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REVIEW
아트 바젤 홍콩 2024 어디까지 가봤니?
널 위한 문화예술
이지현
맛있는 딤섬, 빼곡한 빌딩,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등 ‘홍콩’하면 저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겠지만, 예술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요?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부상한 홍콩은 매년 3월 예술 행사를 잔뜩 몰아서 진행합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아트 바젤 홍콩 2024(Art Basel Hong Kong 2024)은 그 중심에 있죠. 뜨거운 열기 속에 최근 폐막한 아트 바젤 홍콩의 기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데요. 필자의 생생한 감상도 아티피오에서 함께 전해볼까 합니다. 지금부터 2024년의 아트 바젤 홍콩 함께 살펴볼까요?
✔ 아트바젤 홍콩, 보도된 기사들과는 다르게 재밌었다!
Art Basel Hong Kong 2024 전시 전경. Photo: 이지현
“아트 바젤 홍콩, 보도된 기사들과는 다르게 재밌었다!” 이것이 필자의 한 줄 평이 되겠는데요.
사실 대부분의 아트바젤 홍콩에 대한 기사들이 냉랭합니다. 무려 242개 갤러리가 참가해 팬데믹 이전의 규모로 돌아왔다는 개막 전 기대와 다르게, 판매 실적은 이전에 비해 저조하기 때문이 큰 이유일 수 있습니다. 관객 수 또한 작년 8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7만 명대를 기록했죠.
사실 정치적 통제, 부활절 휴일 등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필자는 딱 잘라 말하고 싶습니다. ‘매출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미술시장 또한 경기와 무관하지 않기에 당연히 매출은 지금의 시장 상황과 연동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총매출이라는 것은 슈퍼 리치의 작품 구입만으로도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매출로만 아트 바젤과 같은 아트페어를 평가한다면 놓치는 부분이 많을지도 모르죠.
아트페어는 수백억 대의 작품을 구매하는 소수의 사람뿐 아니라, 저마다의 관점으로 작품을 관람하고 구매하는 수만 명의 사람들의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 한국 여성 작가들에 대한 HOT한 관심!
Art Basel Hong Kong 2024 전시 전경. Photo: 이지현
그런 의미에서 필자 또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흥미진진한 것들을 아트 바젤 홍콩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한국 여성 작가들의 약진이었는데요. 이미 수많은 기사를 통해 K-ART의 위상이 보도된 바 있지만, 그중에서도 불과 몇 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 여성 작가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아닐까 합니다.
Art Basel Hong Kong 2024. Encounters Section 참가한 국제갤러리의 양혜규 작품 전시 전경. Photo: 이지현
특히 2024년 올해 인카운터스(Encounters) 섹션에 내놓은 양혜규의 설치 작품 ‘우발적 서식지’ 작품은 거의 메인 메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트 바젤 현장 한 가운데에 설치 됐고, 바젤 시작과 동시에 컬렉터의 품에 돌아갔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김윤신, 강서경, 이미래 등 세계적으로 작품을 인정받는 작가들의 작품이 많은 컬렉터의 관심을 받으며 주인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 과감한 시도를 선보인 부스는 별미 그 자체
Art Basel Hong Kong 2024 전시 전경. Photo: 이지현
참가하는 많은 갤러리들에게 판매는 매우 중요한 행위일 테지만, 그것이 제1의 목표가 아닐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아트페어라는 무대에는 컬렉터뿐 아니라 주요한 큐레이터, 미술계 인사들이 트렌드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만큼, 갤러리 소속 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이는 중요한 무대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휘슬 갤러리의 김경태 작가의 솔로 부스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는데요. 특히나 미술시장에서 사진은 시장이 작다고 여겨지는 매체이죠. 유니크 피스, 즉 희소성과 작품의 가격이 크게 상관 관계를 갖기 때문에 복제가 가능한 사진은 여전히 컬렉터들에게도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매체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트페어에서 대체적으로 유화를 비롯한 원화가 즐비한데, 이런 와중에 독특한 디스플레이로 너무나 신선한 자태를 뽐냈던 휘슬 부스가 강렬하게 기억됩니다.
✔ 새로움이여, 오라!
Art Basel Hong Kong 2024 참석한 이지현님의 모습. Photo: 이지현
아트 바젤 홍콩이 시작되는 3월에는 홍콩 곳곳에 포스터가 붙는데, 사전 공개된 포스터가 매우 의외였는데요. 반짝반짝 빛나는 커다란 눈을 가진 복숭아 그림이었습니다. 왠지 마스터 피스나 시장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는 작가의 그림으로 포스터를 만들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정말 신선한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아트 바젤 홍콩의 결정에 놀라고 만 것이죠.
작품의 주인인 리우 인(Liu Yin) 작가를 찾아 인스타그램까지 팔로우하게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스며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트 바젤의 포토존 배경에도 이 복숭아들이 등장했습니다. 확실히 영 컬렉터의 취향을 고려한 결정이라 여겨질 만했는데요. 또한 총 2개의 층에서 진행된 이번 아트 바젤 홍콩은 1층에는 메이저급 갤러리가, 3층에는 뉴페이스 갤러리들이 함께하는 구도였습니다. 즉 새로운 갤러리들의 진입을 환영하고, 이로써 컬렉터들에게도 신선함을 선사한 것이죠. 실제로 필자 또한 예상 밖의 뉴페이스 갤러리를 만날 수 있는 3층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해졌답니다.
✔ 이곳은 동시대 작가와의 팬미팅 현장
마릴린 민터의 모습. Portrait of the Marilyn Miner Courtesy the artist, Salon 94, New York; Regen Projects, Los Angeles;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and Baldwin Gallery, Aspen. Photo by Nadya Wasylko.
아트 바젤 홍콩의 별미는 바로 운이 좋으면 동시대 작가를 마주칠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필자의 경우 마릴린 민터 작가를 만났습니다! 그는 뉴욕 출신의 작가로 현재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이기도 한데요.
그녀는 여성의 얼굴, 입, 입술 등 신체의 일부를 클로즈업해 묘사를 하며, 자신만의 메시지와 화풍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선보여 정말 매력적인데요. 여성 표현에 관한 담론과 매력·아름다움의 개념에 대해 꾸준히 탐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컬렉팅을 결심하기엔 다소 어려운 금액대이지만, 언젠가 꼭 한 점을 소장하리라 결심할 만큼 위시리스트에 있죠.
때마침 필자가 아트페어장으로 들어가는 순간, 스치듯 지나가는 민터! 제 눈을 의심했는데요. 어? 설마?! 신나게 쫓아가 그녀의 뒷모습을 촬영해보기도 했답니다. 이처럼 의외로 페어장을 찾는 작가들이 많은 만큼, 평소 작가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찐팬이라면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rt Basel Hong Kong 2024 전시 전경. Photo: 이지현
혹시 이번 아트바젤 홍콩을 아쉽게도 못 갔다면 아쉬워할 필요가 없죠!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상반기의 아트페어들이 시작되는데요.
4월 3일부터 4월 7일까지 진행되는 서울의 ‘화랑미술제’를 시작으로, 신생 아트페어인 ‘아트오앤오’, 그리고 부산의 아트페어 ‘BAMA(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아트부산’, ‘DIAF(대구국제아트페어)’, ‘울산국제아트페어’까지.
기회가 된다면, 상반기 전국 각지에서 펼쳐지는 아트페어를 몸소 즐겨보길 바랍니다.
필자 이지현은 학부에서는 경영학과, 회화과를 전공하고 이후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효율성의 논리와 정량적인 방식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예술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예술옹호론자’로 활동 중이다. 또한 현재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스타트업에서 공동대표로 재직하며 예술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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