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근거리 Near Distance
Suzanne Song
수잔 송
Gallery Baton
갤러리바톤은 한국계 미국작가 수잔 송(Suzanne Song, b. 1974)의 개인전 《근거리 Near Distance》를 2024년 3월 6일부터 4월 13일까지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수잔 송은 비물질적 존재이자 관념적 대상인 공간을 재현하고자 선과 절제된 색채를 사용한 회화 및 설치 작업을 전개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험한 공간의 회화적 표상화”로 함축되는 기존의 작업 태도에서 더 나아가, 공간 내에서 원근(far and near) 간 미묘한 상호작용과 그것이 주는 익숙함과 생경함의 변주를 한층 다채로운 색과 엄격한 화면 구성으로 직조하듯 펼쳐낸다.
갤러리바톤, 수잔 송 개인전 《근거리 Near Distance(24.03.06.-04.13.)》 전시 전경, Courtesy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단일 시간대와 차원에 국한되지 않는 ‘공간’의 실체에 대한 미학적 탐구를 위해 수잔은 회화의 구성요소 상 최소 단위인 형태, 단색조, 질감만을 활용한 정교하고 절제된 추상회화를 추구해 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선보인 <Interplay>, <Intervals> 연작은 그 좋은 예인데, 하나의 대상이 다양한 관점과 구도에 어떻게 유연히 반응할 수 있는지, 회화가 그러한 다차원적 표현에 적합한 매체인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시도가 잘 드러난다.
건물 또는 벽체의 물리적 구조로 공간이 드러나고 구획되는 방식에 착안하여 부석의 가루(pumice)를 물감과 함께 도포하여 음영의 대비를 강조하거나 재료의 물성을 강조한 매체 실험을 확장한 것도 이 시기 작품 세계의 특징이다.
갤러리바톤, 수잔 송 개인전 《근거리 Near Distance(24.03.06.-04.13.)》 전시 전경, Courtesy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캔버스 화면에 층위를 형성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노크롬 그림면(picture plane)이 도드라진 화풍이 “공간의 환영”에 대한 해석의 결과물이었다면, 근작에서는 공간을 보다 미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그 작동 체계와 현현하는 방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시도로 선보인다.
기계의 힘을 빌린 듯 오차 없이 수직으로 그어진 선들 사이에 부유하듯 편향하는 굴곡선(Centerfold, 2024)과 지그재그로 교차하여 이웃한 폭이 좁은 삼각형들의 조합(Purple Hearts, 2024)은 정교하게 처리된 배색의 농담 차로 인해 그 체제 안에서 무한 반복하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음이 공기를 매질로 해서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방식, 바람이 만들어 낸 수면과 모래의 균질한 무늬 등 임계 영역 안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보이는 세상의 여러 현상은 수잔의 근작이 지향하는 방식과 닮아있다.
갤러리바톤, 수잔 송 개인전 《근거리 Near Distance(24.03.06.-04.13.)》 전시 전경, Courtesy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직설적인 단색조로 구성된 기본적인 단위와 모듈의 반복적인 등장, 미술가의 자전적 개입 흔적의 은폐, 면과 선의 즉물적인 강조와 돌출, 즉흥적인 요소의 철저한 배제 등 미니멀 아트의 특징적인 요소들은 일견 수잔 송 작품의 형식적인 면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사점을 선택적으로 차용하여, 초연결 사회로 점차 치닫는 우리 사회 및 생활 공간의 그 거대하고 순환적인 외피와 골격이 가진 추상적이고 즉물적인 특질을 묘사하고자 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갤러리바톤, 수잔 송 개인전 《근거리 Near Distance(24.03.06.-04.13.)》 전시 전경, Courtesy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정보통신의 발달과 현실과 가상의 혼재가 야기한 “거리”에 대한 감각의 상실, 물리적인 거리로 규정되던 근대적 생활 방식과의 결별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모두 매일 경험하는 것이다.
작가는 그 지점에 서서 근접한 것과 멀게 보이는 것 간의 유동적인 관계 및 우리 삶에 서려 있는 뫼비우스적인 순환을 직시하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상황들이 불러오는 모호성과 끊임없는 변화를 차분히 성찰하고 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갤러리바톤, 수잔 송 개인전《근거리 Near Distance(24.03.06.-04.13.)》 기자 간담회 전경, Courtesy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수잔 송은 미국 클렘슨 대학교(Department of Art, Clemson University) 미술 학사를 마치고 예일 대학교 미술 대학원(Yale School of Art, Yale University)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뉴욕 드로잉 센터(The Drawing Center), 두산 갤러리 뉴욕(Doosan Gallery New York) 등에서 개최된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뉴욕 스맥 멜론 아티스트 스튜디오 프로그램(Smack Mellon Artist Studio), NYFA(New York Foundation of the Arts) 펠로우쉽을 거쳐 현재 EFA(The Elizabeth Foundation of the Arts) 멤버로서 뉴욕을 중심으로 활발한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Gallery Bato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