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MARKET
ART BASEL Hong Kong 2023 #3
논란이 된 공공미술,
홍콩 미술시장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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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ice Choi 최진경
3월 ‘아트 바젤(Basel) 홍콩’이 돌아왔다. 3월 21일 VIP 프리뷰부터 25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전 세계의 177개(32개국) 갤러리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선보였다.
팬더믹 시기를 지나 2022년부터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을 시작으로 한국의 미술시장의 확장과 더불어 동아시아 지역의 미술 구매 열기를 끌어 올렸고, 이를 반영하듯 홍콩 아트바젤은 어느 해보다 화려하게 개최됐다.
아트바젤 홍콩은 매년 개최되는 국제 아트페어로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년간 온라인으로 개최하거나 규모를 축소하여 열렸으나, 홍콩에서 올해 7회를 맞이한 이번 페어는 코로나19 이전과 같이 정상 개최되었고, 종료 후에는 온라인으로 하루를 연장하는 혼합형 전시로 진행되었다.
3월 13일 홍콩에서 열린 미디어 시사회를 통해 홍콩 빅토리아 항구 인근에 공개된 프랑스 예술가 JR의 설치물 <GIANTS: Rising Up> © 사진: PETER PARKS/AFP, Getty image
이번 페어의 특징이라면 단연 미국 인기 작가들의 공공미술 설치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몇 해 동안 미국 미술시장과 컬렉터가 주목하는 작가 JR과 KAWS이 그 주인공이다.
JR은 2023년 작 <GIANTS: Rising Up> 높이 12m, 폭 12m의 거대한 조각상을 설치했다. 올림픽 높이뛰기 선수가 장대를 넘는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주변에 전시된 3점의 선수 초상화를 본 작가의 <Giants> 시리즈의 확장판이다. 특히 해당 시리즈는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다.
JR은 마치 홍콩의 대나무 숲을 관통하며 스카이라인과 어우러지는 이미지를 연출하면서 ‘도약과 성취를 위한 초대 (an invitation to take off, to achieve more)’라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홍콩의 풍수 전문가 Po Sin은 “대나무에 찔린 사람”처럼 보인다고 언급하거나, 트위터 댓글에는 “잠재적으로 나쁜 징조”라고 하면서 작품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빅토리아 항구에 설치된 KAWS의 컴패니언 설치물 © 사진: Isaac Lawrence, Getty image
컬렉터들의 인기를 꾸준히 받고있는 카우스 KAWS 의 <Kaws:Holiday>는 121피트 크기에 육박하는 거대한 주요 캐릭터인 컴패니언(Companion) 풍선 입체 작품을 홍콩의 빅토리아 항구에 띄워 바다에 누워 하늘을 보는 형상을 연출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홍콩의 풍수 전문가는 이 작품에 대해서 “빅토리아 항구 한가운데 떠다니는 시체”라고 언급하며 이 작품이 불길한 ‘징조’라고 하는 등 부정적 입장을 내세웠다. 이러한 비판의 배경에는 2019년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새로운 법안 시행에 반대한 홍콩 민주화 시위와 연관이 깊다.
이 두 설치 작품 뿐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에서 주로 활동하는 패트릭 아마돈(Patrick AMADON) 작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홍콩 아트바젤 주간의 아트위크 동안 코즈웨이 베이 쇼핑가에서 개최된 디지털 전시회 <The Sound of Pixels>에 선보여진 그의 <No Rioters> 디지털 동영상 작품 또한 조기 철거의 대상이 되었다.
이 영상이 담고 있는 이미지와 텍스트에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의 이름인 베니 타이(Benny Tai)와 조슈아 웡(Joshua Wong)이 포함되어 있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시 일정을 하루 앞당겨 작품을 철거했다.
아트 위크 동안 홍콩에서 열린 디지털 전시회 “The Sound of Pixels”에서 조기 철거된 패트릭 아마돈(Patrick Amadon)의 <No Rioters>영상 작품. ©Patrick Amadon
이러한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러 미술계 인사들은 아시아권의 국제 미술 시장의 허브로 홍콩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아트넷의 기사에 따르면 크리스티 옥션(Christie’s)은 이러한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홍콩의 예술 사업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Christie’s 아시아에서는 2021년 상반기에 10억 4천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했고, 이는 전 세계 Christie’s 경매 매출의 39%에 해당하는 비율을 차지했다. 팬데믹 이전 수치보다 무려 20%가 증가했으며, 2021년 5월 홍콩 매출은 4억 5,800만 달러로 2013년 이후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구매 열기는 가속화되고 있고, 2020년 상반기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미술시장이 계속해서 동양으로 선회함에 따라 Christie’s는 오는 2024년에 대규모의 홍콩 본사를 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성장과 더불어 홍콩 미술 시장은 갤러리 붐을 경험하고 있다. 홍콩에서 거래되는 작품들은 주로 고미술이나 미국 혹은 유럽의 유명 작가 작품들이었으나, 최근 그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홍콩화랑협회(Hong Kong Art Gallery Association)의 보고에 따르면 회원 갤러리 수가 2021년 1월 49개에서 2023년 3월에는 62개로 거의 27% 증가했다. 이러한 발전에는 홍콩 작가들의 국제 미술시장 진출이 한몫했다. 아트바젤과 UBS가 매년 제작하는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 미술시장의 거래되는 미술품 중 지역 작가의 작품 비율은 51%, 해외 작가 작품 구매는 49%로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작가 작품 구매에 집중되어 왔던 현상들이 다소 완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시장의 거래량과 액수가 증가하면서 홍콩 작가들의 역수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아시아 미술시장의 구매력을 살펴보면 Christie’s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장인 Francis Belin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를 통해 언급한 대로 “홍콩은 여전히 아시아의 예술 중심지”임을 느낄 수 있다.
코로나 19 이후 홍콩의 문화 경관은 몇 년 동안 잠잠한 상태였을지 모르지만, 역경에도 불구하고 2023 아트바젤 홍콩을 통해 예술계는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이 있음이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필자 최진경은 뉴욕시립대 헌터컬리지에서 미술사 전공으로 학위 취득 후 뉴욕주립대 FIT에서 미술시장연구 분야로 석사를 취득하였다. 뉴욕 가고시안갤러리를 비롯해 뉴욕 소재의 갤러리 및 비영리 미술 기관에서 다년간 근무하며 20여 회의 개인전 및 그룹전시회를 기획하였다. 현재 애틀랜타에서 아트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미술 현장에서의 실무경험과 시장조사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기업 홍보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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