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Special K
David Rappeneau
데비드 라피노
Gladstone Seoul
데이비드 라피노의 그림에 흐르는 건조한 분위기와 폐색감, 그 이면에 흐르는 세대의 갈증을 표현하는 짧은 이야기
어느 날 밤, 하나의 생각이 불청객처럼 우리를 찾아왔다.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아.”
“너도 그래?”
“응. 하지만 뭘 잃어버렸는지 모르겠어.”
“사실 나도 그래.”
이 작은 생각은 짧은 밤사이에 우리에게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신체 기관에 통증을 느끼는 환상통 같았다.
우리는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갔지만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 달빛이 설탕처럼 녹아내리는 건물 사이에서도, 어둡고 퀴퀴한 골목 틈새에서도, 노인의 손아귀처럼 비쩍 마른 가로수 위에서도. 빛나는 모든 것들은 이미 쇼윈도 안에 박제되어 있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만은 분명해. 어쩌면 그건, 애초부터 우리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었던 것인지도 몰라.”
– 전작가 (게임, 웹소설, 애니메이션 작가)-
23.11.16. – 24.1.14., Davide Rappeneau 《Special K》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GLADSTONE GALLERY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은 프랑스 작가 데이비드 라피노(David Rappeneau)의 개인전 <Special K>를 개최한다. 주로 뉴욕과 유럽에서 전시를 열어온 작가는 이번 서울 개인전을 통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총 16 점의 작품은 작가가 2022 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Untitled(무제)’를 타이틀로 한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David Rappeneau, Untitled, 2022, Acrylic, ballpoint pen, pencil, charcoal pencil, acrylic marker on paper, 65 x 45.5 cm © David Rappeneau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Photography by David Regen
라피노의 작품은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과 아니메(anime)를 연상시키는 화풍으로 대도시 속 젊은이와 풍경을 매혹적이면서도 섬뜩하게 표현해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엿보게 한다.
머리 위에서 조망하거나 뒤에서 바라보는 비전형적인 시점 속에서 가슴이나 엉덩이, 속눈썹, 입술 등 특정 신체 부위는 왜곡, 과장된다. 노출이 심한 란제리룩이나 밀리터리룩을 한 청춘 남녀는 문신을 새기고 현란한 악세서리를 걸친 채, 몸이 겨우 들어가는 협소한 화장실이나 욕조 안, 대도시 속 후미진 공간의 계단에 앉아 화장을 고치고, 흡연을 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으며, 같은 공간 속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일에 집중하고 있다.
David Rappeneau, Untitled, 2023, Acrylic, ballpoint pen, pencil, and charcoal pencil on paper, 63.5 x 46.5 cm, © David Rappeneau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Photography by David Regen
르꼬끄 스포르티브, 아디다스, 아르마니, 야마하, 볼보 등 다양한 브랜드가 새겨진 의상과 신발을 착장한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작가는 명품 패션 브랜드에 대한 찬양이 아닌 물질만능주의, 소비주의를 중시하는 젊은이의 단면을 조명한다.
23.11.16. – 24.1.14., Davide Rappeneau 《Special K》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GLADSTONE GALLERY
<Special K>는 작가가 받은 영감의 원천을 가리킨다. 미국에서 1955 년 출시된 Special K 시리얼은 균형 잡힌 식단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포함하면서도 체중을 감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지만, 특정 신체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캠페인이 편협한 미적 기준과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Special K 는 또한 플라시보(Placebo, 1994 년에 런던에서 결성된 얼터너티브 락 밴드)의 동명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이 노래의 가사는 화자의 정서적 고통과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표현하며, 라피노의 일부 작품에 드러나는 현실 도피의 양상과 일치한다.
ⓒ Gladstone Seou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