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REVIEW
창원에서 만나는 전시, 문신미술관
Moon Shin
문신
창원에 가본 적 있나요? 2010년 창원, 마산, 진해시가 하나로 합쳐지며 새롭게 출범된 통합 창원시는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자리매김한 창원 NC 파크 마산구장을 기점으로 창단한 KBO 리그의 프로야구단인 ‘NC 다이노스’로도 유명하죠!
특히 2020년에는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기에 야구로 유명한 도시로만 알기 쉽지만, 알고 보면 통합 창원시는 세 도시가 만나 더욱 다양한 매력을 지니게 되었답니다. 봄이 되면 ‘여좌천로망스다리’의 벚꽃이 진해를 가득 채우고, 여름이면 마산의 바다가 푸른빛을 뽐내 별빛과 밤바다가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오늘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의 다채로움이 어우러진 창원의 특별한 장소. 산과 바다, 항구, 섬을 모두 볼 수 있는 멋진 공간이자, 작가 문신의 예술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을 소개합니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외관 전경, 이미지 제공: 정다예
서울 송파구 올림픽 조각 공원에 가본 적이 있다면 기억할 수 있는 ‘올림픽 1988’ 작품의 주인공! 작가 문신(文信, 본명 문안신, b.1922-1995)은 자연의 생명력을 다루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미와 균형감각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회화 작업을 시작으로 1961년 프랑스로 이주해 본격적으로 조각가의 길을 걸어온 그는 1970년 프랑스 발카레스 조각 심포지엄에 ‘태양의 인간’ 작품으로 참여해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1988년 서울 올림픽 국제조각심포지엄에 참여해 ‘올림픽 1988’ 작품을 세우며 국내에서 많은 명성을 얻게 됩니다. 이로써 기술적 세련미와 영감의 자유, 전통의 존중을 융합해 세계적인 예술가로 거듭나게 된 것이죠.
프랑스 발카레스에서 <태양의인간>을 제작하는 문신(1969-70), 출처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전 세계를 구름처럼 옮겨 다니며 아틀리에를 마련했던 문신은 이국에서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비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견고히 쌓아갑니다.
1992년 파리시립미술관 초대전에서 영국의 헨리 무어(Henry Moore), 미국의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와 함께 세계 조각가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초대된 문신은 장대한 스케일, 독보적 구성과 발상으로 단숨에 외국 언론의 주목과 찬사를 받기도 합니다.
프랑스 발카레스 조각심포지엄,문신 ‘태양의 인간’ 작품 전시 전경(1969-70). 출처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올림픽1988, 1988, 스테인레스 스틸, 8.0×8.3×25.0(m), 출처: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특히 그는 작업에서 자연의 원형이라 불리는 *시메트리(Symmetry) 구조를 통해 단순한 형태적, 구조적 좌우대칭을 뛰어넘어 독창적인 추상 형태를 구축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마치 생명체와 같은 자연스러운 형상을 지닌 그의 작품은 곤충, 식물, 인간 등의 구상적 형상을 연상시키기도 하죠.
이렇듯 문신의 추상 세계는 그만의 유연한 시도를 통해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유기체적 추상과 기하학적 추상 등 생명과 우주에 대한 사유를 탐구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메트리(Symmery) : 좌우대칭, 균형
문신미술관 설계 도면, 문신, 무제, 1995, 종이에 펜, 29.5×84(cm), 출처: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조각가 문신의 생애를 담은 문신미술관은 그의 작품과 예술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입니다. 생전 문신이 살던 자택과 나란히 위치하고 있어 미술관 아래 자택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 20여 년간 활동하던 문신은 1980년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인 마산으로 영구 귀국해 돌아오게 됩니다. 직접 자신의 수익금으로 15년 간의 미술관 건립 과정을 거쳐 1994년 미술관을 완공했지만, 아쉽게도 완공 1년 후 문신은 타계하게 되죠. 하지만, 이후 그의 유언에 따라 2003년 마산시립미술관에 기증되어 운영되고 있답니다. 그 덕에 현재까지도 문신미술관은 작가 문신의 고향에 대한 사랑과 예술의 결정체가 담긴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외관 전경, 출처: 정다예
이처럼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건물의 형태, 대문, 미술관 로고, 현판, 마당, 건축 내부 계단까지 문신 작가의 손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미술관 건축설계 조감도와 미술관의 드로잉 등이 전시된 공간은 미술관의 예술적 성격을 만나볼 수 있고, 그의 작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게 합니다.
문신미술관은 제1전시관, 제2전시관, 야외조각 전시장, 문신원형미술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각, 석고 원형, 유화, 채화, 드로잉, 유품, 공구 등 총 3,900여 점의 작품 및 자료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조각가의 혼: Soul of Sculpture》 혼(魂)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정다예
현재 문신원형미술관에서는 작가 문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문신 조각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고 예술적 가치를 소개하는 《조각가의 혼(2022.09.08-)》 상설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드로잉 30여 점, 조각 80여 점, 아카이브 30여 점의 작품을 한자리서 만나볼 수 있답니다.
《조각가의 혼》의 ‘혼(魂)’과 ‘hone[혼]’이라는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문신의 예술에 대한 태도와 작업 대상과 방법, 예술가로서의 삶의 목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조각가인 문신은 사실 조각 외에 회화와 건축에서도 예술적 감각을 보였는데요. 그는 회화에서 조각으로 영역을 이동했을 뿐만 아니라, 공예, 실내디자인, 건축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기성의 장르 개념을 벗어나 삶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조각가의 혼: Soul of Sculpture》 혼(魂)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정다예
첫 번째 공간인 ‘혼(魂)’에서는 드로잉과 조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는 근원적 생물 형태적 이미지를 모티브로 하여 생명의 근원이자 미지의 세계, 모든 방향으로 열려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특히 원과 선으로부터 탄생한 우주와 생명의 세계를 담아낸 그의 작품에서는 특별한 정형의 형태를 묘사하지 않은 드로잉이지만, 생명의 근원과 창조적 에너지에 대한 갈망, 언제나 밖으로 향했던 그의 도전적인 창작 동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조각가의 혼: Soul of Sculpture》hone(혼)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정다예
두 번째 공간인 ‘hone(혼)’은 연마하다, 갈고닦음이라는 뜻으로, 그의 아틀리에를 재현해 문신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사용한 실제 도구들을 전시함으로써 생동감 있는 작업실 전경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문신의 작품의 주요 재료인 통나무, 흑단, 철강재 등은 강인한 체력과 지독한 노동을 요구하는 지난한 과정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하고자 공구를 쥐고 고군분투한 문신의 흔적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나는 노예처럼 작업하고, 나는 서민과 함께 생활하고, 나는 신처럼 창조한다.”
– 문신(文信) –
예술에 조예가 깊은 BTS RM도 다녀가 화제가 되었던 공간이기도 한 이곳. 문신미술관. 혹시 창원에 방문했다면, 도시의 네온과 항구의 여유로움이 담긴 밤바다를 보기 전, 한 번쯤 시간 내어 문신박물관에 방문해 문신의 예술 혼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필자 정다예는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각종 문화예술기관에서 큐레이터 활동을 통해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예술을 폭넓게 전파하고, 예술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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