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MARKET
해외갤러리가 주목한
한국의 아트페어 '아트부산'
ART BUSAN 2023
올해 12주년을 맞이한 ‘아트부산 2023’은 5월 4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22개국 145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국내 아트페어 사상 최대 규모로 화려하게 개최했다. 부산 벡스코의 전체 8,000여 평 규모로 화려한 전시 부스와 쾌적한 관람 동선을 제공했다. 국내 주요 화랑 111곳 뿐만 아니라 해외 갤러리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최근 삼청동에 확장 이전한 페레스 프로젝트, 국내에 분점을 낸 두아르트 스퀘이라, 에프레미디스 등 총 34곳이 참여해 수준 높은 전시 프로그램을 선보여, 글로벌 미술축제로서의 아트부산의 위상을 높였다.
‘아트부산 2023’에 참여한 HOFA Gallery(London) 전시 부스 전시 전경, Photo: ARTiPIO
특히 해외 화랑 34곳 중 유럽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하는 바자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바르트, 스페인 마드리드의 라 카우스 갤러리, VETA 바이페르 프란세스 등 19곳의 갤러리는 올해 아트부산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아트부산과 새롭게 함께 하게 된 유럽 갤러리만의 작가 라인업 및 독보적인 컨텐츠와 기획력을 보이며 아트부산을 찾은 컬렉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참여한 암스테르담의 갤러리 바르트 디렉터인 메럴 데콕(Merel de Kok)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처음으로 참여했는데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아트부산 2023’ 전시 전경 ⓒ아트부산
해외의 뜨거운 관심과 함께 유럽, 미국, 중국, 일본 등의 뮤지엄 디렉터, 후원회, 컬렉터 등 업계 관계자들의 참석도 눈에 띄었다. 중국 베이징의 엠우즈(M Woods) 뮤지엄 설립자인 린한(Lin Han)과 완완레이(Wanwan Lei) 커플, 상하이 기반의 수퍼 컬렉터 충저우(Chong Zhou), 전 상하이 O21 디렉터인 토마스 뷔스텐하겐(Thomas Wüstenhagen), 로버트 테리안 재단의 디렉터 폴 체르윅(Paul Cherwick), 전 소더비 인스티튜트 예술경영학과장 이언 로버트슨(Ian Robertson) 등이 참석해 아트부산에 대한 해외의 열띈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서울과 대구를 비롯한 주요 컬렉터 그룹을 포함해 미국 오렌지카운티 뮤지엄 후원회와 모리아트뮤지엄 후원회 그룹이 부산을 찾았다.
참석한 상하이 컬렉터 충저우는 “2016년부터 매년 방문해 온 아트부산을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찾았는데, 페어의 전반적인 수준과 규모가 기대 이상으로 좋아져서 많이 놀랐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미술시장과 컬렉터 층도 더욱 탄탄해진 것을 느끼고, 로컬의 새로운 갤러리와 작가까지 발굴할 수 있었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국제갤러리, 이희준, Rain Drops with Purple Sunlight, 2022, 캔버스에 아크릴, 사진 콜라주, 182x182cm
가나아트, 로버트 테리엔, No title (large wall drop), 2017, Wstainless steel, 50.8 × 24 × 25cm
VIP 프리뷰 첫날부터 전체 VIP의 47%이상 방문하며, 대형 갤러리를 비롯해 많은 갤러리들이 좋은 판매 성과로 쾌조의 출발을 했다. ‘국제갤러리’는 개막과 동시에 하종현의 접합 시리즈를 약 6억 원에 판매했고 줄리안 오피, 최욱경, 안규철, 양혜규, 이희준 등 대부분의 작품이 판매되어 총 10억~15억 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가나아트’는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별세한 화가 노은님(1946~2022)의 순수한 작품과 함께 심문섭, 시오타, 로버트 테리엔의 작품을 전시 판매했다. 가나에 첫선을 보여 눈길을 끈 테리엔의 ‘물방울’ 조각 작품은 1억6000만 원에 팔렸다.
‘학고재’는 강요배의 작품을 2억 대에, 송현숙의 작품을 42,500 유로에, 토마스 샤이비츠의 작품을 3,600 유로에 판매하는 등 다수의 작품을 판매했고, 퓨처(Future) 부스로 선보인 박광수의 모든 작품이 솔드아웃 됐다.
‘갤러리 현대’는 이승택의 3,000~6,000만 원대의 <묶은 돌> 시리즈, 이건용의 3억~4억 원대의 <Bodyscape> 신작, 이강소의 2억~3억 원대 작품, 한국 추상미술의 대가 정상화의 3억 원대 작품, 김민정의 2억 원대 <The Street>, 유근택의 6,000만 원대 <분수> 연작과 도윤희의 신작을 포함한 다수의 작품을 판매해 기분 좋은 성과를 냈다. 또한, 영국의 현대 개념미술 작가 라이언 갠더의 작품과 갤러리 현대에서 현재 개인전을 개최 중인 사이먼 후지와라의 미공개 작품이 판매 되기도 했다.
‘아트부산 2023’에 참여한 ‘갤러리스탠’ 전시 부스 전경, Video footage: ARTiPIO
MZ 컬렉터를 겨냥해 화려한 부스를 선보인 ‘갤러리스탠(서울)’은 이소연, 백향목의 작품을 모두 판매했고, 인기 작가 샘 바이펜 역시 전시한 작품 대부분이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리안 갤러리’는 이건용, 김춘수, 김택상의 작품을 다수 판매했고, SNS에서 주목받는 ‘지 갤러리(서울)’는 테일러 화이트와 우한나의 작품을 판매했다고 전했다.
‘아트부산2023’에 참여한 ‘리안 갤러리’ 전시 부스 전경, Photo: ARTiPIO
최근 삼청동 확장 소식을 알린 ‘페레스 프로젝트’는 애드 미놀리티, 베이롤 히메네즈, 파올로 살바도르, 레베카 에크로이드 등의 작품을 판매했고, 현재 스페이스K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도나 후앙카의 대작 페인팅 2점도 판매 예정인 것으로 갤러리 관계자는 전했다.
‘아트부산2023’에 참여한 ‘페레스프로젝트’ 전시 부스 전경, Video footage: ARTiPIO
이러한 대형 갤러리들의 활발한 판매 성과에 힘입어 새롭게 선보이는 서울, 대구, 부산의 중소형 갤러리들의 성과도 눈여겨볼 만 했다. 신진 작가 등 젊은 작가의 저력을 느껴볼 수 있었던 ‘휘슬 갤러리(서울)’는 작품을 구매한 컬렉터 중 신규 컬렉터 비중이 높았다. 특히, 이번에 휘슬 갤러리에서 소개한 에이메이 카네야마는 올 9월 휘슬 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는데 아트부산에서 선보인 신작 6점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대부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첫 참가 갤러리 중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윤선갤러리’ 역시 조셉 초이의 모든 작품을 판매했으며, 그 밖에도 ‘이화익 갤러리(서울)’, ‘갤러리 구조(서울)’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작품을 판매했다.
‘아트부산 2023’에 참여한 ‘갤러리이배(부산)’ 전시 부스 전시 전경, Photo: ARTiPIO
‘아트부산 2023’에 참여한 ‘미들맨 갤러리(부산)’ 전시 부스 전시 전경, Photo: ARTiPIO
지난 2018년부터 꾸준한 참여를 이어온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3일차에 모든 전시 작품을 완판시켰다. 탕 컨템포러리 Zheng Lin(정린) 대표는 “지속적인 참가로 컬렉터의 취향과 반응을 예측할 수 있었다”라며 “아트부산의 성장과 함께해 기쁘다”라고 말했다.
‘아트부산2023’ 전시 부스 전경 ⓒ아트부산
올해 첫 참가한 필리핀의 ‘아트 언더 그라운드’에서도 전시한 모든 작품을 완판시켰다. ‘야리라거 갤러리’ 역시 대부분의 작품을 모두 판매했으며, ‘초이앤초이(서울)’에서는 태국 기반의 한 컬렉터가 매튜 스톤(Matthew Stone)의 작품 8점을 모두 구매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 아트부산에 퓨처(Future) 부스로 첫 참가해 독일 신진작가 세실 렘퍼트(Cécile Lempert)의 솔로쇼를 선보인 서울의 ‘이아 갤러리(IAH)’는 총 17점 중 15점을 판매했고, ‘디스위켄드룸’은 올해 집중 조명한 독일의 신진작가 루카스 카이저(Lucas Kaiser)의 작품을 모두 판매했다.
‘아트부산2023’ ‘컨버세이션스(Conversations)’ 프로그램 진행 모습 ⓒ아트부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황금연휴를 맞아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한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아트부산 2023으로 이어졌다. 특히 많은 갤러리들이 전시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만전을 기했고, 더욱 넓은 통로와 관람객 휴식을 위한 대형 벤치, 전시장 내 F&B 스팟을 확대하는 등 관람객들의 피로도를 낮추고 편안하게 작품 관람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아트부산 2023에서는 방문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챗GPT 기반의 전시해설 ‘챗도슨트’ 서비스,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미술 담론을 나누는 컨버세이션스, 작가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프로그램 등 아트페어의 확장성을 위한 다양한 기회도 제공되었다. 특히 챗도슨트에서 취향의 작품과 작가 등에 대한 질문을 하면, 작품 및 작가 관련 정보와 전시장 내 동선을 안내해주며 아트부산을 찾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AI아트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여, 관람객들이 ‘나만의 그림’을 제작해 작품도 출력해 소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최근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MZ 컬렉터인 양수환 씨(만 27세, 남, 부산 거주)는 “국내외 많은 갤러리가 참여하는 페어인 만큼 다양한 세대와 문화,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많은 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재밌는 경험이었다. MZ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이들의 미술시장을 향해 높아진 관심만큼 행사장 내 부스 사이사이 관람객을 위한 ‘힙’한 휴식공간이나 쉽고 재밌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특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아트버스 투어’를 통해 부산시내에 있는 미술관이나 여러 곳의 갤러리에 방문할 기회도 제공한 점에서 아트부산이 단순히 1년에 한번 열리는 행사가 아라 이 지역의 문화사업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해, MZ컬렉터들을 겨냥한 아트부산만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뜨거운 반응을 느껴볼 수 있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한풀 꺾인 구매 열기 우려 속에 컬렉터들의 지갑을 여는 속도는 보다 신중해졌을지라도, 개막 첫날부터 긴 행렬이 이루어지는 컬렉터들의 관심은 확실했다.
지난해 74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아트부산은 얼리버드 티켓이 지난해 대비 3배 넘게 판매되며, 아트부산의 대중적 인지도가 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아트부산을 창립한 손영희 이사장의 장남인 정석호 이사의 진두지휘 하에 선보인 아트부산은 키아프(KIAF)와 함께 국내 주요 아트페어로서 올해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4일 간의 여정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매해 첨단기술의 도입과 함께 빠르게 발전해가는 프로그램 및 새로운 작가, 갤러리, 쾌적한 전시 환경을 선보이며 해외 미술계가 주목하는 아트부산의 2024년이 더욱이 기대된다.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