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MUSEUM
버들 북 꾀꼬리
Suki Seokyung Kang
강서경
LEEUM MUSEUM
강서경은 평면,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액티베이션)를 아우르는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해 온 작가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전통 회화, 음악, 무용, 건축 등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연구를 보여주면서도, 이러한 전통을 동시대 예술 언어와 사회문화적 문맥으로 새롭게 재해석하며 매체, 형식, 시대의 구분을 뛰어넘는 조형적, 개념적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버들 북 꾀꼬리》 2021-2023 15분 20초,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사진: 김상태, 강서경 스튜디오 제공
작가는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Mudam Luxembourg, 2019),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Philadelphia, 2018)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베니스 비엔날레(2019), 리버풀 비엔날레(2018), 광주비엔날레 (2018, 2016) 등에 참여하며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또한 2013년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2018년 아트바젤 발루아즈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리움 미술관 강서경 개인전 《강서경 : 버들 북 꾀꼬리》 전시 전경, 홍철기, 강서경 스튜디오∙리움미술관 제공
회화란 “눈에 보이는 사각형과 보이지 않는 사각 공간을 인지하고,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를 고민하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강서경은 그리는 행위의 기본틀인 사각 형태의 프레임을 전통에서 발견한 개념 및 미학과 연계하여 회화라는 매체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확장하는 기제로 활용해왔다.
강서경, 정 井 — 버들 #22-01, 2020-2022, 가변 크기 사진: 김상태, 강서경 스튜디오 제공
그의 초기작 <정井>은 조선시대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의 ‘우물 정(井)’자 모양의 사각틀에서 착안한 것으로, 음의 길이와 높이를 표기해 넣은 정간을 소리와 움직임, 시간과 서사를 담아내는 개념적 틀로 차용하고 재해석한 연작이다.
캔버스 프레임, 창틀의 형상과도 유사한 <정井>연작은 회화를 시공간으로 확장시킬 수 있게 하는 조형적 단위체가 될 뿐 아니라, 관람객의 시선을 격자틀 내외부로 집중시키거나 전시 구획의 보이지 않는 시스템으로도 작동한다.
강서경, 모라 55 × 65 — 검정 #01, 2014-2016 65×55×4cm 사진: 김상태, 강서경 스튜디오 제공
강서경의 회화작업을 가리키는 ‘모라(Mora)’란 언어학에서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로, 작가의 작업에서는 시간을 담고 서사를 쌓아 올리는 단위이자 작품을 지칭한다.
그는 전통 한국화의 방식대로 장지나 비단을 수평으로 펼친 채 그림을 그리는데, 농담을 달리하는 먹과 색을 겹겹이 스미게 하여 반투명한 물감층의 흔적을 쌓아 올린다. 이렇게 제작된 <모라>는 탑처럼 쌓여 3차원 조각처럼 전시되기도 하고, <정井>의 프레임과 결합되어 다양한 변형태로 제시되기도 한다.
강서경, 자리 #22-01, 2021-2022 약 596.2×351×24cm 사진: 홍철기, 강서경 스튜디오 제공
<자리> 연작은 조선시대 1인 궁중무인 ‘춘앵무(春鶯舞)’에서 춤을 추는 공간의 경계를 규정하는 화문석에서 착안되었다. 작가는 한 개인에게 무대가 되기도 하고 경계선이 되기도 하는 화문석을 ‘자리’라는 공간 개념으로 치환하여 사회 속 개인의 영역을 고찰하고, 회화 매체를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하는 조형적 기제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채로운 형식과 크기의 <자리 검은 자리>, <자리> 등이 선보인다.
강서경, 좁은 초원 #20-05, 2020, 약159×50.3×48.8cm, 조합된 구조물: 철에 도색, 실, 나무 둥치, 가죽 조각, 못, 나무 바퀴, 사진: 김상태 강서경 스튜디오 제공
강서경, 귀 #21-01, 2020-2021, 약194×140.6×40cm, 철에 도색, 실. 볼트, 가죽 조각, 사진: 김상태 강서경 스튜디오 제공
강서경, 산 – 가을 #21-01, 2020-2021, 약128.3×97.8×40cm, 철에 도색, 실, 체인, 바퀴, 사진: 김상태 강서경 스튜디오 제공
강서경, 바닥 #23-01, 2020-2023, 가변 크기, 철에 도색, 알루미늄, 실, 비닐, 볼트, 가죽 조각, 나무 바퀴, 사진: 김상태 강서경 스튜디오 제공
이번 전시는 강서경의 최대 규모 미술관 전시로, 이러한 주요 개념을 담은 <정井>, <모라>, <자리>뿐 아니라, 개인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그랜드마더타워>, <좁은 초원>, <둥근 유랑> 등 기존 연작에서 발전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더불어 <산>, <귀>, <아워스>, <기둥>, <바닥>과 같이 한층 다변화된 형식의 새로운 조각 설치 및 영상을 포함하여 강서경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리움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