 출품되는 입체 조각 3점은 작가가 소셜 미디어의 숏폼 컨텐츠에서 포착한 특정 이미지들을 선별한 후 자신의 신체를 이용한 수행을 거쳐 이미지를 재해석하고 입체적으로 구현한 작업들이다. 일상에서 쉽게 노출되는 숏폼 이미지들은 작가에게 수많은 유동적 잠재성으로 존재했는데, 그 중 세상의 다양한 물품들이 제작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에 특히 끌렸다고 한다.
작가는 이들 움직이는 이미지를 간섭하고 그 속에서 조형적 요소를 끄집어내 입체적 조각으로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신체는 따라하기의 방식으로 개입했고, 숏폼 속 대상의 형태나 속성은 사적 체험과 해석이 더해진 새로운 조각으로 탄생했다.
예를 들어, 작품 (2024)은 배드민턴 라켓의 제작 과정에 대한 숏폼 영상에서 영감을 받아 그 제작 과정을 작가 스스로 수행하면서 만들어낸 결과인데, 그 과정에서의 조형적 고민이나 예외적 시도들이 더해지면서 유사한 듯 매우 다른 형태로 귀결되었다.
황수연 HWANG Sueyon,아스팔트 위의 나무늘보 Sloth on the Asphalt, 2024, 3D 프린트 3D print, 70 x 107 x 33 cm
평면 조각들은 각각 제품을 절단, 성형하는 도구인 칼금형과 점토를 주재료로 하는 두 개의 시리즈가 전시된다. ‘칼금형’ 시리즈는 제스모나이트에 칼금형을 배치하고 아크릴 미디엄이나 코팅제 등을 더하면서 입체와 평면을 가로지르며 상호 침투하는 공간 구성의 묘미를 보여준다.
이 시리즈 또한 숏폼에서 파생된 입체 조각과 비슷한 맥락에서 재단하고 생산하는 프로토타입으로서 칼금형의 유동적 생산성에 새로운 물성을 가미해 추상적으로 확장한다. 이 추상화 과정은 칼금형의 기능적 한계를 넘어서고 그것들의 배치와 구성, 새로운 질료와의 혼성으로 화면에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황수연 HWANG Sueyon, 발을 보다 Look at Feet, 2023, 나무 패널에 아크릴, 점토, 아크릴 미디엄겔, 포멕스 Acrylic on wooden panel, clay, acrylic medium gel, extruded PVC foam sheet, 24.5 x 33cm
또 다른 시리즈 ‘클레이 마인드’는 점토를 이용해 회화성을 표현한 조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점토 특유의 물렁한 재질을 이용해 눌러지고 문질러지는 마찰면의 촉각성과 작가의 지속적인 신체적 자극을 고스란히 화면에 드러내며 하나의 물리적 현상을 만들어냈다.
또한 점토를 중첩시키면서 표현되는 회화적 요소와 조각적 요소, 그리고 점토라는 재료의 물리적 단단함과 시각적 연약함을 공존시켜 이질적인 시각적 쾌감을 증폭시켰다.
Arario Gallery, HWANG SUEYON : «MAGMA» 24.02.29.-04.20. Installation view of at Arario Gallery Seoul. Courtesy of Arario Gallery.
ⓒ Arario Gallery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