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Roni Horn
Roni Horn
로니 혼
Kukje Gallery
내게 하는 일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그리는 사람이라 하겠다. 드로잉이 내 주된 활동이고, 양식이 무엇이든 매체가 무엇이든 내 모든 작품의 공통분모가 드로잉이다. – 로니 혼
국제갤러리는 오는 11월 16일부터 12월 31일까지 미국의 현대미술가 로니 혼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국제갤러리 에서 개최하는 다섯 번째 개인전에서 작가는 지난 전시가 있었던 2018년부터 2023년 사이에 제작한 〈프릭 앤 프 랙스(Frick and Fracks)〉 수채화 연작을 K3 공간에서 선보인다.
23.11.16. – 23.12.31. 로니 혼 개인전 《Roni Horn》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드로잉은 로니 혼 작업의 주축을 이루는 것으로, 그가 작가 활동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유지해온 유일한 매체이 기도 하다. 〈프릭 앤 프랙스〉 연작에서 작가는 쌍을 이루는 것, 이중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는데, 이 같은 관계성에 대한 세밀한 관찰은 사진에서 조각에 이르기까지 그의 다양한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특징이다.
로니 혼, Frick and Fracks, 2018-2022, Gouache, and/or watercolor on Arches paper 8 units, each 38.1 x 28.6 cm
K3에 설치된 15점의 〈프릭 앤 프랙스〉는 각기 여덟 장의 과슈 및 수채화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작가는 그 리고 또 그리며 비슷한 형태를 반복해 나간다. 로니 혼의 여타 드로잉 작업과 달리 본 〈프릭 앤 프랙스〉 작품들에 는 명시적인 언어가 그려져 있지 않지만, 속담이나 은어를 적극 차용하는 작가만의 방식은 여기서도 엿보인다. ‘프 릭 앤 프랙’은 스위스의 코미디 아이스 스케이팅 듀오의 예명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베르너 그뢰블리(Werner Groebli)와 한스 마우흐(Hans Mauch)는 1930년대에 처음 협업하기 시작해 50년 가까이 파트너로 일하며 국제적 인 명성을 쌓았다. 1930년대 후반 미국으로 이주해 아이스쇼 투어 등을 하며 유명해짐에 따라 그들의 예명은 떼 려야 뗄 수 없는, 심지어 둘 간의 구분이 불가능한 관계를 칭하는 은어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각 도형을 비교, 대조하는 과정에서 관람객은 각 종이 위에 유영하는 기호들 간의 변주와 관계성을 의식하게 되 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슷한 도형을 찾아 짝을 지어주면서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기억력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이렇듯 〈프릭 앤 프랙스〉는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관찰과 고찰을 이어가며 무엇이, 어떻게, 왜, 가까워지고 멀어지는지, 다양한 관계 맺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23.11.16. – 23.12.31. 로니 혼 개인전 《Roni Horn》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프릭 앤 프랙스〉를 이루는 각 화면 안에는 하나의 추상 도형만이 들어있다. 운율적이기도 하고, 생물을 연상시키 기도 하는 이 기하학적 이미지들의 병치는 어떤 인덱스 내지는 기호학적 체계를 연상시킨다. 이로써 이 도형들은 아주 완곡히,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언어와 해석을 투영해 작품과 소통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게끔 유도한다.
각 도형을 비교, 대조하는 과정에서 관람객은 각 종이 위에 유영하는 기호들 간의 변주와 관계성을 의식하게 되 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슷한 도형을 찾아 짝을 지어주면서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기억력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이렇듯 〈프릭 앤 프랙스〉는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관찰과 고찰을 이어가며 무엇이, 어떻게, 왜, 가까워지고 멀어지는지, 다양한 관계 맺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 Kukje Gallery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