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Donald Judd
Donald Judd
도널드 저드
Thaddaeus Ropac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오는 9월 4일부터 11월 4일까지 도널드 저드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열리는 작가의 10년만의 첫 개인전이다.
저드 재단 예술 감독 플래빈 저드가 기획한 전시는 1960년대 초기부터 1990년대 초까지 30년에 걸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작가의 작업 세계에 초석이 되어준 회화 작품을 3차원 작품과 함께 소개하고, 1991년 한국에 방문하여 개념화시킨 20점의 목판화 세트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전시하며 그 의의를 더한다.
Donald Judd, Untitled, 1960, Oil on canvas, 165.1 x 125.7 cm
Donald Judd, Untitled, 1960, Oil on canvas, 102.2 x 91 cm
도널드 저드는 20세기 후반 예술적 지형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로 3차원 작품의 시각적 언어를 개발하고 예술 오브제를 이해하는 새로운 토대를 제공하였다. 내러티브와 상징주의와의 단절을 선언한 작가는 작품이 가진 고유의 형식적 요소를 시각화하고자 노력했으며 시각 예술을 지탱하는 세 가지 주요 요소를 재료, 공간, 색으로 보았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 가장 초기인 1960년에 제작된 두 회화 작품은 이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며, 이후 제작된 3차원 작업의 근간이 되었다. 1987년의 한 인터뷰에서는 ‘내 작품의 근원은 회화 작업’이라 단언한 바 있다.
Donald Judd, Untitled (detail), 1960, Oil on canvas, 102.2 x 91 cm
전통적인 화가로 작가 활동을 시작한 저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묘사하는 것이 아닌 존재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점을 깨닫고, 재현하는 것을 멈추었다. 전시된 회화 작품에 그려진 선과 평면은 캔버스의 높이와 폭을 가로지르며 확장한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을 작품의 본질적인 요소로 차용하고, 형태와 공간의 존재감을 환기시킨다. 회화의 환영주의가 예술 작품의 사물성(objecthood)을 저해한다고 본 저드는 회화적 평면과 이를 받치는 지지대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며 일관되고 그 자체로 완전한 통일체를 구축했다. 1962년 저드가 캔버스에 작업하는 것을 멈추고 ‘실제 공간’에 직접 작업하기 직전 완성된 2점의 회화 작품은 작가의 2차원 작품 세계의 방점을 찍은 작품이다.
Untitled (dtail), 1988, Anodized aluminum with yellow plexiglass Overall: 300 x 50 x 25 cm
‘실제의 공간은 본질적으로 평면 위에 올라간 물감보다 더 강력하고 특정적일 수 있다.’ 1964년 발표한 에세이 「특수한 사물(Specific Objects)」에서 작가는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작품들은 관습적인 형태에 희석되지 않는다’고 부연한다. 저드는 3차원의 작품을 제작하고 캔버스 위에서 작업하며 경험한 회화적 관습에서 탈피하여 빈 공간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벽에 걸리는 작품과 바닥에 놓인 작품에서 각기 다른 공간 탐구 과정을 엿볼 수 있다.
23.09.04 – 11.04, 도널드 저드 개인전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타데우스 로팍
한편, 이번 전시와 함께 발간된 도록에 저자로 참여한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관장 마이클 고반 (Michael Govan)은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한국 전통 미술과 건축이 저드의 공간 이론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저드의 공간 연구를 한국의 예술과 건축에서 발견되는 의도적이고 심지어 전복적이기까지 한 여백의 활용과 연결지어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3차원 작품은 작가의 본질적인 예술 세계를 담고 있으며, 알루미늄, 플렉시 유리와 합판 등 작가의 주요 매체로 제작되었다.
Donald Judd, Untitled, 1989, Douglas fir plywood, 50 x 100 x 50 cm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20점의 목판화 한 세트를 공개한다. 미술사학자 루디 푹스(Rudi Fuchs)가 ‘화려하고 명확하다’¹ 고 평가한 색들을 활용한 목판화 작품은 작가의 판화 작업 전반에 걸쳐 색을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한 작품이다. 작가는 격자와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철저한 기하학적 규칙을 통해 색으로 채운 공간과 빈 공간의 반전을 변주하고, 이를 한지 위에 찍어내어 자칫 딱딱하고 엄격해 보일 수 있는 기법을 완화시켰다. 한지는 한국의 바위산에 서식하는 뽕나무 속 껍질로 만들어진 종이로, 저드는 1991년 한국에 방문하여 이를 판화에 접목시켰다.
23.09.04 – 11.04, 도널드 저드 개인전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타데우스 로팍
저드는 한국 방문 40년전인 1951년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Art Students League) 재학시절 처음으로 판화 작업을 시도했다. 1960년대 초기 3 차원 작품으로 전환한 후에도 판화 작업을 계속했으며, 판화 작품은 작가가 유일하게 작업하는 2차원 작품이자 저드의 작업 세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도널드 저드의 30여년의 경력을 회고하는 이번 전시는 플래빈 저드의 기획 아래 작가의 광범위한 작업을 조망하며, 서로 관계하고 있는 작품의 형식과 매체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 핵심이자 모든 작품에서 발견되는 입체감, 공간감, 실재감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플래빈은 ‘문화의 기호체계는 일시적이고 자의적이다 […] 저드는 견고한 세계, 정원의 흙과 은하계에 관심을 기울였고, 우리를 이 세계로, 우리가 존재하는 곳으로 회귀하는 예술을 선보였다’고 덧붙인 바 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이번 전시와 함께 도록을 출간한다. 플래빈 저드가 디자인 총괄을 맡은 전시 도록은 도널드 저드가 직접 쓴 글을 포함하여 마이클 고반, 유진상, 플래빈 저드의 글이 수록되어 관람객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 Thaddaeus Ropa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