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ALK · INTERVIEW
ART PEOPLE #이주헌 미술평론가
ART TALK #5 서양 미술의 이해 / #9 캔버스 위의 리더십
ART PEOPLE
DATE
MAR 14, 2024
CONTRIBUTOR
ARTiPIO Editioral
Related Posts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한겨레』 문화부 미술 담당 기자를 거쳐 학고재 갤러리와 서울미술관 관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이야기꾼입니다. 그가 집필한 저서들은 미술이 어려운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고 있는데요.
그간 『이주헌의 서양미술특강』,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2』, 『이주헌의 아트카페』, 『리더의 명화수업』 등 서양미술 개론부터 미술 교양서까지 다양한 서적을 출간했습니다.
아티피오의 정기 강연인 <아트토크 #5 (23.02.21)>에서 ‘서양 미술의 이해’ 주제로, <아트토크 #9 (23.10.31)>에서는 ‘캔버스 위의 리더십’의 주제로 아티피오 회원들과 두 차례 만남을 가지며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했는데요.
2회의 강연은 그의 저서와 연관된 이야기였다면, 그 외에도 이주헌 미술 평론가의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한가득합니다. 지금부터 아티피오와 함께 만나볼까요?
아티피오의 정기 강연 <아트토크 #5 (23.02.21)>에서 강연하는 모습. Photo: ARTiPIO
Q. 미술이 어렵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술과 친해지는 방법이 있을까요?
낯선 것에 대해 우리는 거리감을 느낍니다. 그걸 어렵다고 표현하곤 하지요. 익숙하지 않으니, 부담감이 생기는 겁니다. 그렇기에 미술을 자주 접하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부담감이 확 줄어듭니다. 사실 미술은 누구나 쉽게 다가가 즐길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2015년 이주헌 미술평론가 빌바오 구겐하임 방문 당시 사진, 이미지 제공: 이주헌
물론 세상의 모든 것은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복잡하고 어렵죠. 축구공 잘 차는 것도 과학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러나 그걸 알아야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편하게 다가가다 보면 전문가의 평가와는 관계없이 나만의 시선과 기준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Q. 서양미술사, 동양미술사는 직관적이라 이해하기 쉽지만, 현대미술은 동시대 예술이기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람이 많은데요.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공부 방법을 알려주세요.
현대미술은 미적 표현보다는 개념과 생각의 전달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예술의 성격을 띠고 있지요. 그래서 작가가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을 이해하면 훨씬 감상하기 좋고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자료를 읽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시간 여유를 갖고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면 좋겠습니다. 작품도 보고 자료도 읽고 또 내 나름대로 사유해 볼 시간도 갖는 것이죠. 물론 어떻게 보고 판단하느냐 하는 부분은 늘 열려 있습니다. 감상자가 자기 주관을 갖고 감상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다른 사람들, 특히 전문가의 해석과 내 해석이 다르다 해도 괘념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술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Q. 평론가님께서는 그간 미술과 일상을 연결해주는 책을 많이 출간하셨는데요. 작품 속에서 배워야 할 우리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이주헌의 서양미술 특강, 이주헌 저. 출처: 예스24
미술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세상을 편견 없이 열린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지요. 미술은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다루면서도 특정한 이념이나 규범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간혹 이념을 강요하는 미술이 있지만, 그런 미술은 시간이 지나면 소외됐죠.
진정한 미술은 우리에게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편견 없이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며, 대부분의 미술은 이러한 가치를 선양하고 그게 미술의 역사입니다.
우리는 선입견 없이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작품이 이야기하는 바를 바라보고, 각기 다른 사람, 생각, 가치를 존중하게 하는 힘을 미술을 통해 키울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노라면 자연스레 ‘내가 스스로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Q. 그동안 많은 작품을 보고, 연구 해오셨는데요. 선생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작가와 작품이 궁금합니다.
1989년 서울 서교동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 앉아 있는 윤형근 작가의 생전 모습. 이미지 제공: David Zwirner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이 매우 많습니다. 이전에는 밀레, 반 고흐, 에드워드 호퍼, 데이비드 호크니, 벤 샨,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을 좋아했습니다. 좀 더 나이가 들어서는 앙리 마티스, 피에르 보나르 같은 컬러리스트와 사이 톰블리, 마르셀 뒤샹, 윤형근, 요제프 알베르스 같은 현대미술가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2005년 작품 앞에 선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모습. © Eyevine
1948년 작품 앞의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작가의 모습. Photo: Arnold Newman
보다시피 좋아하는 미술가들이 많은데, 워낙 다양해서 특정한 사조나 스타일을 좋아한다기보다는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한다고 하는 게 보다 맞을 것 같네요.
그들의 작품도 좋지만, 인간적인 측면에서 각자 나름의 의지와 개성을 갖고 그것을 펼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집념을 다 한 그들의 모습이 좋습니다.
Q. 새로운 출간 소식이나 앞으로의 계획, 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이주헌의 그림 세상’. 출처: Naver
지금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이주헌의 그림 세상’이라는 코너에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4월 말까지 연재하는데요. 콘텐츠들이 꽤 많이 쌓였기에, 일부를 골라서 조만간 책을 낼 예정입니다. 그밖에 제가 해오던 강의와 아트투어 등을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특별한 것은 없어요. 저에게는 지금 제가 해오고 있는 일이 소중하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2023년 ‘뮤지엄 산’에서 이주헌 미술평론가의 모습. 이미지 제공: 이주헌
©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