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REVIEW
역대급 현대미술 축제!
베니스 비엔날레 2024
널 위한 문화예술
이지현
VENUE
DATE
APR 20 - NOV 24, 2024
CONTRIBUTOR
비엔날레! 많이들 들어보셨죠? 비엔날레(이탈리아어: Biennale)는 2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전시회로, 이탈리아어로 ‘2년에 한 번’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이후 짝수 해에는 미술전을, 홀수 해에는 건축전을 개최하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2024년은 ‘미술 축제’로 장식되었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저마다의 색상으로 열리는 비엔날레는 아트페어처럼 미술품을 사고팔 수 있는 장터와는 완전히 다른 행사에 가까운데요.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예술가들의 수많은 물음표로 채워진 비엔날레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무궁무진한 현대미술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즐거움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아트페어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비엔날레는 아트 러버들을 강력하게 잡아당깁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2024 입구 젼경. Photo: 이지현
그중에서도 세계 3대 비엔날레 중 하나인 베니스 비엔날레는 무척이나 특별한데요. 비엔날레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여 시초가 된 곳이기도 한 베니스는 난해한 현대미술이 펼쳐지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도시이기 때문이죠.
전 세계 기상천외한 현대미술과 건축의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는 1895년에 시작돼 12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제60회를 맞이한 만큼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하기에, 수많은 미술인들과 아트 러버들이 발걸음이 모여드는 섬으로 변모했는데요. 지금부터 필자가 직접 다녀온 2024 비엔날레(Biennale Arte 2024)의 생생한 후기를 공유할 테니 모두 잘 따라오세요!
✔ 베니스 비엔날레는 ‘미술계 올림픽’?
베니스 비엔날레 2024 입구 젼경. Photo: 이지현
비엔날레는 크게 본 전시와 독립된 전시 공간인 국가관(National Pavilion) 외 병행 전시, 기타 전시 등으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국가관은 총 27개국 26개관이 운영 중에 있으며, 올해의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총 86개국의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
이 중 최고의 작가와 국가관에게 황금사자상을 수여하는 모습은 마치 올림픽을 닮아있어, 흔히 베니스 비엔날레를 ‘미술계 올림픽’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2024 입구 젼경. Photo: 이지현
실제 올림픽을 떠올려보면, 평소 하지도 않는 태극기 두건을 꺼내고 싶을 만큼 애국심이 극에 달하죠? 하지만 비엔날레가 올림픽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의 국가관을 무조건적으로 응원하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곳 미술계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나만의 인생 국가관을 찾아내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한국인이라면 한국관을 꼭 들러 관람하게 되고, 진심을 다해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한국관의 이야기를 빼놓기는 어렵겠죠? 필자 또한 베니스의 프리뷰 첫날 가장 먼저 향한 곳이기도 했는데요.
베니스 비엔날레 2024 한국관 구정아 작가의 《오도라마 시티》 전시 전경. © 필라 코리아스 런던, PKM 갤러리 서울, Photo Mark Blower
2024년의 한국관은 구정아 작가의 《오도라마 시티》 전시로 채워졌습니다. ‘오도라마’는 향기를 뜻하는 ‘Odor’에 드라마 ‘rama’를 결합한 단어로 냄새에 대한 작가의 오랜 실천과 관심이 녹아있는 ‘향 프로젝트’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한반도와 연이 있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에 대한 600여 편의 사연을 분석해 조향사들과 함께 ‘한국의 냄새 풍경’을 표현했는데요. 미술의 영역을 시각에서 후각으로 확장한 한국관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전경. © 필라 코리아스 런던, PKM 갤러리 서울, Photo Mark Blower
특히 많은 큐레이터의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하드웨어(건축물)에서 이루어졌기에 더욱 눈길이 가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1995년 백남준 작가의 큰 노력으로 개관하게 된 한국관은 독일관과 일본관 사이 구릉지대에 세워진 화장실 위치에 자리를 잡게 되었죠.
심지어 한국관의 외관은 꽤나 독특한데요. 당시 까다로운 건축 허가를 얻기 위해 경관 보호 차원의 유리 건물, 곡면이라는 지대의 한계를 딛고 건물을 올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런 점을 역으로 적극 활용해 작품의 시각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후각에 집중한 이번 한국관은 또 다른 의미에서 파격적이면서도 가장 미술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네덜란드관에 참여한 렌조 마르텐스(Renzo Martens)와 CATPC(콩고농장노동자미술연맹) 모습. ©Koos Breukel, 2023
필자는 한국관을 시작으로 여러 전시관을 계획적으로 격파하기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80개가 넘는 전시관을 모두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는데요.
그럼에도 열심히 돌아다닌 와중에 필자의 올해 인생 국가관은 바로 네덜란드관(Dutch Pavilion)였습니다. 네덜란드 영화감독이자 예술가인 렌조 마르텐스(Renzo Martens)와 콩고의 예술가 집단인 CATPC가 함께 꾸린 이번 전시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인 ‘Stranieri Ovunqu – 모든 곳에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의도가 잘 드러났고, 큐레이터가 작가를 선정하여 함께 출전하는 형식인 비엔날레의 시스템을 가장 창의적으로 이용한 팀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2024 전시 전경. Photo: 이지현
✔ 안토니 곰리를 만나서 운 썰..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개막 전, 각종 매체와 미술인들에게 먼저 오픈하는 프리뷰 기간을 가지는데요. 이 기간에는 참여 예술가 및 해당 예술가를 서포트하는 갤러리와 미술관 등 수많은 관계자들이 모이는데, 감사하게도 필자 또한 이 기간에 오게 되었습니다.
작가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1966)과 이지현 대표의 모습. Photo: 이지현
59회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 1977)와 이지현 대표의 모습. 사진 제공: 이지현
평소 현대미술 작가들을 덕질(?)하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각종 매체에서 너무 자주 접한 탓에 실제로 보면 단번에 알아보는 눈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렇다 보니 비엔날레 국가관 전시가 펼쳐지는 자르디니(Giardini) 공원에서 예술가들을 쉴 새 없이 마주쳤답니다.
그 중 한명은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작가인 그녀의 뒷모습만 보고도 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 스스로 놀라며, 조심스레 다가가 팬이라고 이야기하며 사진을 찍었답니다.
아르세날레(Arsenale)에서 본 전시를 보던 중에는 지난 59회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인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를 마주치기도 했는데요. 이전 감독이 올해의 전시를 보고 있는 모습에서 어떤 아우라가 나왔달까.. 수줍게 다가가 사진을 요청하기도 했답니다.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b. 1950)와 이지현 대표의 모습. Photo: 이지현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는 베니스 섬 전체에 수백 개의 위성 전시가 열리는데요. 그중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맞이해 《모든 섬은 산이다》라는 제목으로 역대 참여 작가들의 전시가 펼쳐졌습니다.
해당 전시의 오프닝에 갔다가 조각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를 마주쳤는다는 사실!
필자는 그를 오마주 하는 프로젝트를 할 정도로 곰리의 작품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와 대화를 하던 중 눈물을 흘렸다는 마지막 일화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 베니스의 찐 후기들이 더 궁금하다면?
베니스 섬에서 200개가 거뜬히 넘는 전시들이 펼쳐집니다. 모든 전시를 다 보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거니와 주요 전시만 돌아도 차가 없는 베니스에서 하루에 2만 보는 기본이죠. 이런 와중에 베니스 비엔날레 개최 전부터 심상찮은 계정을 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off.to.venice!
슬로건은 다름 아닌 “베니스 비엔날레의 모든 전시를 보겠다. 팀원을 모집한다.”였습니다. 필자는 베니스에 와서 정말 이 팀을 발견했다는 사실! 진짜 옹기종기 모여 전시를 격파 중인 이들.. 인스타그램을 통해 날것의 후기들이 계속 공유되고 있으니 관심 갖고 살펴보시길!
은은한 광기를 뽐내는 또 다른 미술 계정은 바로 크락티입니다. 중도에 비행 일정을 미루고, 숙소를 추가 예약하여 베니스에 더 머물 만큼 열정적으로 베니스 비엔날레를 살펴 본 찐 미술인이 아닐까 싶은데요.
올해 황금사자상을 받은 호주관의 소식과 베니스 비엔날레 족집게 과외 느낌으로 총정리가 올라왔으니 참고해보면 좋겠죠? 현재도 그의 계정에 계속해서 베니스의 후기가 올라오고 있는 만큼, 따끈한 소식이 궁금하다면 꼭 팔로우 해보길!
필자 이지현은 학부에서는 경영학과, 회화과를 전공하고 이후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효율성의 논리와 정량적인 방식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예술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예술옹호론자’로 활동 중이다. 또한 현재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스타트업에서 공동대표로 재직하며 예술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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