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COLLECTION
명화 STORY #1
에곤 실레, 스물여덟 불꽃같은 인생
KEYWORD
DATE
JAN 03, 2024
CONTRIBUTOR
ARTiPIO Editorial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인 에곤 실레(Egon Schiele, b.1890-1918), 누구나 한 번쯤 그의 작품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실레만의 독자적인 화풍으로 담긴 남다른 드로잉에서 펼쳐진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자유로운 드로잉은 현대에 와서 봐도 정말 놀라울 수밖에 없는데요. 사실 뚜렷한 대표작 없이, 독특한 화풍만으로 그의 이름을 남겼죠.
고작 향년 28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200여 년이 흘러도 그의 작품은 세상에서 아직도 신선한 충격이고, 모두에게 기억되고 있는 에곤 실레. 이런 에곤 실레의 불꽃같은 인생에 대해 함께 알아볼까요?
에곤 쉴레의 처형 아델레 함스의 초상, Egon Schiele, Seated Woman with Legs Drawn Up, 1917, watercolor on paper, 46 x 30 cm. 소장: 프라하 국립미술관
에곤 실레는 본격적으로 미술 교육을 시작하고자 1906년 비엔나의 빈 미술 아카데미(Akademie der bildenden Künste)에서 배우는 극단적인 보수주의의 정통적인 교육 방식에 실망하며 새로운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는 새로운 예술가 그룹인 ‘빈 분리파’에 합류하게 되죠. 빈 분리파는 정통에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운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고자 19세기 말 유럽의 젊은 미술가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예술가 집단입니다.
에곤 실레,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 Egon Schiele, Self-Portrait with Chinese Lantern Plant, 1912, Leopold Museum, Vienna
당대 근대 서양미술은 이런 미술 아카데미식 작품 평가에 반발하며 태동한 셈이라 기술보다 작가만의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했고, 인상주의도 이때 살롱전(미술 아카데미식의 기준의 작품을 평가하는 공모전)에 대한 반발에서 태동하게 됩니다. 사실 그간의 드로잉, 구도, 대칭, 비례의 틀에 갇힌 보수적인 미술 세계와는 정 반대로, 그의 작품은 틀에 구속되지 않아 보다 혁신적이고 당대 가장 진보적이었기에, 이를 벗어나 작가만의 독자적 화풍을 구축하는 데에는 꼭 필요한 움직임이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클림트와 실레가 서로 얽혀 서 있는 모습,
에곤 실레, 은둔자, Egon Schiele, The Hermits, Egon Schiele, 1912
에곤 실레가 그린 푸른 옷의 클림트, 1913
이후 1907년 에곤 실레는 인생의 의미 있는 멘토를 만납니다. 바로 당대 유명 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b.1862-1918)였죠. 1897년 빈 분리파를 공식 창설하기도 한 클림트는 이때 작품 스타일도 혁신적으로 바뀌며 그의 작품 세계는 예술의 도시인 빈에서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오스트리아 빈이 음악의 도시뿐 아니라, 예술의 도시로 확장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
–빈 분리파 표어 中–
The Kiss, 1907 by Gustav Klimt © Copyright www.Gustav-Klimt.com. All Rights Reserved
당시 젊은 화가들에게 친절한 멘토 역할을 하던 클림트는 젊은 실레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며 후원합니다. 실레의 작품을 사주거나, 자신의 작품과 교환하기도 하고, 모델을 주선하고 후원자를 소개하며 실레의 든든한 후원군이 됩니다.
1909년, 클림트가 개최하는 비엔나 미술 전시회(Kunstschau)에 클림트의 추천으로 실레의 작품 출품하도록 초청했는데, 여기서 실레는 노르웨이의 표현주의의 에드바르드 뭉크(Edvard Munch, b.1863-1944), 네덜란드의 인상주의 얀 투롭(Jan Toorop, b.1858-1928), 후기 인상주의의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b.1822-1885)의 작품들을 만나게 되기도 하죠.
Exhibition view ‘A New Look The Permanent Collection Redisplayed’ Photo: Ouriel Morgensztern, ⓒ Velvedere, Vienna
클림트와 실레의 작품을 살펴봤을 때, 클림트의 작품은 관능적인 여성 이미지와 찬란한 황금빛, 화려한 색채를 특징으로 하며, 성(性)과 사랑, 죽음에 대한 주제를 다뤘다면, 에곤 실레는 클림트의 표현주의적인 선들을 더욱 발전시켜 공포와 불안에 떠는 인간의 육체를 묘사하고, 성적인 욕망, 죽음, 자화상을 주제로 주로 다룹니다.
‘성’이라는 주제는 당대에 사실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일 수 있지만, 가감 없이 표현한 이들의 모습을 봤을 때 억압 없이 자유롭게 예술을 대하는 자세가 참 닮아 있죠?
이로써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는 당대 가장 영향력 있고 혁신적인 예술가로서 주목받습니다. 나이를 떠나 서로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친구이자, 예술의 동반자로서 함께한 것입니다.
Judith and the Head of Holofernes, 1901 by Gustav Klimt © Copyright www.Gustav-Klimt.com. All Rights Reserved
1918년, 당시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5억여 명을 감염시키고, 5천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계적인 유행병이었던 스페인 독감(Spanishi Flu Pandemic)이 번지며 클림트가 세상을 떠나고, 이어 에곤 실레도 같은 해 스페인 독감으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28세의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에곤 실레의 화가 일생은 참 아쉬웠지만, 새로운 기회를 제안한 후견인이자, 최고의 친구인 구스타프 클림트를 만나 짧은 순간에도 환히 타오를 수 있었고, 현재까지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 2관
2022년부터 HJ컬쳐에서 선보인 연작 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를 2023년 12월9일부터 2024년 3월 10일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옴니버스 시리즈인 이번 연극은 두가지 연극을 한자리에서 이어서 볼 수 있고, 선택해서 볼 수도 있는데요.
뮤지컬 <모딜리아니>에서는 20세기 초 활동한 이탈리아 화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예술적 고뇌와 연인 잔과의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어 뮤지컬 <에곤 실레>에서는 새 시대를 여는 1918년 빈 분리파의 에곤 실레 자화상을 중심으로 풀어내 그만의 독특한 화풍과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의 일생,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답니다.
어렵기만 한 줄 알았던 명화 속 화가의 일생을 음악과 함께 재미있게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 뮤지컬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