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MARKET
미술시장 쉽게 보기
#‘쿠사마 야요이’에 열광하는 이유
KEWORD
DATE
DEC 19, 2023
CONTRIBUTOR
ARTiPIO Editorial
어디에선가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b. 1929)의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이 있으면 투어를 기획해 다닐 정도로 아트씬에서 그녀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이것은 비단 아시아에 국한되어 한국, 일본, 대만, 홍콩, 상해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까지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 이처럼 그녀가 그려낸 무수한 점과 그물은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데요. 그녀는 대체 누구일까요? 쿠사마 야요이는 일본 나가노현 출신으로 페인팅, 조형, 설치, 퍼포먼스 등 각종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가로서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입니다.
루이비통 일본 도쿄 하라주쿠 팝업 매장, Photo: Louis Vuitton
특히 그녀가 그려낸 작품 중에서는 눈에 띄는 주된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호박(Pumpkin)’, ‘점(Polka dot)’, ‘그물(Infinity Nets)’. 사실 이러한 무한 반복되는 형태들은 그녀가 유년 시절 겪은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강박증, 편집증의 정신질환에서 빚어진 산물이죠. 그녀는 환영, 환청을 겪으며 내면의 불안과 공포, 두려움에서 기인된 강박을 주요 모티브인 망(Nets)과 점(Dots)을 통해 예술로서 승화시킵니다. 강박장애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 선보인 수많은 작품들은 이제 쿠사마의 역사이자 살아온 길이 되었습니다.
“호박은 나에게는 마음속의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준다. 호박은 말을 걸어준다.
호박, 호박, 호박 내 마음의 신성한 모습으로 세계의 전 인류가 살고 있는 생에 대한 환희의 근원인 것이다.
호박 때문에 나는 살아내는 것이다.”
– Yayoi Kusama –
✔ 전 세계가 주목한 ‘쿠사마 야요이’
살아있는 현대미술 거장으로서 자리매김한 그녀의 인기는 전 세계에서 느껴볼 수 있는데요. 특히 쿠사마의 해외 파트너를 맡고 있는 메가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전시 일정에 표시된 최근 2년간의 전시 스케줄을 보면, 쿠사마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런던 테이트 모던, 홍콩 M+뮤지엄, 도하 이슬람 아트 뮤지엄(Museum of Islamic Art)을 비롯해 미국의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 캐나다, 스페인 등 전 세계 전역에서 그녀의 전시를 만나볼 수 있었죠.
Yayoi Kusama Infinity Mirror Room-Phalli’s Field, 1965 solo exhibition Floor Show at Castellane Gallery, New York, 1965 1965 Sewn stuffed fabric and mirrors 141 3/4 x 141 3/4 x 127 5/8 inches ( 360 x 360 x 324 cm) © Yayoi Kusama
특히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호박도 유명하지만, 1965년 첫 공개되었던 <무한 거울의 방(Infinity Mirror Rooms)> 설치미술 작업은 ‘반복’과 ‘무한’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자아의식을 멈추고 자기 소멸의 여정에 동행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반영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이후 현재 2021년 5월 18일부터 2024년 4월 28일까지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특별전《쿠사마 야요이: 무한 거울의 방(Infinity Mirror Rooms)》을 성황리에 개최하고 있습니다.
Yayoi Kusama: Infinity Mirror Rooms at Tate Modern | Tate 출처: Tate Youtube
특히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무한 거울의 방>시리즈인 ‘Filled with the Brilliance of Life’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해당 작품은 현재까지의 동일 시리즈 중, 가장 큰 작품으로 2012년 테이트 모던에서 펼친 그녀의 개인전 이후 회고전으로서 대대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LED 라이트로 이루어진 수 천 개의 네온 컬러 공과 거울로 채워져 마치 우주 속에 있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킨 해당 작업은 유럽의 수많은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외에도 그녀가 쌓아온 수많은 아카이브와 예술 세계 밖 작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이렇듯 영국 런던의 명소 테이트 모던에서 대대적인 전시를 펼치며 그녀의 작품을 찾는 수많은 인파를 봤을 때, 그녀의 인기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어 있음을 여실히 느껴볼 수 있습니다.
Installation view, Kusama Cosmic Mature, New York Botanical Garden, 2021 Photo: David Zwirner
✔ 노란 호박은 골드바?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에서도 쿠사마의 인기는 뜨겁죠. 미국 조각투자 플랫폼인 마스터웍스(Masterworks)는 쿠사마 야요이의 <Infinity nets>시리즈를 투자 종목으로 채택하여 27%의 수익을 낸 바 있으며, 이외에도 쿠사마의 다양한 작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조각투자 사업안의 재정비 후, 재개되는 시점에서 기존 운영 업체 2 곳은 쿠사마의 <Pumpkin(Yellow)>시리즈 작품을 투자 종목으로 선택했죠.
Yayoi KUSAMA, Pumpkin (1981) Lot # 308 Painting Acrylic canvas 53 x 45.5 cm, Photo: Christie’s Hong Kong
작품을 사고팔아 수익을 내야 하는 입장에서, 왜 그들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선택했을까요?
시장에서 쿠사마의 작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유동성(Liquidity)에 있습니다. 유동성은 현금화 가능성을 말하는데, 보통 미술품의 회전 주기를 1년 이상의 장기로 평가하는 것도 바로 이 유동성 때문이죠. 작품의 수량은 작가에 의해 제작되는 데에 한정적이고, 그 가치가 오르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기에, 비일비재하게 거래되지 않는 미술시장의 특성상 유동적이긴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쿠사마의 작품은 그녀의 인기만큼이나 원하는 이들이 많기에 안정성과 유동성이 좋은 편이죠. 특히 그녀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그려진 작은 크기의 노란 호박은 마치 골드바와 견주어 질 정도입니다. 아트넷의 최근 2023년 경매 기록에 따르면 1호(SM) 크기 노란 호박은 약 7억 원에 거래되는데, 엽서 크기의 소품 사이즈 대비 상당히 높은 금액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컬렉터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전 세계 경매시장에서도 끊임없이 만나볼 수 있을 만큼 어디에서든 빈도 높게 거래된다는 점입니다.
미술 작품은 특히 취향과 기호에 영향을 미치기에 지역마다 인기 작품이 다릅니다. 따라서 작품이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금액으로 거래되는 작품이 있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일 수 있죠.
하지만 이 어려운 일을 쿠사마 야요이는 해내고 있습니다. 작품의 거래의 요소에서 중시되는 부분인 대상의 다양화와 진위에 대한 문제에 대해 자체적으로 해소하고 있습니다. 쿠사마 작품의 경우 세분화된 ‘호’수로 나누어지는 작품 크기 구성과 <호박(Pumpkin)>, <무한 망(Infinity Nets)’> 주요 시리즈를 선보이고, 진위에 대해서는 쿠사마 스튜디오에서 직접 발행하는 보증서(카드)를 통해 우려되는 문제를 간소화 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해를 거듭할수록 미술시장이 확대되고 나날이 상승하는 그녀의 작품의 가치는 어디까지 오를지 흥미롭습니다.
✔ 쿠사마 야요이 x 루이 비통 협업 컬렉션
루이비통 프랑스 파리 외관 전경, Photo: Louis Vuitton
미술과 명품의 경계가 허물어진 만큼, 현대미술가들이 명품과 함께 여기저기서 화려한 만남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중, 올해 2023년 단연 독보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인 아티스트는 쿠사마 야요이가 아닐까 싶은데요.
2023년 1월부터 루이 비통과 함께 뉴욕, 파리, 런던, 도쿄 그 어느 곳을 가봐도 그녀의 화려한 도트 무늬들의 향연이 펼쳐졌답니다. 이로 인해 미술을 잘 모르고, 쿠사마 야요이의 이름은 몰라도 루이비통에서 나온 도트(일명 땡땡이) 가방은 다들 알고 있을 텐데요.
Louis Vuitton x Yayoi Kusama: Around the Globe | LOUIS VUITTON, 출처: Louis Vuitton Youtube
10년 만에 두 번째 협업을 진행한 쿠사마 야요이와 마케팅에 진심인 루이 비통의 만남을 통해 붓질하는 쿠사마, 점 찍는 쿠사마, 건물 위의 쿠사마 등 그녀의 모습을 로봇으로 실사화하여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습니다. 쿠사마의 오색찬란한 컬러로 건물 전체를 뒤덮은 팝업 스토어들은 마치 쿠사마의 대형 전시를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켰죠.
전 세계의 화려한 팝업 스토어들과 함께 제품군 또한 400가지가 넘는 개별 아이템에 쿠사마의 모티브가 포함되어 전례 없는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명품의 고착화된 브랜드 이미지에 아이코닉(iconic) 한 이미지를 부가하면서도 현대미술의 매력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것입니다.
Hyper-realistic Yayoi Kusama robot spotted in London for fashion line | USA TODAY, 출처: USA TODAY Youtube
현존하는 여성 예술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작가인 쿠사마 야요이와 함께 전 세계를 물들인 루이 비통의 화려한 협업은 올해의 가장 큰 HOT 이슈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다소 상업적이라는 논란도 있었으나, 모두에게 어렵기만 했던 현대미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에는 분명 일조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93세의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퍼포먼스와 활동을 선보이는 쿠사마 야요이의 행보가 나날이 더 기대됩니다.
참고 : Louis Vuitton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