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고스티즘
Daniel Wheedong Kim
김휘동
CDA Gallery
편집과 가공이 용이한 시대에 데이터로 유통되고 증식하면서, 이미지는 어디에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미지로 기록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삶을 보낸다. 데이터의 복사본이나 새로 편집된 이미지는, 물건이나 사물의 실제에 귀속되는 복사본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라는, 그리고 실제를 시각적으로 기록한 원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짓은 색상이나 밝기 조절, 크기와 출력되는 곳을 더 다양하게 찾는 유동적 존재이다.
원본—실제와 이를 기록한 물건—이라는 특정 시공간과의 애증 관계를 끊고, 픽셀이 깨진 열화된 이미지, 일부분만 크롭된 이미지, 소프트웨어나 스마트폰의 편집 도구를 통해 색상을 바꾼 이미지가 저 스스로 돌아다닌다.
편집된 이미지는 어떤 서사가 시공간인 맥락 안에 머무는 유령적 성격이 아닌 초-유령적 성격을 지닌다. ‘확산’이라는 말의 어감이 주는 수동성과 달리, 초-유령적 이미지는 거듭(-)난다. 출처에 구애받지 않은 이미지는 자유를 스스로 실현한다.
김휘동 개인전 《하이퍼 고스티즘(Hyper-Ghostism)》(24.05.24.06.22.) 전시 전경. Exhibition Installation Veiw. ©2024 CDA, All Rights Reserved.
김휘동은 본인의 관심사와 작업을 ‘Hyper-Ghostism(초-유령주의)’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그는 회화 작업을 통해서 SNS에 올라온 이미지, 사진집의 한 컷이나 광고의 한 장면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화면에 나타난 인물이나 사물은 부분적으로 환하게 빛이 들어와 그림자를 남겨 아련한 인상을 준다. 화면이 내뿜는 아련함은 이미지를 초-시공간성으로 이끌고 간다. 김휘동이 회화 작업으로/에 옮겼을 때, 실존 인물과 사물, 그리고 이를 기록한 원본 사진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김휘동 개인전 《하이퍼 고스티즘(Hyper-Ghostism)》(24.05.24.06.22.) 전시 전경. Exhibition Installation Veiw. ©2024 CDA,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이미지는 언제 어디에서 본 것과 같이, 피사체나 시공간인 맥락과 특정성에서 빠져나간다. 이러한 특징은 그려진 화면 바깥에 하얀색이나 다른 색으로 남은 여백 때문에 한층 더 강조된다. 화면에 크롭한 또는 일부분만 크게 확대한 것처럼 남은 이미지는 전체 중 일부분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우리는 이미지의 전체상—이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게 되었고, 원래 어떤 색감이었고, 어떻게 편집되었는지를 알 수 없고 유추할 뿐이다.
김휘동 개인전 《하이퍼 고스티즘(Hyper-Ghostism)》(24.05.24.06.22.) 전시 전경. Exhibition Installation Veiw. ©2024 CDA, All Rights Reserved.
같이 주목할 부분은 캔버스 위의 스크래치 같은 자국, 그리고 모니터 오류나 스캐너에 덜 비친 것처럼 나온 그라데이션이다. 김휘동의 회화 작업에서 이미지는 한때 다른 곳에 있었음을 동시에 암시한다.
이미지가 사실적으로 재현된 모습 안에 스크래치나 그라데이션처럼 물성의 사실적 재현이 있다. 우리가 그것을 재현된 것이 아니라 재현된 것의 재현임으로 인식할 때, 오늘날 우리에게 ‘실제’나 ‘실물’, 더 궁극적으로는 ‘원본’을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김휘동 개인전 《하이퍼 고스티즘(Hyper-Ghostism)》(24.05.24.06.22.) 전시 전경. Exhibition Installation Veiw. ©2024 CDA, All Rights Reserved.
재현된 스크래치나 그라데이션의 흔적들에서 ‘사실적 재현’의 의미만큼 훼손된 것도 없다. 훼손은 파괴되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이미지가 나날이 증식해 나아가는 초-유령적 성격을 공유한다.
김휘동이 회화 작업으로 이미지를 다룰 때, 혹자는 알맹이가 없고 껍데기만 남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아니, 오히려 맞는 말로, 속이 텅 비어 있는 상태만큼 자유로운 것도 없다. 광고나 감상용 이미지는 김휘동의 회화에서 본래 혹은 다른 역할과 기능에 구속되지 않는다. 이 수평성이야말로 작가가 회화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이다.
(글. 콘노 유키)
김휘동 개인전 《하이퍼 고스티즘(Hyper-Ghostism)》(24.05.24.06.22.) 전시 전경. Exhibition Installation Veiw. ©2024 CDA, All Rights Reserved.
작가 소개
김휘동(Daniel Wheedong Kim), Michiyo 2, 2024, Acrylic and Oil on Canvas, 130.3x 73.3 cm. ©2024 CDA, All Rights Reserved.
김휘동 (Daniel Wheedong Kim, Based in Seoul, Korea. b. 1996)
김휘동 작가는 삶의 태도로서의 예술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작가는 뉴욕, 런던, 도쿄, 오클랜드, 부산, 서울을 포함해 총 11개 도시에서 자라오며 복합적인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여러 문화권에 적응하기 위해 단발적이고 다각적으로 관심사를 바꿔야 했고, 그 습관은 여전히 작업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관찰자적 시선이 담긴 작가의 작업은 미디어와 문화에 대한 다양한 관심에 따라 여러 형태의 이미지로 표현됩니다.
그에게 항상 실재했던 스크린 미디어 속 언어와 작가로 꾸준히 탐구해 온 평면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빠르게 다원화 되어가는 디지털 기술 사회에서 회화(또는 미술)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한 고민을 작업에 담고 있습니다. 평면을 통해 형성된 주제 의식을 전통적인 재료인 물감과 캔버스, 그리고 물리적 공간에서의 전시로 꾸준히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CDA Gallery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