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공중부양
Koo Jeong A
구정아
PKM Gallery
전시 «공중부양»에서 구정아는 느슨하면서도 긴밀하게, 비선형적으로 관계를 맺는 작업을 통해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현실 너머 또 다른 가능성의 영토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전시는 1990년대 이후 구정아 작업에 반복 등장하며 무한히 확장하고 있는 모티프, ‘OUSSS’를 중심축으로 한다.
‘OUSSS’는 구정아가 창안한 불가사의한 우주인 동시에 단어이자 형태소이고, 물질이자 에너지다. 여기에 종종 등장하는 태아 모습의 생명체는 어둠 속을 유영하며 인간을 넘어선 몸짓으로 짓궂은 유머와 기묘한 감각을 전하고, 어디에나 있지만 없는 미스터리(MYSTERIOUSSS), 호기심(CURIOSSSA), 참 나(CHAMNAWANA; true me & I)의 영역으로 우리를 이끈다.
Koo Jeong A, OBP, 2015. Pencil on a paper + magic pen, 21 x 29.7 cm
2022년, 구정아는 9년여간 제작한 ‘OUSSS’에 대한 3D 필름을 파리(Paris+ par Art Basel)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당 필름의 스크립트가 된 드로잉 시리즈, ‹OBP›2015가 최초 공개된다. 익숙한 개념이 깨지고 팽창, 폭발, 방사되는 이 시리즈의 끝에 작가는 남의 마음이나 일의 기미를 재빨리 알아챈다는 제목의 신작 ‹SS Gakchal›2023을 배치했다.
이와 같은 언어유희는 그의 작업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예컨대 작가이자 철학가인 에두아르 글리상(Édouard Glissant, 1928-2011)과 협업 출판한 『FLAMMARIOUSSS』2006에서 구정아는 플라마리온 프랑스어 사전(Flammarion dictionary)에 ‘OUSSS’라는 단어를 슬쩍 추가하고 그만의 정의를 써 놓았다. 본 전시에는 그 한정판 책이 글리상을 기리는 포스터 작업과 함께 전시된다.
Installation view of Koo Jeong A Levitation at PKM & PKM+3
한편, 2020년 PKM 갤러리를 수놓았던 ‹Seven Stars› 시리즈는 본 개인전에서 한낮과 황혼의 그림으로 변화했다. ‘7개의 별’은 점성술, 연금술, 신비주의 등의 바탕이 되는 고대 행성(classical planets;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과 연관하는 것으로, 3년 전 발표된 시리즈가 낮에는 담백한 단색 평면이었다가 축적한 빛 에너지로 밤에 형상을 드러내는 회화였다면, 이번 신작은 보다 범우주적인 관점에서 공간(space)과 지구(world), 우주(universe)에 관해 이야기한다.
지구상의 인간은 산소 입자들을 통해 환한 색을 볼 수 있고, 식물은 빛에 반응해 싹을 틔우거나 꽃을 피우며, 중력은 직선으로 뻗는 빛을 곡률로 휘게 하는데, 이러한 지상의 경험은 지구 밖 행성들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Koo Jeong A, Density, 2023. Polyamide, paint, wood, magnetic levitation device, 126.3 x 43.6 x 60.8 cm.
Koo Jeong A, NOMOS Alpha, 2016. Print, 109 x 88 x 5 cm.
전시의 또 다른 축으로 소개되는 ‹Density› (2023)는 중력을 거스르는 입체 작업으로 시야를 압도한다. 2005-2006년 매일의 드로잉에서 출발하여 2019년 AR 작업으로 발전한 ‹Density›는 이번 전시에서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자석의 속성과 결합해 부유하는 조각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별관에 전시된 ‹NOMOS Alpha›(2016)의 드로잉 이미지와도 연결되는데, 이 연작에서 선잠에 들 때 어스름하게 떠오른 듯한 형상들은 아이의 그림처럼 단순하게 그려졌지만, 그 이면에는 흐릿한 사실과 허구, 심리적인 충동과 명랑함 등의 복잡미묘한 세계가 담겨 있다. 매체를 넘어선 구정아의 이번 작업들은 상호 작용하고 앙상블을 이루며 예측하지 못한 경험과 발견의 경이로움을 선사할 것이다.
Installation view of Koo Jeong A Levitation at PKM & PKM+
구정아는 ‘그저 평범한 것은 없다’는 태도 아래 흩어지기 쉬운 일상의 소재를 활용하고, 익숙한 장소에 기묘하게 개입하며 평범함의 시적인 측면을 일깨워 왔다. 그는 비가시적이지만 가시적인 것, 가상이면서 현실인 것, 없지만 있는 것 등 상반된 두 개념 사이를 오가며 인지 영역 이면의 열린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최근 내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대표 작가로 선발된 그는 «오도라마 시티 ODORAMA CITIES»라는 주제로 파빌리온을 ‘한국의 향기 여행’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한반도의 무형적인 지도를 관객과 함께 그려 나갈 예정이다.
ⓒ PKM Gallery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