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COLLECTION
명화 STORY #2
모딜리아니, 영혼의 눈동자를 담다-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KEYWORD
Amedeo Modigliani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DATE
FEB 01, 2024
CONTRIBUTOR
ARTiPIO Editorial
20세기를 대표하는 보헤미안 화가로 알려져 있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b.1884.7.12-1920.1.24)는 이탈리아 화가이자 조각가로 활동했는데요.
20세기 초, 예술계가 아방가르드로 변화하며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화풍을 정립하고자 다양한 화파들의 등장하죠. 이 시대의 모딜리아니는 야수파, 입체파, 아프리카 미술 등 다양한 미술 양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예술 사조에서 여러 대가들의 형식을 이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한 중요한 화가로서 평가받고 있답니다.
에곤 쉴레의 처형 아델레 함스의 초상, Egon Schiele, Seated Woman with Legs Drawn Up, 1917, watercolor on paper, 46 x 30 cm. 소장: 프라하 국립미술관
모딜리아니의 작품 속 인물의 특징을 살펴보면, 긴 목, 길쭉하고 갸름한 얼굴의 왜곡된 인체 비례, 우아한 어깨선이 눈에 띕니다. 특히 그의 작품 중 일부 작품 속 인물들의 눈동자를 명확히 그리지 않은 점도 주된 특징으로 보이는데요. 이렇듯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초상화들은 마치 제각기 사연이 있는 듯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그의 작품 속 인물의 우수에 젖은 표정과 초점 없는 초상화는 모딜리아니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죠.
현대에 와서도 그의 작품은 끊임없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지금부터 아마데오 모딜리아니만의 작품 세계관과 그의 화업 일생을 함께 살펴볼까요?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모습, Amedeo Modigliani by an unknown photographer. 출처: TATE Museum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자화상, oil on canvas, 100 x 65㎝, 1919, 상파울루 현대미술관 소장. 출처: nyculturebeat.com
모딜리아니가 20대를 보낸 20세기의 파리는 표현주의가 대두되었습니다. 사진기가 발명되면서 화가들의 작업 방식은 많은 변화가 일어났죠. 기존의 초상화는 모델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에 집중해왔다면, 사진기 발명 이후 인물의 모습을 똑같이 그리기보다는 작가만의 경험과 개성, 느낌을 살려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과감한 색채와 거친 붓 자국 등 작가만의 방식으로 인간 본성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들을 엿볼 수 있게 된 것이죠.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피카소의 초상, 34.2 x 26.5cm, 1915. 출처: iaanart.com
모딜리아니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b.1881-1973), 모이즈 키슬링(Moïse Kisling, b.1891-1953) 등 표현주의 작가들과 교류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데요. 그의 작품에서도 모딜리아니가 그린 피카소의 초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당시 입체파 등 아방가르드 예술 분야가 성행하고 있었지만, 모딜리아니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자신만의 화풍을 담아 표현한 초상화에 집중했답니다.
이때 특히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된 특징으로는 바로 초상화 속 인물들의 ‘눈동자’인데요. 눈동자가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Jeanne Hébuterne(au chapeau), Oil on panel, 67 x 51.5 cm. 출처: Sothebys
JEANNE HÉBUTERNE (DEVANT UNE PORTE), Oil on canvas, 129.5 x 81.5 cm. 출처: Sothebys
“당신의 영혼을 알았을 때, 비로소 눈을 그릴 수 있습니다.”
– Amedeo Modigliani –
모딜리아니는 인간의 본질과 느낀 바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기에, 눈앞에 서있는 모델의 내밀한 부분까지 알 수 없다면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눈을 정신적 상호작용의 매개체로 여겼기 때문일까요? 눈동자가 없거나 그가 느끼는 대로 그려진 초상화는 예술계의 좋은 평과 달리, 당시 일반인들에게는 모델과 닮지 않은 그림이라며 평이 좋지 않았고, 작품 제작 주문이 많지 않아 늘 가난에 허덕이게 되었고, 결혼 생활 또한 순탄치 않았습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잔 에뷔테른의 초상. Portrait of Jeanne Hébuterne, oil on canvas, 1918. 출처: joyofmuseums.com
잔 에뷔테른의 모습. Unknown photographer, Jeanne Hébuterne, c.1914 © Archives Jeanne Hébuterne. 출처: tate.org
특히 모딜리아니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모델은 그의 사랑하는 아내 잔 에뷔테른(Jeanne Hebuterne, b.1898-1920)이었는데요. 늘 자신의 그림을 이해해 주고 응원했던 아내 잔의 헌신적인 내조로 모딜리아니는 작품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갑니다. 그는 3년의 결혼생활 동안 잔을 뮤즈로 26점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그녀의 초상화에 눈동자를 그리지 않던 모딜리아니가 결혼생활을 이어가며 그린 그녀의 초상화에 점차 선명하게 그려진 눈동자를 보면, 아내에 대한 사랑이 모딜리아니에게 와닿았음이 느껴집니다.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누워있는 나부(Nu couché (sur le côté gauche)), oil on canvas, 89.5 x 146.7 cm, 1917. 2018 뉴욕 소더비 경매 낙찰작. 출처: Sothebys
작품에 대한 열정을 눈여겨본 친구의 도움으로 모딜리아니는 1917년 12월 한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오픈합니다. 화랑은 통행인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누드 2점을 쇼윈도에 걸었지만, 경찰관은 누드 작품을 풍기 문란을 빌미로 철거할 것을 명령하여 허망하게 끝이 나버렸는데요.
개인전을 계기로 성공을 꿈꾸던 그는 절망에 빠져 술과 약에 더욱 집착했고, 설상가상으로 가난에 힘들어하는 잔의 모습을 지켜본 잔의 부모님의 반대로 가족과 이별을 하며, 어릴 적부터 지니고 있던 병세는 더욱 악화된 채 35세의 나이에 쓸쓸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미국 뉴욕 소더비의 모딜리아니의 1917년 작 ‘누워 있는 나부(Nu couche) 경매 현장 사진, 출처: Sotheby’s
이런 모딜리아니의 굴곡진 생애와 달리, 사후 현재 그의 작품들은 현대에 와서도 상당수 유명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경매시장에서도 세계적인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누워있는 나부(1917-1918)’ 작품이 1억 7,040만 달러(약 1,972억 원)에 낙찰되어 당시 세계 미술 작품 경매 사상 2번째로 비싼 작품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는데요. 해당 작품은 모딜리아니가 1916년부터 1919년 동안 그린 35점의 누드화 중 하나로 모딜리아니가 남긴 가장 위대한 걸작 시리즈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후 2018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같은 시리즈인 또 다른 누드화인 ‘누워있는 나부(1917)’도 1억 5,720만 달러(1,682억 원)에 낙찰되어 그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죠.
당시 풍기 문란으로 배척받고 힘들었던 모딜리아니의 화업을 보상받듯, 현재 그의 작품은 초상 속 모델들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모두가 주목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 2관
2022년부터 HJ컬쳐에서 선보인 연작 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를 2023년 12월9일부터 2024년 3월 10일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옴니버스 시리즈인 이번 연극은 두가지 연극을 한자리에서 이어서 볼 수 있고, 선택해서 볼 수도 있는데요.
뮤지컬 <모딜리아니>에서는 20세기 초 활동한 이탈리아 화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예술적 고뇌와 연인 잔과의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어 뮤지컬 <에곤 실레>에서는 새 시대를 여는 1918년 빈 분리파의 에곤 실레 자화상을 중심으로 풀어내 그만의 독특한 화풍과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의 일생,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답니다.
어렵기만 한 줄 알았던 명화 속 화가의 일생을 음악과 함께 재미있게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 뮤지컬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