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 GALLERY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Jang Hyojoo
장효주
G Gallery
G Gallery는 오는 4월 17일부터 5월 11일까지 Great Exhibition 2024 선정 작가 장효주의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를 개최한다.
대부분 휴대폰과 모니터를 통해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시각 경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장효주는 디지털로 접하는 파생 이미지가 과연 현실에서 마주하는 실제와 동일한 질감과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디지털 상에서만 경험한 물체의 진정한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고민을 실험적인 조각 작업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특성이 두드러지는 디지털 시대의 촉각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G Gallery, 장효주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24.04.17.-05.11)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G Gallery
디지털 매체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기술이 정교해짐에 따라 개개인의 일상을 점유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화면을 통한 간접 경험이 물체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무게를 갖게 된 지금 가상의 생생함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장효주의 작업은 디지털 매체의 허구적 실체와 현실의 간극에 기반한다. 3D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입체적인 형상을 구현하던 그는 물리적 매체를 다루는 과정과 동일하게 재료를 자르거나 붙이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끝내 남는 결과물은 덩어리가 부재한 껍데기 뿐임을 발견한다. 이후 ‘레이어’ 등과 같이 3D 프로그램 내에서 존재하는 개념을 실재하는 조각에 적용하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G Gallery, 장효주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24.04.17.-05.11)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G Gallery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장효주의 조각은 겉보기에는 실재로의 접근에 제약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감상자와 같은 차원에 존재하며 다각도로 관찰이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실리콘 조각은 벽에 걸리거나 천장에 매달린 채 공간을 점유한다.
《두산아트랩 전시 2023》를 통해 처음 선보였던 〈허물〉 시리즈는 한 단계 진화하여 마치 환영을 하듯 끝까지 채워져 있던 지퍼를 내린 채 입구를 활짝 벌리고 있다. 그러나 궁금증의 해소는 내부를 더 자세히 살펴보는 순간 좌절된다. 내장을 내보이며 갈라진 피부 속에는 투명한 또 한 겹의 막이 자리를 잡아 다가갈 수 없게 막는다. 안쪽에 담긴 실체를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저 육안으로 표면만이 감지될 뿐 촉각이나 여타의 감각적 경험은 보는 이의 상상에 맡겨져 지퍼가 단단히 채워진 후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임을 되새기게 한다. 이는 모니터 화면 안에 갇힌 세계를 향해 손을 뻗어도 기기의 표면에만 머무르는, 본질에 도달할 수 없는 현실을 상기시킨다.
G Gallery, 장효주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24.04.17.-05.11)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G Gallery
장효주가 제시하는 상황은 익숙한 동시에 낯설다. 닿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화면 속 물체를 조각으로 설정할 경우, 이와 전시장에 방문하여 실체와 마주하는 경험이 대체될 수 있을까? 시각적으로만 접근하던 대상에게 촉각의 성질을 부여함으로써 작가는 조각을 안일하게 정의하지 않기를 청유한다.
G Gallery, 장효주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24.04.17.-05.11)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G Gallery
최윤희와 황수연의 작품은 서로 다른 조형성을 갖지만 부풀어 오른 몸과 켜켜이 쌓여 두꺼워질 대로 두꺼워진 표면 그리고 안과 밖으로 쌓인 시간의 흔적을 공유한다. 문지르고 흩뿌리며, 자르고 또 붙이는 각자의 재료를 다루는 무수히 반복하는 행위는 신체적 감각을 파고들어 결국에는 축적된 시간성으로 몸에 흔적을 남긴다. 두꺼운 피부 위로 그리고 아래로 오랜 시간에 거쳐 흔적을 남기는 에너지와 움직임을 전시를 통해 느껴볼 수 있길 바란다.
G Gallery, 장효주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24.04.17.-05.11)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G Gallery
작가 소개
장효주(B. 1988)는 주로 휴대폰과 모니터 화면을 통해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시각 경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디지털 이미지를 접하는 경험이 현실에서 실제와 대면하는 상황과 벌어지는 간격에 대한 고민을 실험적인 조각 작업으로 선보인다. 조각적 재료와 일상적 사물을 결합하여 제시하는 낯선 이미지는 그의 작품에서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포털(portal)의 기능을 하며 조각을 새로운 감각으로 인지하게 한다.
장효주는 국민대학교 입체미술 전공 졸업 후, 뮌헨조형미술대학에서 마이스터슐러린 과정을 수학하였다. 2021년 뮌헨, 2022년 서울에서 열린 개인전에 이어 2024년 G Gallery의 신진 작가 육성 프로그램 Great Exhibition의 작가로 선정 되어 세 번째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를 진행 예정이다.
그 외 울산시립미술관, 두산갤러리, 웨스, 뮌헨시립미술관 등에서 개최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울산시립미술관과 뮌헨시립갤러리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 G Gallery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