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ALK · INTERVIEW
ART PEOPLE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ART TALK #11 아트테크,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는 현재 국민일보의 미술전문기자로서 다양한 칼럼을 선보이는 저널리스트이자 미술 평론가, 미술사가로서 미술시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년간 현장 취재를 통해 쌓인 미술 시장에 대한 안목과 인사이트를 통해 미술시장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 『미술시장의 탄생』,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한 폭의 한국사』, 『조선의 그림 수집가들』 등 그간 다양한 대중 미술 서적을 출간해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그녀의 전문적인 인사이트를 직접 듣고자 아티피오의 정기 강연 <아트토크 #1(2022.6.28.)>에서 첫 강연자로서 손영옥 미술전문기자를 초대해 ‘아트테크,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강연을 진행했었는데요.
강연 이후 여전히 미술전문기자로 활동하며 미술과 문화재 관련 뉴스를 전하고, 최근에는 장애 예술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등 새롭게 기획자로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손영옥 미술전문기자님의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김홍도, 마상청앵도, 조선 후기, 종이에 수묵담채, 117×52.2㎝, 간송미술관 소장. 출처: 한국민속문화대백과사전 ⓒ간송미술문화재단
고등학교, 대학교 때 미술동아리를 했지,만 바쁜 기자 생활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마상청앵도>가 떠오른 이후에는 그림을 ‘보는 기쁨’에 눈뜨게 되었고 이것이 마흔 넘어 미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로 석/박사 학위를 받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Q. 2018년 출간한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에서는 첫 작품 구매 예산을 500만 원으로 잡고 미술시장에 입문하라고 말씀 주셨는데요.
그 이후 미술시장에 많은 변동이 있었는데, 요즈음 시작하는 입문자에게는 예산을 얼마로 추천 하시나요?
MBN <헬로아트>패널로 출연한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이미지 제공: 손영옥
저는 지금도 첫 그림 예산은 500만 원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MZ세대가 미술시장에 진입하면서 돈 씀씀이에 있어선 부모 세대보다 ‘통이 커진’ 느낌을 받긴 해요.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그림 구매라면 최소 1,000만 원은 줘야 하긴 하죠.
그런데 좋아서 그림을 사는 미술 애호의 관점이라면 500만 원 이내에 마음에 드는 그림을 처음 사보는 경험을 하고, 이후 안목이 생기고 미술시장 생태계에 감을 좀 잡은 후 1,000만 원 이상으로 올려보는 접근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최근 출간한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 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 책 표지 이미지 제공: 손영옥
이 책은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족이 기증한 천문학적 규모의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에 대해 쓴 것입니다. 고미술은 제외하고, 한국과 서양의 근현대 미술 작가들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기존의 책들이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서만 다뤘다면, 저는 컬렉터에도 집중했습니다. 컬렉터 이건희, 홍라희, 미술 수집 DNA를 물려준 삼성 창업주 이병철까지 다루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집을 도와준 조력자들인 화상 박명자, 이호재도 처음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렸죠.
저는 이 책을 통해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으로 이건희 컬렉션을 새로 호명한 사람입니다. 수집 과정은 부부가 함께했지만 故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의 이름에 미술 전문가 홍라희 여사의 이름이 가려진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죠. 최근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으로 부르는 분위기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Q. 기자님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혹은 작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김종태, 사내아이, 1929
이번 책을 쓰면서 새롭게 좋아하게 된 작품이 몇몇 있는데요. 일제강점기 비운의 천재 화가 김종태(1906-1935)의 ‘사내아이'(1929)를 소개하고 싶어요. 1920∼30년대 조선미술전람회를 휩쓴 스타 화가 김종태는 29세에 요절했어요. 김종태는 유족이 없다 보니 사후 작품 관리가 안 돼 현재 4점이 전해지는데, 그중 한 점이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에 포함됐다 국가에 기증된 것이지요.
‘사내아이’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졸고 있는 사내아이를 몇 번의 붓질로 유화를 수채화처럼 담백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화가에게서는 볼 수 없는 자유분방한 붓질과 파격적인 구도 등에서 독창성이 번득입니다. 저는 이런 독학한 사람만이 갖는 힘이 느껴져 너무 좋아요. 알고 보니 이건희 홍라희 부부도 엄청나게 아낀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Q. 최근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앞으로의 꿈이 궁금합니다.
대상 수상자 김경두 작가(우측 1번째)가 제1회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수상자 시상식 및 전시 개막식에서 내빈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는 모습. (맨 좌측) 손영옥 기자의 모습. 이미지 제공: 손영옥
2023년에 장애 예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신경 다양성(발달장애)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국민일보 아르브뤼 미술상’(2023.2.1-2.20)을 총괄 기획해 런칭했습니다. 한국 1세대 실험미술 거장인 이건용 작가의 후원을 기반으로 제정된 이 상은 올해로 2회째에요.
수상자들의 작품으로 얼마전 <神經(신경):신이 다니는 길, 그 길 위의 목소리들>(2024.1.31-2.26) 전시가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한 달간 열렸죠.
2023.9.21. 국민일보 국립중앙박물관 공동 주체 장애예술국제심포지엄에서 모더레이터로 활동하는 손영옥 미술전문기자의 모습. 이미지 제공: 손영옥
이외에도 장애 예술 국제심포지엄인 ‘포용적 사회, 새로운 물결’(2023.9.21.)도 총괄 기획해 국민일보와 국립중앙박물관 공동주최로 지난해 가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하도 했습니다.
이러한 계기로 장애 예술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더 깊이 해볼 예정입니다. 장애 예술은 이제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생각해요. 소수자 예술에 대한 관심이 장애 예술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내가 예술의 최전선에 서 있구나.’하는 기쁨을 지난 기획 과정 속에서 맛보았기에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좀 호흡이 긴 글, 분량이 긴 글을 쓰고 싶어요. 이미지의 시대라 글이 힘을 잃었고, 더불어 미술 평론도 죽었다고 하지만 저는 지금도 글의 힘을 믿습니다. 작품을 해석하는 미술 평론을 넘어 제가 쓴 문장 그 자체가 자율성을 가지고 문장 자체의 매력으로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미술 평론을 쓰는 것이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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