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Thick Skin
Choi Yoonhee · Hwang Sueyon
최윤희 · 황수연
G Gallery
G Gallery는 오는 11월 29일부터 12월 23일까지 한국의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 2인의 기획전 《두꺼운 피부》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내면의 풍경을 평면으로 옮기는 최윤희와 예측할 수 없는 재료를 입체로 전환하는 황수연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시간의 축적된 층위를 각각 평면의 화면과 입체의 표면으로 옮기며 만들어 낸 수많은 레이어가 체화하는 과정은 두 작가가 살아내는 시간 안에 쌓인 섬세한 정서와 내면의 감정 변화를 반영한다.
23.11.29. – 12.23. 최윤희, 황수연 《Thick Skin》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G gallery
신체의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인 피부는 취약한 내부를 보호하는 표면이자 그 자체도 여린 신체의 일부이다. 상처 난 피부가 회복하며 두껍게 아문 흔적을 남기듯이 안으로 수렴하는 축적된 감정의 레이어와 밖으로 팽창하는 과장된 보호막은 제 몸을 견고히 하며 경계를 선명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최윤희는 안으로 스며드는 탐색의 과정을 거치고, 황수연은 부풀어 오른 형상을 감싸는 갑옷 같은 겉면을 만들어 낸다. 두꺼운 피부 아래에서 보호받는 텅 빈 내면은 상처 입은 유약한 감정에서 만들어진 각피를 밖으로, 밖으로 쌓아낸다.
23.11.29. – 12.23. 최윤희, 황수연 《Thick Skin》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G gallery
최윤희는 내면에 쌓인 감각의 흔적들이 이룬 풍경을 탐색하는 여정을 화면으로 옮긴다. 감각을 받아들이는 몸은 들숨과 날숨을 통해 외부와 관계를 맺는다. 한껏 들이신 숨으로 팽창하며 부풀어 오른 몸에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묵은 감정의 흔적들이 가득 쌓여있다. 들숨을 통해 육체의 내부로 들어온 공기가 그 안을 모두 헤집고 탐험한 끝에 날숨으로 다시 나오는 감각적 경험의 한 장면이 최윤희의 회화로 펼쳐진다.
면 위로 피어오르고 흐르는 다양한 색감의 얼룩들과 엉킨 실타래 같은 가느다란 선으로 쌓아 올린 물감의 층위는 흔적처럼 남아 내면의 감정과 기억, 시간이 흐르는 파동과 같은 추상적 풍경으로 표출된다. 최윤희는 분절되어 있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확장된 무한한 풍경의 일부인 화면들에서 어딘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몸속의 탐색 지점들을 보임으로써 비대하게 커진 몸의 한가운데를 밖으로 드러낸다. 껍데기가 벗겨진 적나라한 내면을 밖으로 내보이는 일과 캔버스에 물감을 손으로 문지르는 과정을 통해 색과 도상을 화면 안으로 흡수시켜 면을 만드는 행위는 과거의 시간에 대한 감정,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해소케 한다.
23.11.29. – 12.23. 최윤희, 황수연 《Thick Skin》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G gallery
단단한 것만 같은 몸체의 출렁이는 표면은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자 유연하게 받아들이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마치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날카로운 금속성의 표면은 종이로 만들어져 작은 움직임에도 쉬이 출렁거린다. 황수연의 종이 조각은 신체에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한 재단용 곡선자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뻣뻣한 종이는 신체의 유연한 선을 타고 흐르지 못한다.
그러나 곡선자로부터 얻은 형태는 어깨의 선, 겨드랑이의 윤곽을 내포하고 종이의 날카로운 옆면과 같은 직선과 뒤섞인다. 황수연은 완벽하지 않은 조합에서 오는 어색함과 전혀 다르지만 그 안에서 찾아지는 조화로움을 그만의 조형 언어로 삼는다. 자르고 접고 붙여나가는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은 어떤 생명체를 떠오르게 하지만 전형적인 모습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다. 어느 하나 규정할 수 없는 불분명한 형상을 쫓아가는 황수연의 종이몸 시리즈 조각들은 견고함과 연약함 사이에서 신체의 흔적과 물질의 표면을 중첩하고 역전시키며 납작한 종이에 부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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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와 황수연의 작품은 서로 다른 조형성을 갖지만 부풀어 오른 몸과 켜켜이 쌓여 두꺼워질 대로 두꺼워진 표면 그리고 안과 밖으로 쌓인 시간의 흔적을 공유한다. 문지르고 흩뿌리며, 자르고 또 붙이는 각자의 재료를 다루는 무수히 반복하는 행위는 신체적 감각을 파고들어 결국에는 축적된 시간성으로 몸에 흔적을 남긴다. 두꺼운 피부 위로 그리고 아래로 오랜 시간에 거쳐 흔적을 남기는 에너지와 움직임을 전시를 통해 느껴볼 수 있길 바란다.
ⓒ G Gallery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